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이달의 좌담

김형남 (金炯男 / 세종대 교수)
안병순 (安丙淳 / 순천향대 교수)
이동하 (李東河 / 이동하댄스프로젝트 대표)
조진희 (趙眞希 / 한양대 초빙교수)
정기헌 (鄭基憲 / 춤평론·한국춤평론가회 회장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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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 9월28일 오후5시
■ 곳 : 본지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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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춤으로 가장 뜨겁게 활동해온 ‘툇마루무용단’의 40년
정기헌 _ 우리 무용계는 무대를 지켜온 다양한 춤의 역사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중에 현대춤으로 가장 뜨겁게 활동했던 ‘툇마루무용단’이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40년의 무대를 지켰던 무용가, 안무가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만, 우리 무용계가 기념하고 주목해야 할 중요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툇마루무용단이 지금까지 탄탄하게 활동해왔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 중요한 작품 활동과 그 속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각 세대를 대표하는 네 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주시고, 요즘 개인적으로 집중하고 계신 것이 있으면 자기소개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안병순 _ 저는 순천향대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툇마루무용단의 창단 단원으로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과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융복합 공연예술축제 ‘파다프’(PADAF)를 창립하여 2018년과 2019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여기 김형남 교수, 이해준 교수, 김규종 연출가와 함께 이렇게 세 남자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게 되어 더 큰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진희 _ 저는 한양대학교 초빙교수로 있습니다. 안병순 교수의 2년 후배입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인 1986년에 ‘최청자무용단’에서 ‘툇마루무용단’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부터 툇마루무용단에서 활동해왔어요. 안병순 교수도 툇마루 대표를 한 번 하셨고, 저도 툇마루 대표를 거쳐 왔어요. 그리고 현재는 김형남 교수가 툇마루 대표로 계십니다. 이렇게 여기 있는 사람들이 툇마루 대표를 두루두루 거쳐 온 거죠.
또 저는 최청자 교수님과 함께 1989년부터 ‘한국현대무용협회’에서 3년간 간사로 일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기획, 사무, 무용행정 쪽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파다프’와 무용학회에서도 사무국장 일을 하면서 무용 관련 후배, 선배들의 공연 활동을 서포트하는 일들을 많이 해왔어요. 물론 안무 활동도 했지만, 툇마루무용단에서도 저는 후배들의 공연을 서포트 해주는 입장으로 활동을 했어요. 지금 ‘파다프’에서도 조직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행정 관련 쪽 일에 몸을 담아 온 거죠.
김형남 _ 저는 1992년에 처음 무용수로서 툇마루무용단 공연을 했고, 안무자로서는 1996년 정기발표회에서 안무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 작품과 공연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해왔습니다. 지금은 세종대학교에서 현대무용 교수를 맡고 있으며, 툇마루무용단 대표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다프’ 공동위원장과 한국현대무용협회 부회장 등 여러 가지 협업할 수 있는 활동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동하 _ 저는 이 중에서 제일 막내인 세종대학교 06학번입니다. 툇마루무용단에는 2010년에 입단해서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는데요. 지금은 세종대학교 박사과정에서 이론 공부를 하고 있고, 계속 안무 작품을 내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34살 이동하라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상반기 공연이 모두 밀리고 취소되었고, 지금은 하반기 공연 일정이 잡혀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연습실에서 계속 땀 흘리면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단원들과 함께 계속 무에서 유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과 삶에 주목해온 현대무용단
정기헌 _ 툇마루무용단이 어느새 40주년이 되었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툇마루무용단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하고, 소감이나 올해 40주년을 맞아 준비하는 사업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안병순 _ 먼저 탄생상황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최청자 교수님과 세종대, 현대무용, 툇마루무용단이 공동으로 역사를 이뤄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40주년이 되어서 지나온 시간들을 쭉 돌이켜 보니, 최청자와 그의 제자들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현대무용 창작 작업에서 가장 앞서 나갔고, 또 가장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창작 스타일을 만들어 왔다는 자부심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980년 최청자무용단에서 1986년 툇마루무용단으로 개명당시 최청자 교수께서는 현대무용은 맨발과 마루 바닥이 밀착된 상태에서 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로어(floor)의 뜻을 넣고 싶다고 요청하여 (故)김영태 선생께서 우리의 전통가옥에 드나들 때 맨발로 가장먼저 밟게 되는 플로어의 개념을 찾아보려는 뜻으로 ‘툇마루무용단’이라는 명칭이 탄생되었고, 그 깊은 뜻이 신선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전통이 근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제자들과 함께 명칭을 공유할 수 있는 이른바 명칭공유제라고 할까요? 이러한 획기적인 판단과 투철한 창작열정으로 현대무용의 흐름을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기헌 _ 저도 1990년대 초반부터 툇마루무용단 공연과 작품을 접했는데, 그 당시에 다른 어떤 단체와 비교해도 굉장히 세련된 춤을 추었어요. 그런데 최청자무용단에서 툇마루무용단이라는 명칭으로 바꾸신 것을 보면 우리의 전통과 삶에 대한 생각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김형남 _ 맞습니다. 가장 특별한 것은, 초창기부터 최청자 교수께서 안무가로서 남자들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교수님께는 남자 무용수들 각자가 갖고 있는 장점을 빠르게 발견해내는 굉장한 능력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현대무용의 다양한 창작을 주도해오셨다고 생각합니다.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성을 창조
조진희 _ 우리 툇마루무용단이 이렇게 성장해올 수 있던 중심 힘은 남성 무용수들을 많이 키워냈다는 것에 있어요. 사실 저는 여성 무용수잖아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남자 무용수들만 키우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잖아 있었어요.
