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문화광장

가을바다를 보러 강릉에 갔다가 처음으로 쏘카 서비스를 이용했다. 강릉역에 내려 몇 분만 걸으면 쏘카 스테이션이 있어 편리했다. 시간도 십분 단위로 쪼개어 반납까지 오차없이 알뜰하게 사용했다. 그런데 가장 좋은 가격에 사용하려면 쏘카 구독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신문 구독도 안하는 시대에 쏘카 구독이라니? 쏘카의 구독서비스를 검색해보니 쏘카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코로나19 이후 장기대여와 차량 구독 이용이 늘어 났다고 한다. 바야흐로 ‘출퇴근’(45.4%) 목적을 위해 차량을 대여하는 차량공유가 일상에 들어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며칠 뒤 신문에서 파리바게뜨가 커피, 샐러드, 샌드위치를 구독해 즐길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까지 확대 운영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카페 아다지오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커피 구독 서비스’와 로스트 치킨 샐러드, 케이준 치킨 샐러드, 디럭스 샌드위치, 런치 샌드위치 등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샐러드&샌드위치 구독 서비스'인데 가격이 매력적이다. 커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대 67%에서 33%까지 할인받을 수 있단다.
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구독서비스 경우는 더욱 섬세하고 공격적이다. 폴인스터디 「구독 3.0: 이제 비즈니스는 구독으로 통한다」의 모더레이터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맞게 비즈니스도 재편되어야 하며 그런 추세에 와있다고 한다.1) 한 사람의 라이프 사이클은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달 주기로 바뀌는데 이에 맞춰 현대자동차는 월 구독형 모빌리티 서비스인 ‘현대셀렉션’을 2018년에 선보였고, 코로나19에 즈음하여 소유의 부담이나 공유의 번거로움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으로 앱 다운로드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를 들어 결혼 전에 저렴한 금액으로 자동차를 이용하고 싶다면 몇 달 정도 아반떼를 구독하다가, 결혼 준비로 지출이 늘었다면 잠깐 구독을 해지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다시 SUV를 구독할 수도 있다. 이제 자동차회사에서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 라이프 경험’을 판매하는 것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차종 확대로 ‘차박’과 같은 트렌드에 맞춰 SUV 차종을 늘리고, 친환경 자동차도 라인업에 포함시킬 예정이란다. 두 번째는 서비스 지역의 확대이다. 지금은 수도권 중심이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또 세 번째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협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빌리티 라이프의 폭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택시, 킥보드, 주차 플랫폼과 협업하고 있는데 앞으로 세차, 드라이브 스루,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도 협업하려고 한단다.
‘모빌리티 경험의 확장을 위한 협업’에서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문화예술분야는 ‘구독 경제’ 속에 편입될 수 없을까? 현대셀렉션에 ‘스페셜팩’이라는 48시간 단기 이동 서비스가 있다. 스타렉스와 같은 여행용 차량이 라인업에 포함돼 여행사와 함께 스페셜팩을 이용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는데 거기에 결합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강원키즈비엔날레 홍천」이 열리고 있는 곳으로 차박 여행팩키지가 움직일 때 키즈비엔날레에 참여한 오십 인의 아티스트 중 한 아티스트가 예술교육을 이끌 수 있다면? 비대면 상황이라면 전시에 사용된 영상으로 가족이 참여하는 예술교육 창작과정을 선보일 수 있다면? 국립발레단에서 온라인 교습용 발레 영상을 만들고 현대무용단에선 집에서 움직이는 몸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영상을 선보였듯이 영상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구독 서비스의 핵심은 개인화이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인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오히려 요긴해 보인다. 국공립기관에서 창작은 저마다 기관 특징을 가지고 하되 정보차원에서는 문화부에서 통합해 국민대상으로 문화예술 구독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다.
마치 OK 캐시백 서비스처럼 세금 낸 것에 대한 OK 컬처백 시스템으로 월 1회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전시장 예술교육 등 다양한 경험 서비스를 구성한다. 취향에 따라 장르 카테고리가 정해지기도 하고 무료 서비스 기준을 넘어서는 유료 서비스도 가능하다. 여기에 참여하는 단체나 아티스트 대상으로 비율에 따라 이익금도 분배할 수 있다.
여기에 장르와 기관, 예술단체를 뛰어넘는 협업이 필수적이다. 개인정보 동의를 거쳐 통합회원을 대상으로 예술구독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수요에 따라 구독서비스를 설계할 수 없을까? 스트리밍 공연만 해도 한 편을 보는데 일만 원이라면 부담스럽지만 월 구독서비스로 부가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월 1~2만 원 상당의 예술 구독서비스는 유효해 보인다. 구독 서비스 안에는 예술관련 책자도 가능하고 기관의 소식지도 가능하고 콘텐츠 또한 무궁무진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나들며 교류하고 융합하는 현상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예술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문화예술 분야 안의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왓챠 서비스’를 보자.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 애니메이션 등 8만여 편의 작품을 구독할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으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왜 예술 분야에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는 세상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 않는지? 대세가 되고 있는 구독 경제의 부속된 콘텐츠로 예술이 기능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술분야의 구독 경제가 전 분야에 보란 듯이 연결, 확장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ㅡㅡㅡㅡㅡㅡ

1) 중앙일보, 자동차 구독 시대…현대차 하루 신규가입자 18배 늘었다 「구독 3.0 : 이제 비즈니스는 구독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