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살롱

단장(斷腸)은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큰 슬픔을 나타내는 말인데 그 유래는 이렇다. 중국 진나라 장수 환온이 촉나라로 배를 타고 장강의 삼협을 지나게 된다. 한 병사가 어린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왔는데, 그 원숭이의 어미가 강가의 백여 리 길을 뒤 따라와 배 위에 뛰어오르자마자 혼절하고 말았다. 원숭이의 배를 가르고 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환온은 크게 노하여 그 병사를 내쫓았다 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허구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우선 몇 가지 따져보자. 중국에는 21종이나 되는 다양한 영장류가 서식한다. 열두 띠 동물 중에도 원숭이가 있다. 다음은 원숭이가 지나가던 배 위로 뛰어들 수 있는가인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원숭이는 영리하여 잔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동작이 민첩하다. 땅 위에서뿐만 아니라 나무 위에서도 재빨라 지나가는 배 위에 올라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다음, 새끼를 구하러 그렇게 멀리까지 쫓아갈 수 있을까? 얼마간 쫓아가다 힘들면 포기할 일이지 백여 리나 배를 보면서 강가를 따라가다니 믿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원숭이의 새끼 사랑은 특별히 지극하다. 이런 원숭이 특유의 모성본능을 비추어 볼 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배에 뛰어오른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봤더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더라는 부분은 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의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원인을 유추해본다면 장이 중첩되거나 꼬여서 죽었을 수는 있다. 두 가지 다 극심한 복부 통증을 유발하며 응급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에 힘들게 쫓아와 배에 올랐지만 얼마 후 죽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동물원에서 경험한 원숭이와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아프리카 망토원숭이 어미가 핏덩이 같은 새끼를 낳았다. 정신없이 날뛰는 무리 속에서 새끼를 잘 키워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다른 원숭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새끼를 가슴에 품고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새끼를 보호하고 그런대로 포육을 잘 했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동물에서도 갓 태어난 새끼의 생존은 어미의 보살핌이 절대적이다.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어느 날 망토원숭이 담당 사육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목소리에서 벌써 무슨 큰일이 났구나 하고 직감을 했는데, 새끼가 죽어서 축 늘어진 채로 어미가 정신없이 방사장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벌써 새끼는 죽은 지 한참을 지났는데 팔을 꼭 잡고 헝겊 인형처럼 끌고 다니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흔들기도 하고 가슴에 품어보기도 하지만 죽은 새끼가 다시 살아날 수야 없지 않은가. 집착이 심한 경우에는 며칠을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그렇게 데리고 다닌단다. “이전에도 저렇게 하다 이틀 만에 포기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육사를 얼핏 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새끼를 잘 키우기 위한 어미의 희생은 동물도 이럴진대, 가끔 컴퓨터 게임중독이나 어떤 사정으로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