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詩人과 꽃은 希臘(희랍)의 옛날부터 宿命的(숙명적)인 關係(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詩歌(시가)의 神 「아포로」가 첫사랑인 「다프네」가 月桂樹(월계수)로 化身
(화신)한 것이 서러워 그 꽃가지로 冠(관)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는 故事(고사)로부터 …… 「桂冠詩人(계관시인)」이란 榮譽(영예)의 呼稱(호칭)이 오늘에 생겨진 것이고, 그래서 過去(과거)에는 詩人들이 정말 桂冠(계관)을 머리에 썼었든 모양이다.
「뿌레렐」이 그린 詩聖(시성) 「괴테」의 臨終詩(임종시)의 뎃상을 보면 그 머리에 넓은 잎새의 月桂冠이 쓰여져 있고 또 「귀스따브 도레」가 그린 「神曲(신곡)」의 主人公「단테」의 肖像畵(초상화)에도 桂冠이 쓰여져 있으며 그래서 凡人(범인)들이 詩人으로서, 그런 名譽(명예)의 位置(위치)에서 죽고 싶게 하는 衝動(충동)을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꽃에도 詩人이름이 붙는 植物(식물)이 있다. 「詩人石竹(시인석죽)」이라는 裁培植物(재배식물)이다. 一名 「아메리카 패랑이꽃」이라고도 하는데, 이 꽃은 神話(신화)에 月桂冠(월계관)을 잘 만드는 젊은이 「리크네스」가 불쌍히 죽은 것을 가엾이 생각했던 神이 그를 이 붉은 패랑이 꽃으로 化身(화신)케 하였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月桂冠을 만들었기 때문에 「詩人」이란 冠詞
(관사)가 붙게됐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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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薔薇(장미)꽃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그건 모르긴 하여도 그의 詩集(시집)뒷장에 「詩人이란 다른 理由(이유)로는 죽지 못하는 것, 薔薇가시에라도 찔려 죽지 않으면 ……」式의 이야기가 붙어있으니 일부러 詩人과 꽃을 關係(관계)시키려는 心情(심정)일까? 薔薇가시니까 향기롭고 華麗(화려)할지도 몰른다. 그러나 찔리워 破傷風(파상풍)으로 죽는 詩人쪽에서 보면 非情(비정)한 이야기면서도 그대로 魅力(매력)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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閨秀詩人(규수시인) 「쌉포」에게 「죽은후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으냐」하는 回輪說(회륜설)에 부쳐서 「그야 물론 꽃으로 ……」라고 躊躇(주저)없이 答辯(답변)했다는 이야기니, 역시 詩人은 꽃 같은 魂(혼)을 지닌 다른 族屬(족속)인 모양이다.
西洋(서양)에서만 아니라 東洋(동양)에서도 詩人과 植物(식물)과의 關係(관계)는 아주 깊다.
中國上古 漢民族(한민족)의 詩歌(시가)를 傳(전)하는 「詩經(시경)」속에 나타나는 植物이야기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 韓民族(한민족)도 이 影響(영향)을 받아 詩經式(시경식)의 植物觀(식물관)을 가지게 됐었지만 ― 그래서 옛 우리의 詩人들은 으레 四君子(사군자)쯤, 말하자면 梅蘭菊竹(매란국죽)의 墨畵(묵화)쯤을 칠 수 있어야 行勢(행세)가 됐던 것 그 君子(군자)들을 노래한 詩들이 많다. 新詩(신시)에 이르러서도 金素月(김소월)의 「진달래」며 「산유화」 金永郞(김영랑)의 「모란」을 비롯해서 詩속에는 꽃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헌데 개중에는 季節(계절)과 어긋나는 境遇(경우)며 實際(실제)아닌 事實(사실)들이 적혀져 있는 수가 比較的(비교적)많은데 ― 觀察(관찰)의 不正確(부정확)에서 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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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韓龍雲(한용운)氏의 「海棠花(해당화)」라는 詩다.
「당신이 해당화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전에 어서 오시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들은체 하였더니 ……」

꽃피는 時期(시기)도 場所(장소)도 아주 틀린다.
말하자면 海棠花는 여름 海邊(해변)에 피는 꽃인데 봄 뒷동산에서 핀다고 했으니 말이다.
或 늦봄에 피는 찔레꽃을 잘못 表現(표현)한 것일까. 그렇지않으면 「월계화」를 잘못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空超 吳相淳(오상순)氏의 「幻想(환상)」이란 詩 속에
「활짝 펴난 香氣(향기)풍기는 핏빛인양 새빨간 글라디오라스 ……
찌는 듯 무더운 七月 하늘」

