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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살롱
신문수 박수동 이정문 윤승운 이두호는 심수회(心水會) 멤버이자 우리나라 명랑만화를 대표하는 만화가로 50년 지기들이다. 신문수의 「로봇 찌빠」, 박수동의 「고인돌」, 이정문의 「심술통」,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 이두호의 「임꺽정」 등은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합작 그림을 그리는 데 매진하며 미술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등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섯 명이 전지 한 장에 공동의 주제를 자신의 대표 만화캐릭터로 소화한 대작을 제작 중이다. 현재 완성한 것만 20여 점. 이 작품들은 미술 옥션에서 작품 당 500만 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합작 그림 제작을 발의한 사람은 심수회의 리더 격인 신문수였다. 만화계 원로로서 건강상 연재에 매달릴 수 없는데다가, 각자 작품을 하느라 바쁜 탓에 절친한 친구들임에도 공동 작품을 못했던 터. 신문수는 “우리 5인방의 합작을 영원히 후세에 남기자”고 외쳤고 나머지 4인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합작 그림의 멤버는 자연스럽게 명랑만화가 5인으로 정해졌다. 1970년대 중반 낚시를 좋아하는 만화가들의 모임으로 탄생한 심수회 멤버는 원래 10명이었다. 고우영, 김원빈, 오성섭이 세상을 떠났고, 지성훈은 건강이 매우 좋지 못하며, 허어는 카툰 작가다. 심수회의 정신적 지주는 고우영이었으나, 그의 타계 후 맏형 격인 신문수(1939)가 박수동·이정문(1941), 윤승운·이두호(1943)를 이끌고 있다.
명랑만화가 5인은 한 장의 전지에 작품을 공동 제작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종이의 정중앙에 다이아몬드 꼴의 공간을 잡는다. 그러면 다이아몬드의 네 변 쪽에 네 개의 그림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황금비율의 5등분이다. 정중앙 그림은 매번 바꿔가면서 그린다. 주제별 제작이니, 각각의 그림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 제작 본부는 신문수의 분당 화실로 정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신문수, 이정문, 윤승운, 이두호 등은 자주 모이고, 함께 그리기도 한다. 박수동만 충청북도 음성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네 명이 함께 그린 그림을 박수동에게 우편으로 보내면, 박수동이 빈자리를 채워서 신문수에게 다시 보낸다.
멤버 전원이 “우리도 만화 50년, 60년 했는데 뭔가 남겨야 한다”는 각오로 그림을 그린단다. 이들의 작품은 고바우 김성환이 그랬듯, 만화가 미술품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표현력으로 수십 년 상업만화 시장에서 살아남았던 ‘만화 9단’들이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는 떼어 놓은 당상이다.
항상 겸손한 윤승운도 이번에는 “그림 잘 나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솔직히 우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래도 계속 그려야지”라는 신문수에게서는 50년 지기들과 이 프로젝트를 하는 비장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때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심수회 막내로서 말없이 선배들을 따르는 이두호의 그림은 묵직하기만 하다. 한 가지에 삶을 온전히 바치는 이들을 보면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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