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권두시



춤으로 오는 사계(四季)



박 선 영

겨우내 드러누운 적막이
불면의 강물 건너오면
등에 업혀온 아지랑이 춤의 시작이요
밀밭에 연초록 파도
그 위를 나르는 나비 떼의 춤

파도는 어찌 그뿐이랴
작열하는 태양아래 푸른바다를 보라
파도로 일어서지 못한
몸부림은 춤이 아니요
수만 번 곱씹은 분노로
일어서는 것이 바로 춤이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삶의 무게가 고통일지라도
땀의 대가로 풍요가 춤을 춘다.
온통 춤의 벌판이다

격정의 계절이 막을 내릴세라
창공을 나르던 고단한 새도
마른 가지에 앉아 쉴 무렵
해마다 하심으로 오는 눈(雪)
우리로 하여금 나태와 게으름을
버리고 추게 하는,
하심은 곧 춤으로 내린다.

수없이 밟히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겨레의 삶처럼 일어나 춤추게 하라
그 춤은 적막을 깨우는 영혼의 소리요
삶을 위한 몸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