事實 「글라디오라스」는 香氣가 없는 꽃인데 香氣를 덧부친 것은 역시 틀린 한 例(예)다. (以上 모두 우리 詩壇(시단)의 巨匠(거장)들이시니까 이만한 失禮(실례)로도 損傷(손상)은 없으시겠지)
詩人들이 자주 쓰고 싶어하고 鄕愁(향수)(?)를 느끼는 나무이름에 「白樺
(백화)」(日本名)라고 있다.
높은 山 양지쪽에 自生(자생)하는 落葉喬木(낙엽교목)으로 나무 겉껍질이 희고 옆으로 볏껴지는(봄에 꽃피는)나무 말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자작나무」라고 하는데 詩에는 그대로 白樺(백화)로 쓰여지고 있다. 勿論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작나무란 「좀자작나무」며 「부전자작나무」「덤불자작나무」「대택자작나무」의 通稱(통칭)이므로 詩人들이 願(원)하는 적어도 日本語感的
(일본어감적)인 그런 淸楚(청초)한 모양의 植物이 속속드리 說明(설명)안되는 것 같을지는 모르나 역시 「白樺」이면 우리 이름은 아니니까 말이다.
「광막한 고원지대
안개낀 백화(白樺)숲을 헤치며
향기로운 흙냄새 속에……
낭만한한 민요와 무도로 밤새워
노래하면서 오래 오래 살아온
항가리 사람들이어!」
<楊明文(양명문)氏 항가리 사람들이어>

우리 式으로 따지면 「樺(화)」字와 「樗(저)」字는 같은 나무로 取扱(취급)되니 樺는 곧 「가중나무」를 말하게 되어 境遇(경우)는 完全(완전)이 달라진다.
「가중나무」면 누구나 다 아는 街路樹(가로수)「소태나무科」(苦木科고목과)의 나무다. 六月달 乙支路(을지로) 六街(육가)쪽이나 孝子洞(효자동)쪽 넓은 길에 꽃피는 …… 樺으로 불리우는 나무가 이런 種類(종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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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呈(유정)씨의 <가는 봄>이란 詩에
「…… (前略)
가는봄 먼들에 피하여 와서
나생이 하얀꽃 꽃니파리 뜯어
…연순이
푸른 푸른 하늘에 던지 옵네
민들레 노란꽃 꽃니파리 뜯어
…정자
맞파람 낮바람에 날리옵네」

