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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스크랩북
비온다고 사냥 나가지 않는 어미 호랑이를 보고 새끼 범이 말했다.
“비온다고 사냥하지 않으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지요?”
그러니까 어미 호랑이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내 털이 젖을까 봐 사냥 않는 줄 아니? 비 오면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단 말이야. 이 답답한 시라소니야.”
꼬리 빠진 호랑이 굴속에 틀어박혀 진종일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본 까치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체면일 테지만 그렇다고 굴속에서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호랑이 굴 밖으로 몸 절반쯤 내밀고 눈을 흘기며 애원하듯 말했다.
“다들 듣겠다. 왜 큰소리냐.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쪼이지 않는다는데 천하의 왕자가 이 꼴하고 나가야만 되겠니! 원.”
한가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늙은 호랑이를 보고 까치가 말했다.
“아저씨도 노래할 때가 다 있군요.”
그러니까 호랑이 이번엔 드러누워 네 발을 하늘에 쳐들고 달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나라고 늘 젊잖게 사는 줄만 아니. 요렇게 장난할 줄도 안단다. 그건 몰랐지….”
덫에 꼬리를 잘린 호랑이를 보고 여우 토끼가 수군대는 걸 안 호랑이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할 것 없다. 사슴뿔처럼 내 꼬리도 한 번씩 잘라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여우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말씀은 그렇지만 댁의 꼬리야 어디 사슴뿔처럼 한 해에 한 번씩 자라나요? 그게 문제죠.”
번개 벼락 칠 때마다 놀라는 호랑이를 보면서 까치가 비웃었다.
“깊숙한 굴속에서 놀래니 망정이지 짐승들 앞에서 어디 왕자 노릇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화난 호랑이 까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벼락 소리에 놀래서 그러는 줄 아니. 그 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런 거지.”
샘터 197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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