(웃음) 남자 무용수들에게 더 기회를 많이 주고, 여자 무용수들은 상대적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어요.
그럼에도 이 툇마루무용단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남자 무용수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건 인정해요. 사실은 최청자 교수님께서 판단력이 굉장히 뛰어나셨던 거죠. 현재의 무용계에서 우리가 툇마루무용단을 키울 수 있는 길은 남성 무용수를 길러내는 것이라는 말씀을 우리는 늘 들었어요. 직접적으로 말씀도 하셨고, 실천도 하셨고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기라성 같은 안무가와 무용가를 키워낸 근간이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오랜만에 세종대 무용실을 한 번씩 가보면 무용실의 공기가 달라요. 제가 다른 학교에도 재직을 해봤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모교에 한번 씩 가면 함께 진심으로 너무나 열심히 하는 그 공기가 느껴져요. 최선을 다해서 춤을 추려고 하는 마음이 그 공간 안에서 느껴질 때마다 너무 감동적이에요. 저는 그것이 툇마루무용단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헌 _ 마사 그레이엄을 베이스로 했던 육완순 선생의 이화여대 출신의 무용수들과 다른 점이 영국의 라반센터의 스타일을 가져왔다는 논의는 의미가 없겠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남성 무용수들이 무대를 채운 점에서, 기존에는 없던 확연히 다른 춤집단의 등장으로 봐야겠군요. 올해 툇마루무용단 40주년에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이 있나요?
조진희 _ 「툇마루 걸작선」이라고 해서 그동안 했던 작품들을 모아서 공연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 현재의 여건에서는 어려움이 많아요.
김형남 _ 툇마루무용단 40주년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기념공연을 준비했는데 좀 연기돼서 실현가능한 부분들을 다시 검토해보고 있습니다.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언택트 시대를 맞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우리도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두루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동하 _ 제가 1987년생이거든요. 저보다 툇마루무용단이 나이가 더 많아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댄스 스포츠로 춤을 시작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현대무용으로 장르를 바꿔 입시를 준비하고 세종대학교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남들에 비해 춤을 춘 경력이 짧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부족했죠. 그런데 그때마다 최청자 교수님께서 항상 “남들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 너만의 것을 춰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그래서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노력하다 보니 지금 같은 안무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무용단 활동을 하지만, ‘이동하의 툇마루무용단’, 또 ‘후배들의 툇마루무용단’ 이렇게 다양한 색을 가진 무용단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박수쳐주는 모습이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김형남 _ 남자들이 혜택을 많이 봤죠. 최 교수님께서 각자의 특성과 개성을 끌어내주시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남자 무용수들은 어릴 때부터 공연 참여기회를 많이 줬고, 선생께 다양한 측면의 훌륭한 교육을 많이 받았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점점 좋은 무용수에서 좋은 안무가, 좋은 교육자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춤의 정신은 우리 것이고, 춤의 기교는 현대성을 띠는 작업
정기헌 _ 그러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는데요. 굵직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몇 개 언급하자면, 『겨울 이야기』, 『버들피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갈증』, 『포인트』, 『고려의 아침』, 『나비』, 『지젤-백색병동』 등이 있어요. 또 1985년에는 서울예술단의 『겨레의 갈망』이라는 작품의 안무를 해서 평양에 가기도 했고요. 북한과는 그 전에도 전통춤의 교류는 있었지만, 그때 남쪽의 현대춤을 북에 처음 선보였죠. 의미있는 작품들이 참 많습니다.
