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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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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권 중 네 권 살아남은 「동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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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경매사이트에 출품된 최경의 만화 「동물전쟁」 책 한 권이 1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책 한 권이 고가에 낙찰됐다는 것은 대단히 희귀함을 뜻한다. 실제로 표지가 온전히 붙어있는 「동물전쟁」이 경매에 등장한 것은 약 1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세상에 깜짝 나타난 「동물전쟁」은 1963년 발행된 제23권이다.
1962년 출간된 「동물전쟁」은 무려 153권으로 이어진 당대 인기작이었다. 만화가 최경은 차형, 고행석 같은 제자들과 함께 6·25를 모티브로 한 개성 만점의 동물전쟁을 그려나갔다. 어느 조용한 일요일 새벽, 북쪽의 늑대 군(軍)과 고양이 군(軍) 연합이 남쪽의 멍멍국(國)을 기습하면서 양측이 치열하게 싸운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멍멍국의 위대한 장군 진돗개 ‘베스’와 들쥐 ‘케리’다. 압권은 멍멍군 지휘관 베스의 캐릭터다. 베스의 인기는 멋진 제복과 양쪽 어깨의 견장 때문이 아니었다. 베스는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모델로 변형한 진돗개 캐릭터였다. 그런데도 베스와 미키마우스는 거의 형제처럼 보였다. 베스의 코를 미키마우스의 코처럼 그렸기 때문이다. 베스가 미키마우스에서 비롯된 것은 최경이 인정한 사실이다. 일본에서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 캐릭터도 미키마우스를 모델로 만들어진 것은 유명하다.
「동물전쟁」 만화책은 1960년대 엄청난 인기에도 지금까지 표지가 붙어 존재하는 만화책이 네 권 정도다. 당시 만화책 초판 부수는 통상 약 2,000권인데, 「동물전쟁」은 특별한 인기로 인해 각 3,000권 이상 찍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렇다면 「동물전쟁」의 총 출판 부수는 약 45만 권이 된다. 적게 잡아 40만 권이라 하자. 세상에 나온 40만 권 중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남은 만화책은 네 권에 불과한 셈.
그 많던 40만 권은 어디로 간 것일까? 다 뜯어진 「동물전쟁」 만화책 한 권이 충청도의 한 과수원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싼 종이가 바로 「동물전쟁」에서 뜯겨 나온 페이지들이었다고 한다. 때로는 화장실 휴지로, 때로는 불쏘시개로 사용되는 것이 당시 만화책의 운명이었다.
이번에 「동물전쟁」 제23권을 경매사이트에 올린 이는 전북 김제의 한 중고서적상 부부였다. 그들은 수집을 위해 충청도의 고물상에 갔다가 온전하게 남은 「동물전쟁」 만화책 한 권을 발견했다. 하지만 「동물전쟁」이란 만화를 전혀 알지 못해, 경매사이트에도 만화코너가 아니라 서적코너에 올렸다. 이들은 1천만 원이 넘는 낙찰가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워낙 고가여서 낙찰자에게 택배로 책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실을 염려한 이들 부부는 전북 김제에서 만화책을 들고 직접 서울까지 배달하려 했다 한다. 낙찰자는 그냥 택배로 보낼 것을 요구했고, 이들 부부는 「동물전쟁」 만화책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6겹으로 포장해 보냈다. 과일 싸는 종이가, 불쏘시개가 이처럼 보물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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