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7일 인쇄
2020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0년 12월호 통권 538호 |2025년 6월 30일 월요일|
 

음악살롱

 

눈물도 멈추게 한 탈북 물망초합창단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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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李相萬)(음악평론)

코로나 확진의 소식이 절정을 이루어가는 긴박한 시점에서 2020년 11월23일 저녁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6·25 발발 70년을 다시 생각해보는 물망초음악회가 열렸다. 2012년 (사)물망초가 결성되어 북한 주민과 북한 이탈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고 역사의 조난자인 국군포로들의 안정적 정책 지원, 북한 이탈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위한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했다. 2015년 탈북 여성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치료 행위의 일환으로 노래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모여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 인권 관계 행사 모임, KBS 남북의 창에 출연하여 관심을 끌었다.
이번 공연은 이 합창단의 공식적인 첫 무대가 되는 셈이다. 코로나의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입장 시의 까다로운 검색, 제한된 관객 등으로 굳어있던 청중의 분위기가 첫 노래 아일랜드 민요 「즐거운 나의 집」, 이탈리아 민요 「날 잊지 말아라」(한때 물망초로도 불렸다), 북한 가곡 「소방울 소리」(작사 김광연, 작곡 김제선), 우리 민요 「밀양아리랑」을 들을 수 있었다. 북한 가곡 「소방울 소리」는 너무나 정겨운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선곡이었다.
30명의 여성들은 연령, 출신 배경 등이 각각 다르고 가진 역량이 다름에도 하나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노래의 감정이 일치되고 모든 노래를 외워서(암보) 부르는 정성이 듣는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명(明)오페라단의 「우정의 노래」(작곡 아델버트 스프래그), 우리 가곡 「비목」(작사 나연수),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힘차게 불렀다. 오페라단의 남성단원들 8명이 힘차고 열띤 노래를 불렀다. 국내의 젊고 뛰어난 성악가들로 확성된 소리로 공연장이 꽉 차는 듯했다. 여기서 남남북녀라는 숙어가 떠올랐다. 마지막은 물망초와 명오페라단의 합동 무대였다. 중국인 작사 작곡의 「중화반점」이라는 노래는 재미있는 노래였다.
이날의 절정은 「Oh! Korea 건곤감리」(작곡 우효원)였다. 이 곡은 전문합창단도 부르기 어려운 난곡이고 큰 곡이었다. 북, 팀파니, 피아노가 함께하는 격정적인 곡이었다. 이 작품의 해석에서 지휘자 박창석은 정성스럽고 진지한 해석으로 예술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이루었다. (피아노 김마리아) 특히 북 연주자 고석진은 무형문화재 이수자인데 이 작품을 암보로 연주하고 북을 신나게 때려 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피아노 곽신영, 팀파니 강다애)
이 연주회는 6·25 70주년 공연이므로 그 당시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미아리 고개」, 「전선야곡」을 메들리로 불러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앙코르 소리가 드높았다. 마지막 노래에서 합창단원인 최정선이 절규했다. 압권이었다. 북한 명배우 출신의 최정선은 작년 8월 29일~31일 새문안홀에서 관악극회가 제작한 그의 생애를 다룬 일인극 「빛으로의 긴 여로」에 출연, 큰 감동을 안긴 북한 출신 여배우이다.
우리가 6·25의 노래도 맘대로 못 부르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이번 물망초 공연은 민족 통일을 향한 밑바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