또, 작고하신 김영태 선생이 “최청자 안무가와 툇마루무용단의 춤의 정신은 우리 것이고, 춤의 기교는 현대성을 띠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이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세련됐지만, 그 안의 핵심에서는 우리의 것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만들어서 무대에서 펼칠 수 있는가를 꽤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툇마루무용단이 지향했던 안무 스타일이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안병순 _ 방금 말씀하신 작품들이 바로 툇마루무용단의 40년을 다 아우를 수 있습니다. 그 작품들을 1980년대, 1990년대 시대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 전에, 최청자 안무가의 춤의 정신이라고 한다면 ‘뿌리 깊은 창조성’이에요. 뿌리 깊은 창조성의 생명력을 얻기 위한 실험적이고 대중적인 작업이 큰 사명감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시 말해 그 이면에는 전통을 근간으로 주체성 있는 한국적 현대무용의 표현기법이 있고, 표피적인 신체언어는 서양식이라 할지라도 그 언어를 담아내고 그려내는 근본적인 주장이야말로 우리 것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김영태 선생이 그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신 겁니다. 그래서 김영태 선생께서 “초현대적인 세련된 감각의 스타일과 깊이 있는 우리 정체성을 극명하게 표현해 낸 가장 훌륭한 안무가”라고 말씀하셨어요.
큰 틀에서 시기별로 작품들을 정리해볼게요. 1980년대야말로 그 시기의 여러 작품들을 보면, 개개인의 특성들을 파악하고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성을 창조해냈어요. 그것을 보면, 당시 한국의 현대무용의 주류 스타일과는 다르게 영국활동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주장하는 뿌리 깊은 역사성을 많이 탐미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1980년대에 라반 극장에서 했던 『올드 앤 뉴(old and new)』, 『썸씽 로스트(something lost)』 같은 작품들을 보면, 그쪽 무용수들과 같이 한 작품이었지만 우리 것, 우리 전통의 음악을 활용해서 그들의 특성을 녹여내서 특색 있게 작품을 했습니다. 당시 프레스턴 던롭 교수는 “그녀의 실험정신은 동양의 얼을 현대적 해석으로 승화시켜 동서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에 한 작품으로는 대중성과 창작미를 대표하는 『농구』, 『갈증』, 『묵시』, 『겨레의 갈망』, 『유사』 등이 있는데, 이 작품들을 보면 길지 않은 작품인데도 짧은 임팩트로 전달되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작품성들로 회자됩니다. 그런 요소들이 창작의 한계를 뛰어넘는 한국적 특성과 대중성을 위한 특징들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성과 한국적 정서를 독특하게 표현해내
조진희 _ 제가 1980년대에 주로 무용수로 출연을 많이 했는데요. 사실 저는 최청자 교수의 『농구』라는 작품을 보고 세종대에 오게 됐어요. 저는 부산 출신이라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그때 최 교수님이 영국에서 막 귀국하셔서 세종대에 재직을 하시면서 세종대 학생들을 데리고 부산에 공연을 오셨어요. 제가 그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제가 여태까지 봤던 현대무용은 너무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고 그런 것들이 많았는데, 그 작품은 너무 경쾌하고 농구하는 장면을 그야말로 현대무용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슛 하는 장면 있고, 심판도 나오고…
안병순 _ 제가 그 당시에 심판으로 출연했습니다.(웃음)
조진희 _ 그 작품을 보고 저는 현대무용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하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세종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세종대에 와서 1학년 때 출연했던 작품이 『처용』이에요.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했던 작품들에 주로 많이 출연했어요. 『장화가 홍련에게』, 『처용』, 그리고 최 교수님의 역작 『불림소리』 등의 작품들에 출연했어요. 이 작품들은 굉장히 한국적인 색채와 정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에요.
또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은 교수님의 위트가 담긴 재미있고 대중성 있는 작품들이에요. 『방황하는 젊은이들』, 『해변의 남자』와 같이, 젊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하셨어요. 저는 그 두 가지 작품을 다 했던 사람이거든요. 제가 느낀 1980년대 툇마루무용단의 특징은 대중성, 그리고 한국적 정서를 독특하게 표현하는 것 그 두 가지라 생각해요.
