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10주년 기념공연 「가곡정담」이 열렸다.(11월28일, KOUS) 여창가곡의 인간문화재 김영기 명인이 가곡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창가곡의 명인들의 음악적(발성적) 특성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지금은 여창가곡의 위기다. 국악계에서 여창가곡을 전공한 이들이 많진 않다. 그래서 위기일까? 여창가곡을 제대로 부르는 젊은이가 드물어 위기다. 젊은 그들의 노래에서 가곡 또는 여창가곡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통에 갇힌 멸종위기 ‘정가’, 서양선율 입혀 대중 홀리다”라는 기사 제목을 보았다. 2018년 「적로」에 출연한 여창가객 하윤주에 관한 내용이다. 실제 기사는 그런대로 괜찮았다지만, 기사 제목은 지금까지도 뼈아프다. 정가가 전통에 갇혀 위기를 초래했을까? 정가의 문제는 무언가? 전통을 몰라서 그렇다. 여창가곡을 잘못 이해해서 위기가 초래됐다. 여창가곡을 부르는 젊은 가객은, 대개 곱고 예쁘고 다소곳하게 부른다. 언제부터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졌다. 자세부터 발성까지 매우 인위적이다. 노래의 기본인 호흡의 넘나듦이 실종되었다.
「가곡정담」에선 김영기 명인도 요즘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가곡은 ‘에너지를 매우 잘 조절해서 불러야 하는 노래’라고 역설한다. 요즘 젊은 가객의 노래에선 때론 에너지 자체가 매우 빈곤하다. 지식층의 사랑했던 가곡이 에너지를 겉으로 발산하는 노래는 아니다. 반면 ‘절제된 감정을 전제’로 해서, 에너지를 함축한 후에, 그걸 여러 방법으로 잘 풀어내는 노래다. 곱고 예쁜 소리는 여창가곡의 필요조건은 될 순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절제된 정서를 바탕으로 해서 풀어가는 ‘음악적 긴장감’이 없다. 에너지를 옹골차게 품고 있지 않고, 그걸 풀어내는 방법이 서툴다.
요즘 국악계의 보컬들이 오디션프로그램에 진출하는 걸 종종 본다. 매우 바람직하며 크게 응원하고 싶다. 판소리와 민요에 비해서 정가(여창가곡)의 보컬이 걸린다. 때론 정가 전공 출연자로 해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될 때도 있다. 발성, 발음, 해석이 아쉽고 음정마저 불안하다. 이건 가곡의 문제가 아니라 가객의 문제다. 소리는 본디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입안에서 웅얼거리듯한 소리를 정가의 특성으로 착가하는 건 아닌가?
여창가객이 방송이나 공연에서 실제 부르는 새로운 노래에서, 여창가곡의 매력이 실종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건 작곡 곧 창작의 문제일까? 전공자가 새로운 노래 안에 가곡적 요소를 잘 집어넣지 못하는 게 큰 문제다. 가곡은 느린데 요즘 노래는 그렇지 않아서 그렇다고?
판소리 전공자가 가요 등 다른 노래를 부를 때 판소리적 특성을 잘 집어넣는다. 그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춘향가」 중의 ‘사랑가’와 ‘쑥대머리’를 알렸다. 가곡전공자는 어떤가? 시창 ‘관산융마’와 편수대엽 ‘모란은 화중왕’은 앞만 조금 멋지게 들려줘도 일반인이 혹할 명곡이다. 자신을 정가전공이라고 하면서 실제 부르는 노래 속에선 정가 또는 정가적 발성이 없다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여창가곡은 지속적인 위기다. 이승윤, 김영기, 황숙경, 강권순, 「가곡정담」에 출연한 4인의 선배가객의 노래를 텍스트로 삼길 바란다. 여창가곡, 얼마나 매력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