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나생이」란 이른봄 들의「냉이」의 사투리다. 사실 냉이꽃은 흰빛이다. 헌데 모양이 꼭 냉이와 같으면서 꽃만이 노랑빛의 것에 「꽃다지」가 있다. 이 詩는 植物面(식물면)으로 보면 정말 僥倖(요행)스럽게 잘 나갔다.
薛昌洙(설창수)氏의 <蕙(혜)>란 詩 標題(표제) 附言(부언)에 「잎 진뒤에 피는 蘭(난)은 蕙(혜)다」라고 있다. 좋은 꽃 이야기다. (勿論 이 이야기의 본뜻은 잘 모르겠으나) 「山林經濟養花集(산림경제양화집)(朴世堂(박세당)編(편)」에 보면
「一幹一花(일간일화) 而香有餘者(이향유여자) 蘭也.
一幹六七花 而香不足者 蕙也」라고 되어 있다.
꽃이 한가지에 한포기 피고 香내 많은 것이 蘭이요, 한가지에 꽃이 六, 七個 달리고 香내 적은 것이 蕙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詩人은 蘭과 蕙를 區別(구별)한 理由가 따로 있었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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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꽃 이름에 趙炳華(조병화)氏의 「柳仙花(유선화)」같은 것이 있다, 詩에서 읽으면 이 꽃은 바닷가 모래 밭에 붉게 피는 꽃이라고 했는데 或 海棠花의 사투릴까?
金素月의 「山有花」도 그렇다.
이꽃은 「메나리꽃」이라는 古文學者들의 이야기다.
「메」는 山이고 「나리」는 꽃이라는 것에서 ― 山丹花(산단화)를 붉은 개나리로, 白合花(백합화)를 흰 개나리라고 부른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리」는 꽃이라는 말이며 그래서 山有花는 「메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山花라고는 될지언정 「山有花」라고는 되지않지 않겠는가 하는 것에 對하여 가람 李秉岐(이병기)氏는 山有樞(산유추), 野有梅(야유매) … 等 當時(당시) 漢字(한자)를 즐겨 쓰든 慣習(관습)에서 音律上(음율상) 自然히 有字가 붙어서 山有花가 된 것이란 말이다. 헌데 詩人 趙芝薰(조지훈)氏는 山有花란 메나리꽃의 縮略(축략)된 雅譯(아역)이라고 主張한다.
「메나리꽃아! 메나리꽃아!」하는 起句(기구)가 언제 漢譯(한역)되었는지 「山有花兮 山有花兮…」 라 되었고, 그 訛傳(와전)으로 「산유홰」가 되고 … 「메나리꽃」노래가 줄어서 「메나리」가 되고 「山有花歌」가 줄어서 山有花가 되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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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學校 「師大學報(사대학보)」(創刊號)에 보면 「우리나라 現代詩集一覽表(현대시집일람표)」가 調査(조사)되어 있다. 거기에는 1923年 金億(김억)의 「해파리의 노래」로부터 始作(시작)되어 1955年까지 約30年동안 360餘卷(여권)이 集錄(집록)되어 있는데 그 中 꽃에 關係된 標題(표제)의 詩集만을 골라보면 대강 이렇다.
金素月著 「진달래꽃」. 許利福(허리복)著 「無名草」. 金東鳴(김동명)著 「芭蕉(파초)」. 鄭昊昇(정호승)著 「모밀꽃」. 康鴻運「(강홍운)著 「路傍草(노방
초)」. 金東煥(김동환)著 「海棠花」. 李熙昇(이희승)著 「박꽃」. 尹永春(윤영춘)著 「無花果」. 金世翊(김세익)著 「石榴(석류)」. 金壽星(김수성)著 「갈대」. 金壽星(김수성)著 「고란초」. 金相沃(김상옥)著 「석류꽃」. 朴一松(박일송)著 「木蓮花」. 許利福(허리복)著 「박꽃」. 李雪丹(이설단)著 「들국화」. 吳相淳(오상순)著 「望鄕草(망향초)」等이고 아쉬워서 다시 꽃에 關係있는 것을 더 찾아보태면 「處女(처녀)의 花(화환)」(盧春城노춘성). 「草原」(金泰牛김태우). 「靑柿(청시)」(金達鎭김달진). 「隱花植物誌(은화식물지)」(咸允洙함윤수). 「花甁(화병)」(林春吉임춘길). 「綠野(녹야)」(方基煥방기환). 「草笛(초적)」(金相沃김상옥). 「해마다 피는꽃」(金容浩김용호). 「땀과 薔薇(장미)와 詩」(金泰洪김태홍). 「구름과 薔薇」(金春洙김춘수). 「落花壁(낙화벽)」(金冠植김관
식). 「樹液(수액)」(金浩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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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鄕草(망향초)」니 「無名草」니 「路傍草」, 「花郞草」따위는 勿論 實存(실존)의 植物 아닌 托意語(탁의어)로서 지금은 流行歌(유행가)에나 나올까. 다시는 詩集標題나 글귀에 當然히 나올 것은 못된다. 왜냐하면 이런 熟語(숙어)는 이미 한물 낡은 近代語(?)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近代 西歐文化(서구문화)가 日本을 거쳐 들어올 때 所謂(소위) 日本식의 말 「母子草」니 「宵待草(소대초)」니 「勿忘草」니 하는 式의 一種 開化風趣(개화풍취)의 呼名(호명)이 그대로 轉用(전용)되어 當時(당시)로서는 絶對로 魅力的(매력적)인 것으로 使用(사용)되었고 그래서 이것이 「浮萍草身世(부평초신세)」式인 보다 文學的인 것과 結付(결부)되면서 結局너무 大衆口味(대중구미)에 適格(적격)했던 탓으로 그만 完全 大衆用語化(대중용어화)되어 野해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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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詩中에 鄭芝容(정지용)氏의 蘭草가 좋다.
「난초잎은 차라리 水墨色(수묵색) 난초잎에 엷은 안개와 꿈이오다―」
이것이 그 첫 句節인데 墨畵(묵화)를 처보면 더욱 實感(실감)나는 이야기다. 정말 난초잎은 實物(실물)보다 墨畵로서의 그 휘어진 잎세나 韻致(운
치)있고 生命이 있게 보인다.
盧天命(노천명)氏의<푸른 五月> 이란 詩속에 사투리면서 魅力的(매력
적)인 植物이름들이 나온다.

「풀 냄새가 물씬 香水보다 좋게 내코를 스치고 청모래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데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흔입나물, 젓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
이건 實際詩人이 손수 나물캐려 다니면서 찾아낸 植物들임을 곧 알 수 있다.

申東峻(신동준)氏의 <진달래>라는 꽃詩가 나는 좋아 여기에 적어본다.
죽은 眞伊의 핏기가신 입술 차디찬 진달래 입맞추어
먼날 향기 찾아 가근자근 씹으면 계집애는 그렇고 그런 것
아무래나 아무래나 그런 인생에 산꽃이 고웁던가.
비웃는 귀신이 잠긴꽃 향기는 두고보지
매마른 가지 끝에 꽃닢을 물어 뜯으니
바람과도 떨리는 가지마다 아가 꽃송이
멀리서 가까히서 진달래

現代詩 二集 1958年10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