김형남 _ 『처용』은 1985년 7회 「대한민국무용제」의 출품작인데, 그 당시에 영상기법을 사용했어요. 대형 스크린에서 촬영하는 기법을 썼어요. 그리고 1989년 작품 『불림소리』 같은 경우에는 제작진 멤버들이 정말 화려했어요.
조진희 _ 『불림소리』는 최청자 교수님의 역작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현대무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에요. 다른 과 교수님들께도 지금 봐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었고요. 김수철 씨가 음악을 작곡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작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악사들과 오케스트라를 불러 연주하게 해서 녹음을 했어요. 음악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음악 비용이 굉장히 비쌌지만, 김수철 씨 입장에서는 거의 실비만 받은 거예요. 그 당시에도 오케스트라 인건비, 녹음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이건 몇 명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인데요. 김수철 씨가 비용을 실비로 받는 대신에 이 음악들에 대한 저작권은 본인이 갖는 걸로 계약을 했어요. 실제로 CD도 발매해서 지금도 『불림소리』 음악이 남아있어요. 그리고 연출은 손진책 선생이 하시고, 안무는 최 교수님께서 하셨어요. 우리는 교수님의 안무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정기헌 _ 『불림소리』의 주제와 의도를 한 마디로 하면 뭔가요?
조진희 _ ‘구원’이에요. 가장 중요한 메시지죠. 1980년대에는 쿠데타도 일어났고 민주화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던 시대잖아요. 그래서 민중들의 억압된 삶을 구원으로 승화시키는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에요.
그 작품의 무대 장치를 보면, 무대 중간에 거대한 손이 네 개 정도 나와 있고, 철로 만든 사람 형상 조각들이 뒤에 쫙 서있었어요. 현대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군상들을 표현한 거고, 우리 무용수들이 그 군상의 일부가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손이라는 메타포를 이용해 구원의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신 거예요. 그런 점에서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수들의 동작 중에서도 손을 이용한 동작들이 많아요. 무척 많은 시도를 하셨어요. 무대 안에서 거인 같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그런 식으로 형상화 하는 작업들이 굉장히 치밀하고 디테일했기 때문에 역작을 만드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병순 _ 제가 좀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1980년대 최청자 현대무용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2년의 『묵시』, 『갈증』이라는 작품을 보면, 극작가 차범석을 만나서 삶의 목마름을 작품화한 거예요. 차범석 대본, 김소희 창, 김덕수 사물놀이패 음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그리고 1983년의 『유사』라는 작품은 박용구의 시(詩)를 기반으로 창작했고요. 1984년에는 『살어리랏다』라는 작품은 일본 국제 콩쿨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그리고 1989년의 『불림소리』는 한국춤의 발 디딤에서 착안하여 우리의 동작과 이미지를 초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1989년 11회 『대한민국무용제』 대상 작품으로 음악상 김수철, 미술상 이상봉까지 3개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을 했어요. 장광열 대본, 손진책 연출, 김수철 음악, 최청자 안무, 이상봉 조명. 한마디로 당시에 초호화 드림팀이었죠. 전통과 현대의 갈등 자체를 춤의 대립구도로 설정해서 극복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희망과 연속적인 영혼의 힘을 불어넣는 소리가 바로 삶의 소리로서 불림소리이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미주와 유럽 순회공연에서도 굉장히 센세이션을 일으킨 대표작품입니다.
조진희 _ 『불림소리』의 비하인드를 하나만 더 얘기할게요. 안병순 교수님께서 공연 연습을 하다가 무대 위에서 부상을 당해 무릎을 크게 다치셨어요. 그래서 결국 공연에 출연을 못 하셨어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죠. 저는 1989년 『불림소리』 초연작에 출연했던 무용수인데요. 오후 5시 연습 시작해서 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한 적도 있어요. 거의 12시간을 연습한 거죠.
정기헌 _ 『불림소리』가 여러 번 재연되었는데, 초연작을 보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스텝으로 함께하신 분들을 보니 국립무용단의 예산규모에서나 만들 수 있는 그런 팀이 함께 작업을 하였군요.
안병순 _ 그 시대에 분야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앞서가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최청자 현대무용의 흐름을 주도했던 바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기헌 _ 김형남 선생은 90년대에 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수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을 것 같은데요.
