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모리의 정원」(モリのいる場所, 오키타 슈이치 감독, 극영화, 일본, 2018년, 99분)은 매우 독창적인 영화다. 그런데도 난해한 구석 없이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이 치밀하게 구성을 한 덕분인데,이를테면 왜 느닷없는 돌멩이 하나가 등장하는지, 왜 처음부터 정원의 전경(全景)을 공개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아파트 건축 현장소장이 정원에 필요한지 등등이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이유가 밝혀진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같지만 실은 치밀한 계획이 돋보이는 설정이다. 그 점 높이 살만하다.
94세의 모리(야마자키 츠토무)에게는 정원이 삶의 전부라 이른 아침 정원으로 나갔다 저녁 늦게 귀가한다. 모리의 생활터전이자 은신처이자 작업장인 까닭이다. 그의 정원은 갖가지 동식물은 물론 흙과 하늘과 바람과 각종 소리로 구성되어 있어 볼거리와 할거리가 참 많다. 하루 온 종일 정원을 돌아다녀도 아직 탐험하지 못한 신세계가 있으니 ‘일본의 정원은 소(小)우주다’라는 말이 제대로 먹혀드는 지점이다.
정원의 동식물이 모리의 상대라면 부인 히데코(키키 키린)는 그 집에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상대한다. 특별한 일이라곤 없을 법한 집에 참으로 많은 이들이 들락거린다.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심지어 히데코 조차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떡하니 대청마루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 그들 중 사진작가 후지타(카세 료)는 특별해 모리의 정신세계를 가감 없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방금 모리가 자기에게는 글을 써주지 않아 섭섭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영화에는 많은 동식물이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그렇듯이 등장한다. 심도 깊은 카메라를 사용해 정밀한 관찰을 하고 정지 시간을 만들어내 정확한 묘사를 한다. 그래서 개미가 움직일 때 언제나 왼쪽 두 번째 다리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몇 번이나 노력한다. 또한 비단 정원의 구성물 뿐 아니라 사람들과 사건들도 유심히 들여다보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극영화에서 그런 식의 접근이 과연 가능할까? 바로 「모리의 정원」이 갖는 질문이다.
모리는 자신을 두고 신선(神仙)이라 부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자신만의 고고한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에서 신선은 적합해 보이는 표현이다.
주인공 모리는 실존인물이다. 온전한 이름은 구마가이 모리카즈(熊谷守一, 1880~ 1977)로 집에서 30년 동안 외출을 안 한 사람이다. 1922년에 결혼했고 딸의 죽음과 더불어 문밖출입을 일체 끊었다니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근대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장욱진 화백이 그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전해온다. 하루 종일 관찰한 자연이 회화의 소재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 모리에게는 돌멩이 하나의 위치를 정하는 게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전체 정원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그 돌멩이의 적당한 자리는 꼭 한 군데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춤」 잡지 창간인 조동화 선생님의 정원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문득 기억이 떠올라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