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5년 5월 5일 월요일|
 

춤 스크랩북

 

호랑이는 체면 하나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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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 소리는 울음. 호랑이 소리는 포효(咆哮). 시라소니 열 마리 모였다고 한 마리의 호랑이를 당할 수 있나, 안 된다. 호랑이는 호랑이. 시라소니는 시라소니.

시라소니가 호랑이를 보고 삿대질하며 말했다.
「나도 같은 호랑인데 소리 한번 쳐보지 못하니 토끼 여우에게 체면이 섭니까.」
그러니까 호랑이 화난 얼굴로 말했다.
「이 철없는 것아! 체면 때문에 참는 것은 나 쪽이야! 쌍!」

호랑이 시늉하고 싶은 시라소니 까치에게 물었다.
「산중 짐승들 모두 이 시라소니가 용기 있다고 했지.」
그러니까 까치가 비웃으며 말했다.
「경륜(經綸) 없이 너무 까불지 말랬어요. 포수 힘 믿고 해보는 거죠.」

멧돼지를 쫓다 말고 노루 뒤를 따라가는 늙은 호랑이를 보고 까치가 비웃었다.
「늙으면 별수 없군요. 옛날 같으면 단숨에 해치우셨겠는데.」
그러니까 호랑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모르는 소리 마라. 다른 먹이가 없으면 몰라도 연방 소리 지르는 것 한 마리 때문에 온 산을 부산하게 만들 수야 없잖니, 호랑이 체면에….」

속상한 호랑이 까치에게 물었다.
「이런 것들 이끌고 준령(峻嶺)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니.」
그러니까 까치가 말했다.
「그래도 순한 것들, 뒤에서 슬슬 몰고 가면 될 거예요.」

샘터 197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