김형남 _ 공연이 정말 많았어요. 정식으로 입학하기 전부터 공연을 할 정도였어요. 입학식이 3월인데 2월부터 공연연습에 참여할 정도로 유난히 공연이 많았던 해였어요. 그래서 실력이 빨리 늘 수밖에 없었습니다.(웃음)
제가 기억나는 건, 92학번으로 입학하고, 최청자 교수님의 툇마루무용단 작품 『사계』가 완성됐어요. 봄은 『봄 속으로(92년)』, 여름은 『해변의 남자(95년)』, 가을은 듀엣 작품인 『가을(91년)』, 겨울은 『겨울 탱고(93년)』와 댄스 뮤지컬 『겨울이야기』에요. 『봄 속으로』는 제가 대학교 2학년인 1993년에 했는데,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1995년에 완성된 『해변의 남자』는 한국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영국에서 공연하기도 했죠. 아주 획기적이었어요.
정기헌 _ 사계절의 느낌을 담은 연작을 만든 것이군요?
김형남 _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7년 동안 진행된 장기 공연 작품인 댄스 뮤지컬 『겨울이야기』에 출연했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인 공연패턴이었어요. 최청자 교수께서 ‘댄스 뮤지컬’이라는 명칭을 거의 선언하다시피 하면서 만드신 작품이에요. 뮤지컬과 춤이 어떻게 연결되어 완성되는지를 보여주셨어요. 겨울에 공연하는 발레작품에는 항상 『호두까기 인형』이 있잖아요. 그러면 매년 현대무용에서는 대중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면서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거죠. 그래서 만든 작품이 『겨울이야기』인데 성공적인 장기공연 레퍼토리로 이어졌죠. 그런 식으로 새로운 패턴을 만드신 것에서 우리도 굉장히 많이 배웠고, 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입니다.
정기헌 _ 툇마루 툇무용단의 90년대 작품과 무용단은 어떤 분위기 였나요?
김형남 _ 최청자 교수님께서 90년대에도 물론 작품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셨지만, 안무가, 출연자로 제자들에게 공연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무척 어린 나이에 툇마루무용단 정기발표회에 창작 작품으로 참여하게 됐고요. 그때가 1996년이었는데 저는 25살밖에 안 됐어요.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게 큰 영광이었죠.

1995년에 민간단체 최초로 프로 무용단을 선언
안병순 _ 또 한 가지는 1995년에 15주년을 기념하면서 민간단체 최초로 프로 무용단을 선언했다는 큰 의미가 있어요. 다시 말해 민간단체 최초로 프로화를 선언한 거예요. 그 의미는 민간 무용단체의 전문성과 직업화의 실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약간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당시 무용계의 흐름을 봤을 때 그래요. 예를 들면 레퍼토리별 연봉제와 비슷한 개념이었어요. 왜냐하면 공연이 워낙 많다 보니까 작품에 출연한 모든 멤버들한테는 항상 연말에 한번 씩 출연료 일괄정산을 하거든요.
정기헌 _ 1995년의 프로화 선언이 의미가 있군요. 그리고 타 무용단체가 참고해야할 부분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작품활동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무용단체가 별로 없죠. 다른 동문무용단에서 거의 시행되지 않는 점인데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런 부분이 단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기본이 되겠죠.
안병순 _ 맞아요. 공연도 참 많았고, 좋은 레퍼토리가 많다 보니 초청도 많이 받고, 협찬도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공적으로 다 정산이 됐죠. 이게 기반이 되어서 무용단의 프로화를 선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레퍼토리들과 모든 공연 기획적인 측면에서도 단체운영과 관련하여 예측 가능한 앞서가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형남 _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해결할 정도였으니 굉장히 컸죠.
정기헌 _ 그리고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항상 작품 활동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발표하고 무대를 지켜왔습니다.
조진희 _ 1990년대 작품들에도 여전히 최청자 교수님의 한국적인 독창성을 가진 안무작과 대중적 안무작이 공존해 있었어요. 『해변의 남자』와 같이 대중적인 작품, 그리고 『가을』과 같이 한국적 색채가 굉장히 짙은 작품 등이 90년대까지도 공존했습니다. 『가을』의 경우에는 무용수가 딱 세 명 출연해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예술의 극대화를 느꼈어요. 작품이 너무 좋아요. 라반센터에서 라바노테이션의 무보를 완성하는 작품으로 지정이 됐어요.
김형남 _ 지금도 『가을』이라는 작품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기헌 _ 이동하 선생은 졸업을 한 해가 2010년인가요?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지금 후배가 훨씬 많으실 것 같아요. 최고참으로 무대에 서시는 거죠?
