문화살롱

나는 1961년 독일 유학을 떠나기전 1959년부터 1961년 8월까지 모교인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3학기 근무했다.
사대부고는 1945년 8·15해방 이후 특별법을 제정하고 1. 남녀공학으로 2.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아 나라의 지도자를 육성하고자하는 취지로 전국의 어느 학교보다도 우선으로 특차로 시험을 치고, 당시 뽑힌 학생들로 하여금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로 육성하고자하는데 목적을 둔 듯싶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대부고 13회 졸업생으로 그 동기였던 홍사덕 국회의원, 현대그룹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을 일으켜 세우는데 공로가 큰 김무일 부회장등 쟁쟁한 동기들과 친우였다. 졸업 후 와세다 대학을 마치고, 국민학교부터 잘 알고 지낸 일본사회와 그 업계, 그 국민성을 지켜보며 한국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어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를 제패할 것인가를 스스로 탐구한 그 혜안과 집념은 전자산업분야로 집중되며 한국을 세계 속에 일등국가로 끌어 올리는데 온힘을 다해 대통령도. 아닌 일개의 사업가로 한국인의 「엽전」의식이란 열등감에서 세계 일류국가로의 발돋움을 이룩한 것이다.
1960년대 독일을 위시한 유럽에서는 어느 나라도 한국이란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시아인은 모두 중국 아니면 일본인이었다. 어쩌다 내게 "중국분이세요?" 또는 ”일본인이세요“ 라고 물으면 너무나 섭섭하여 단호하게 “아니오, 한국사람입니다”라고 답하면 아, 그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아니냐고 되묻는 것이 보통이었다. 참으로 비참한 나라였고 그렇게 세계가 인식한 나라였다. 그렇게 비참한 나라의 개념을 바꾼 것은 88올림픽을 치루고 난 후 세계가 우리나라를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내가 국제회의로 외국을 갔을 때 80년대 중반이 되어 독일 대표가 삼성노트북을 자랑하며 이게 너희나라 삼성노트북인데 너무나 훌륭하여 네게 자랑하고 싶다고 하였다. 물론 마음 뿌듯하였지만 나는 삼성이 그렇게 세계를 제패할 줄은 미처 몰랐다. 2004년 인도회의에 참석했을 때 삼성중공업은 뉴델리 시의 지하철을 건설하고 있었고, 너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이 지하철을 놓고 있다고 나보다 더 좋아하는 인도대표를 보며 고마워하고 있었다. 나는 행복했고, 나도 모르게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진짜 한국기업이냐 왜 외국기업행세를 하느냐고 비난이 쏟아졌다. 여전히 「엽전」 근성이 팽배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필요없는 비난과 질시로 우리사회의 무식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채 세계산업현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지못한채 인지하려고도 하지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와 문화계에 골고루 관심을 가지며 말없이 후원하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을 온 천하에 우뚝 세우기에 온 힘을 다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지 6년도 많이 넘어 말없이 국민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타계한 한 영웅의 모습은 너무나 겸손하고 따듯하였다. 또한 온 국민의 애정과 존경을 받으며 떠난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것이 많다.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