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순천은 여수와 거리만 가까운 게 아니라, 여천공단이 형성되어 있어서 산업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순천은 여수보다 개발된 화려함은 덜하나, 그 대신 남도의 묵은 정감을 더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아마도 그 첫 번째가 시장일 터이다. 순천에는 중앙시장, 역전시장, 웃장, 아랫장까지 재래시장만 네 곳이다. 중앙시장과 역전시장은 상설시장이고, 서는 장으로는 국밥 골목으로 유명한 웃장이 많이 알려졌지만, 아랫장도 전남 지역에서 규모가 제일 크기로 손꼽힌다. 장날이면 장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터 먹거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말한 바처럼 웃장의 국밥이야 워낙 이름나 있으니 내쳐 두고, 아랫장 장터집을 찾아간다.
장날의 호기심으로 분주히 다니다가 끼니때를 알리는 허기짐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자 했던 집이 폐업을 해 당황하던 차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동네 주민이 우리의 행색을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는 음식점 하나를 알려준다. 친절하게도 이발소에서 소개받았다고 하면 잘해줄 거라는 인심까지 보여주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들른 곳이 ‘장터 맛집’이다. 찾아가 보니 상호도 좀 그렇고, 간판과 입구도 새것이면서 알록달록해 오래된 가게 같지 않아 약간은 미심쩍은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지만, 자전거 아저씨의 호의를 생각해서 그냥 들어갔다. 그런데 딱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놓인다. 딱 봐도 우리 같은 서울 뜨내기는 한 명도 없고, 다 이곳 분들만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지방 어디를 가도 그곳 분들이 가시는, 그분들이 드시는 가게와 먹거리가 두말할 나위 없이 제일이다. 낯선 곳에 가서 잘 먹으려면, 일단 시장을 가라. 아니면 아무리 관광지라도 그곳 말투를 쓰는 분들을 따라가면 틀림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정말 허언이 아니다.
‘장터 맛집’은 일단 식단 차림이 단출하지만, 손님맞이와 주문은 분주하다. 생선구이, 계절 해산물 국밥, 해산물탕, 동태탕 그리고 낙지철이라 탕탕이 딱 이게 전부다. 철에 따라 제철에 맞게 식단을 조금씩 바꾼단다. 점심에 간단하게 주문하니, 맛있게 잘 구운 서대와 갈치, 고등어, 국물이 시원해서 일품인 해산물 국밥이 나온다. 식사 전 여행의 참맛인 낮술의 막걸리 한잔에 안줏거리로 시킨 싱싱하고 쫄깃한 낙지 탕탕이 식감을 잊을 수 없다. 간단한 점심만으로도 다른 음식은 안 먹어봐도 맛을 알고도 남음이 있을 듯하고, 남도 반찬이야 다 알다시피 김치에서부터 첨언할 필요가 없다. 거기다가 식비가 1인당 만 이삼천 원 남짓이니, 서울서는 감히 꿈도 못 꿔볼 먹거리다. 순천도 여수 못지않게 유명한 맛집이 많지만, 여행 중에 점심 한 끼 하기에 이만한 집도 그리 흔치 않을 터이다. 오히려 점심 하러 온 근처 직장인이나 주민에게 기다리는 불편을 줘서 여행객으로서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순천서 순천만 갈대와 국가 정원을 구경하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두루 다니는 여행의 멋도 기막히지만, 새로 놓은 다리 위로 고흥까지 가는 바닷길 여정도 참 멋들어진다. 더욱이 고흥 팔영산과 능가사, 편백나무 숲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이 겨울에 따듯한 남도와 푸짐한 먹거리의 만남은 한 번 해볼 만하다. 문의 061-745-6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