이동하 _ 네, 지금은 그렇죠. 활동은 2006년도부터 계속 했어요. 제가 혜택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최청자 교수님께서 무용단에서 제자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제가 그 혜택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제 후배들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툇마루무용단과 저와의 관계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학교 때 댄스 스포츠를 전공했는데, 그 당시에 댄스 뮤지컬인 『겨울이야기』라는 공연을 봤어요. 무대에서 무용을 하는 걸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무대에 꽃가루가 날리고 자동차가 나오고 걸 보고, 전공생도 아닌 제가 이 작품이 참 멋있고, 재밌고, 화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런 공연은 처음 본다고 얘기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또 댄스 스포츠로 서울대학교 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또 툇마루무용단이 축하공연을 하러 온 거예요. 제가 현대무용 전공생은 아니었지만 툇마루무용단에 대한 인식이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현대무용을 시작할 줄도 몰랐고, 툇마루무용단에 입단할 줄도 몰랐는데 그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척 신기해요.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많은 안무가들이 다양한 빛깔을 내며 활동중
정기헌 _ 현재 툇마루무용단 무대의 일선에 선 무용가로서 2010년도 이후의 작품활동은 어떻습니까?
이동하 _ 돌이켜 보면 제가 입학하고 나서 『해변의 남자』라는 작품에 출연하고, 『불림소리』라는 작품에도 출연하면서 이 작품들이 과연 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생각해봤어요. 시대를 반영하는 춤을 췄기 때문에 대중들도 열광하고 좋아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정신을 가지고 ‘이동하의 툇마루무용단’, ‘후배들의 툇마루무용단’ 등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들이 컬러풀하게 나오기 때문에 대중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정신을 후배들도 이어나간다면 더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형남 _ 툇마루무용단의 공연은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 공연도 무척 많고, 국가 행사들도 다 맡아서 했어요. 「88 서울올림픽」부터 시작해서 「2002 월드컵」과 「평창문화올림픽」까지 쭉 이어나갔죠.
안병순 _ 저도 「서울올림픽」부터 「대전 엑스포」, 「밀레니엄 행사」, 「2002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등의 안무자로 정말 많이 참여했어요. 또 작년에 「3·1절 100주년 광화문 행사」에도 김형남 교수와 안무로 참여했어요. 툇마루무용단의 국제행사로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행사들에서 툇마루무용단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섭렵했다고 봅니다.
조진희 _ 2000년대 이후에는 그야말로 최청자 교수님의 역작들은 리바이벌 되어서 계속 공연이 되고 있고, 그 와중에 이제는 새로운 안무가들에게 포커스를 맞췄어요. 우리 툇마루무용단의 특성이 바로 그거 같아요. 좋은 무용가가 있고 좋은 안무가가 있기 때문에, ‘이동하 툇마루무용단’이 공연을 하면 이동하가 안무자가 되고 나머지가 무용수로 받쳐주고, ‘김형남 툇마루무용단’이 공연을 하면 김형남 교수가 안무자가 되고 좋은 무용수가 또 뒷받침해줘요. 이런 공동체적 역할들이 내부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무용수와 안무가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 무용단 출신들 중에 영상 감독, 조명 감독, 음향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시너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헌 _ 현재는 단원이 된 사람들이 세종대에 계신 김형남 교수의 제자들일 것 같은데요. 무용단에서 활동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인드로 어떤 걸 강조하나요?
김형남 _ 제일 중요한 건 무용실에서 같이 땀 흘리고 서로 참고 이해하는 거예요. 그것만 있으면 실력이 좀 부족해도 점점 맞춰나갈 수 있어요. 춤은 기계적인 동작이 아니라 서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자세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정기헌 _ 툇마루무용단을 통해 최청자 선생이 심어 놓은 뿌리가 쭉 자라면서 여러 다양성을 만들어냈는데요. 춤의 무대는 결국 작품으로 말을 하고 작품에 메시지를 담으니까, 툇마루를 통해 좋은 안무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저도 1990년대 초반 학번이어서 그 당시 김형남 교수가 무용수로 무대에 선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함께 무대에 섰던 훌륭한 무용수들이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인상적인 무용수는 누가 있었는지 소개해주시죠.
안병순 _ 1980년대를 보면 그 당시에 툇마루무용단은 앞서 말씀대로 공유개념이 됐는데요. 제 선배들부터 얘기하면 김혜정, 안주경 교수로 시작되는 걸출한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있었고, 저와 함께했던 박용옥, 최병희, 그리고 이후에는 박종호 같은 훌륭한 무용가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조진희 선생과 같은 동기였고 굉장히 에너지가 많았던 황혜선, 이은선, 그리고 1980년대 마지막에 최일규, 정광국, 김태훈 등 많은 후배들이 배출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오면 김형남 교수 이후의 세대가 이어지는 거죠.
조진희 _ 저는 제일 아쉬운 분이 안병순 교수 동기인 박용옥 선생이에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1등 무용수였어요. 그만한 분이 없었죠. 굉장히 훌륭한 무용수였고, 대한민국 무용계에서 박용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 분이 불의의 사고로 무용을 더 이상 못하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안병순 _ 1990년대의 남자들은 최일규, 정광국, 김태훈 등을 포함해서 김형남, 노정식, 이영일, 정연수, 최문석, 류장현 등으로 쭉 이어지게 됩니다.
김형남 _ 다들 개성이 너무나 다양해요.
정기헌 _ 최일규 씨는 입학할 때부터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죠? 그 분은 지금 어떻게 되셨나요?
안병순 _ 네, 대단했습니다. 워낙 알레그로가 월등한 훌륭한 무용수였죠.
조진희 _ 지금은 명지대 뮤지컬학과 교수로 계세요. 우리 툇마루무용단 출신 현직 교수들이 10명이더라고요. 스타트를 끊은 사람이 단국대 김혜정 교수이고요. 그리고 경상대에 계신 안주경 교수, 순천향대 안병순 교수, 광주여대 여순심 교수, 명지대 최일규 교수, 창원대 김태훈 교수, 세종대 김형남 교수, 용인대 노정식 교수 등 수 많은 툇마루 출신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창작분야 그리고 기획과 전문스탭의 공연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기헌 _ 이동하 안무가의 작품은 제가 많이 봤는데, 현재 함께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 안무가들을 소개해 주세요.
이동하 _ 현재 안무가로는 워낙 많지만 대표적으로는 김경신 안무자가 있어요. 제가 바라보는 관점으로는 그로테스크한 움직임과 오브제의 활용을 굉장히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음악도 직접 작곡하는 능력까지 있으셔서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이번 11월 14~15일에 서강대 메리홀에서 김환희, 김규진, 저, 이 세 명의 안무가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공연이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라간다면 개성이 각각 다른 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대비중인 툇마루무용단
정기헌 _ 툇마루무용단은 새로움과 도전을 하면서 우리 전통의 중심을 놓지 않고 현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많은 안무가들이 다양한 빛깔을 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40주년이 되었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고, 또한 우리 무용계가 기념을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60년까지도 탄탄히 가실 것 같은데요.(웃음) 앞으로 50주년 때는 어떤 걸 담고 싶은지, 어떻게 발전시켜 갈 건지 이런 생각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형남 _ 2014년에 ‘세종무용콘텐츠연구소’를 시작했는데요. 툇마루무용단과 같이 교육이나 공연개발 프로그램을 만들고 협력해서 새로운 것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2015년에 컴퓨터 공학과, 패션 디자인학과, 무용학과 등 세 학과와 툇마루무용단이 함께 모션캡처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는 거예요. 그래서 디지털 패션쇼도 했고요.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게 그런 방식들이잖아요. 그리고 2016년에는 ‘모바일 가상현실 연구센터’와 툇마루무용단이 함께 해서 VR을 이용해 새로운 안무들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언택트 시대를 맞아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툇마루무용단을 점점 탄탄하게 만들어서 내년쯤에는 상주단체에도 도전하고, 신진예술가들이 탄탄하게 지원받고 열심히 활동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합니다.
정기헌 _ 툇마루무용단이 이렇게까지 해올 수 있었던 건 무용가들의 열정적인 노력 때문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열정을 담을 수 있는 틀로서 학교라는 본거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강사로 자리를 얻어 교육과 발전을 병행 할 수 있죠. 우리나라 무용 단 대부분이 대학 중심의 동문무용단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앞으로는 그 대학이 우리사회에서 똑같은 포지션으로 남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 무용단의 순환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995년 프로무용단을 지향한 것처럼 대학기반이 아닌 새로운 발판을 한번쯤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무용단의 창단의 핵심이었던 초대 예술감독이 정년을 맞거나 현장에서 멀어지면 함께하던 제자들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툇마루무용단과 최청자 선생은 워낙 탄탄하고 끈끈하게 단체를 만들어 온 것 같습니다.
김형남 _ 다른 대학교의 동문 무용단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세종대와 툇마루무용단은 다른 학교나 동문 무용단보다 훨씬 개방적이었던 것 같아요. 억제하기보다는 외국이든 어디든 나가서 배우고 들어오고, 이런 과정이 시너지 효과를 많이 냈다고 봐요.
정기헌 _ 계속 새로운 것을 채우는 거죠.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주세요. 개인적인 준비하시는 작품이나, 최청자 선생이나 툇마루무용단과 관련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또는 내가 툇마루 사람이라는 걸 느낀 경험 같은 것도 소개해주시면서 오늘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동하 _ 아까 몇몇 단원들을 소개할 때 너무 많아서 지금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다 얘기를 못했는데요. 11월15일에 「생생춤페스티벌」 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마그리트 작품이 올라가요. 단원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언택트 시대에 맞춰서, 『이미지의 배반』이 현장예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을 무용수, 안무가, 영상 감독이 함께 어떻게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보여줄 것인가 의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언택트 시대를 위기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죠. 하지만 작품을 잘 만들어서 녹여내고 대중들에게 보여준다면, 대중들도 예전의 저처럼 툇마루무용단을 알게 되고 현장 예술에 분명히 찾아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자는 정신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정기헌 _ 젊은 사람들 중에 모바일에 올릴 수 있는 짧은 3분짜리 정도의 작품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나요? 언택트 시대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시간이 더 지나면 무대에서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고, 또 한편에는 영상으로 춤의 매력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동하 _ 다들 도전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요. 그냥 무대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그걸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현장 예술은 현장 예술대로 살려두고, 언택트 시대를 맞아서 댄스 필름을 어떻게 개발한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회의 중입니다.
김형남 _ 새로운 안무자의 형태가 등장할 것 같습니다. 툇마루의 지금까지의 저력을 생각해 보면, 가족 같다는 점이 첫 번째입니다. 선배, 후배, 멘토, 멘티처럼 위에서 받아온 것을 밑의 후배에게 계속 전해주는 거죠. 믿어주고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꽤나 끈끈하게 계속 쌓였죠. 그게 저희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코로나 시대가 와도 그런 탄탄한 것들이 있다면 어떤 시대가 되어도 새로운 형태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서적 공동체이자 춤공동체
조진희 _ 아까 말씀하셨듯이, 굉장히 큰 어른이자 스승인 안무가가 연세가 드셔서 뵐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무용단이 와해가 되는 현상들이 있는데요. 우리 툇마루무용단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툇마루무용단은 정서적 공동체이자 춤공동체이고, 이 두 공동체가 결합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개인 안무가의 역량을 존중해주면서 공동체가 협력해서 이 개인의 안무가가 작품을 만들어갈 때 참여해주면서 서로를 인정해주는 단체이기 때문에, 아마도 최청자 교수님이 안 계신 이후에도 우리 툇마루무용단은 계속 그대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청자 교수님은 춤 기능뿐만이 아니라 춤의 정신을 함께 가르치셨고 제자들은 그러한 교수님의 정신을 물려받아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고, 또 가능할 거라 봅니다.
안병순 _ 비슷한 의미인데요. 결국 예술이라는 건 작품으로 얘기를 해야 하듯이, ‘명작은 영원하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청자현대무용단’으로 시작해서 툇마루무용단 이후에 지금까지 역사를 만들어 왔듯이, 그런 저력들이 향후 몇십 년, 몇백 년 작품과 함께 계속 지속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공연예술 자체가 원래 하나였다고 믿듯이 결국은 무용 중심의 새롭고 앞서가는 융복합 미래 비전도 툇마루무용단에서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믿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형남 _ 사실 좌담에 앞서 준비도 할 겸 어제 잠깐 차 마시면서 무용단 사람들과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이 좋았는데요. 툇마루무용단 40년의 추억을 조금씩 꺼내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저는 옛날 무용실을 경험했어요. 그 당시에 연습하던 건물이 ‘율곡관’이었어요. 지금은 음악과가 있어서 ‘모차르트관’으로 바뀌었어요. 그 건물이 나무창문이었고, 보일러가 안돼서 겨울에 무척 추웠어요. 다른 전공 선생님들과 어울려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던 추억들을 이야기하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시간, 공간, 사람들의 추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기헌 _ 맞습니다. 그런 기록들이 다큐나 화보와 같은 형식으로 남기는 것에 우리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 40주년을 기념해서 꼭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한 무용단체가 40년 동안 하나의 정신을 가지고 계속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을 여러분들이 해내신 것 같아서 무용계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해주시고, 좋은 작품들을 무대에서 계속해서 지켜내고 새롭게 만들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