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5월 21일 월요일|
 

관무기

 

뉴욕 공연의 기회, 덤보(DUMBO)
- 김태훈·메디 핸슨·광레이 휴




윤재상(尹在祥)(Art Management NYC LLC 대표)

* 「17회 덤보 댄스 페스티벌 2017」 김태훈 안무 『레코드』 외 2편(10월5~8일 Gelsey Kirkland Artcenter in Brooklyn)
올해 17회를 맞이하는 「덤보 댄스 페스티벌(DUMBO Dance Festival)」이 화이트웨이브댄스컴퍼니(White Wave Dance Company)의 예술단장 김영순의 주관으로 10월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열렸다. 「덤보 댄스 페스티벌」은 매년 심사단 회의를 거쳐 참가단체를 신중하게 선정을 하는데, 안무력과 기량이 떨어지는 단체에게는 절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번 행사는 한국을 포함 총 7개국 70여 개의 단체와 350명의 출연자들이 행사를 벌였다. 「덤보 댄스 페스티벌」은 해외 무용가들에게는 뉴욕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신인임에도 결정된 안무가들에게는 뉴욕에서 본인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영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이스라엘인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가 덤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알린 대표적인 무용가이다. 그는 2005년 「덤보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본인의 작품성을 알리고 인정받으며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이 참가한 70여 개의 단체의 작품 중 한국에서 온 김태훈의 훈댄스컴퍼니, 미국 뉴욕의 메디 핸슨(Maddie Hanson), 그리고 뉴욕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광레이 휴(Kaunglei Hui)의 휴댄스하우스(Hui Dance House) 이렇게 세 단체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이 앞서 이야기 한 호페쉬 쉑터처럼 수년 뒤 「덤보 댄스 페스티벌」을 통해 발굴되고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정받게 될 예술가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훈댄스컴퍼니 『레코드(Record)』
김태훈이 뉴욕 공연을 위해 준비한 초연작이다. 한국적인 의상, 한국적인 음악에 배어있는 한국적인 컨템포러리 무용은 언제 봐도 신선하다.
김태훈의 『레코드』는 삶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고뇌하는 세 명의 무용수의 춤으로 시작된다. 무용수들은 각자 떨어져 시작하지만 서로 연결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들의 움직임은 뭉치고 흐트러지기가 반복된다. 안무가는 연금술사와 같다는 느낌을 준다. 무에서 유를 만들며 더군다나 금을 만들어야 하는…. 세 명의 무용수는 안정된 기량과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한다. 놀랍게도 관객들은 하나의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처음 접하는 한국적 현대춤에 깊게 빠져든다.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보니 다시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믿음이 선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차세대 유망예술인’으로 선정되어 왔다며 자기를 알리는 남성무용수 박상용의 열정에서 언젠가 또다시 그의 춤을 뉴욕에서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신선한 시도의 3인무는 높은 관객 호응도와 관심을 이끌며 행사기간 중 두 번이나 가졌던 공연의 기회를 잘 활용해 훈댄스컴퍼니의 이름을 뉴욕에 각인시켰다.

메디 핸슨의 『디스 이즈 어 리컨스트럭션(this is a reconstruction)』
6명의 남성무용수들을 두 개로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보수적인 단체의 지도자들로, 다른 쪽은 급진보하고자 하는 지도자들로 설정해 안무했다. 서로 악수는 나누지만 고개를 돌려 서로의 다른 목소리만 재확인한다. 그들은 분명히 똑같은 동작으로 똑같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다. 영락없이 현대정치의 모습을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올린 모양새다. 생소한 상황의 설정과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은 남성무용수들의 절제된 연기력은 관객들에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본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각 집단의 대립된 관계와, 같은 이해 집단끼리의 협력이 쉽게 구분되도록 안무가는 구성을 간결하게 함으로써 보는 이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때문에 보는 이들은 무용수들을 뚜렷하게 보수와 진보로 구분해낼 수 있고 작품의 흐름도 놓치지 않고 좇아갈 수 있다. 단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친절한 안무구성은 작품 전체를 가벼워 보이게 하는 단점을 들어낸다. 모던에 힙합적인 요소를 살짝 씌워놓은 안무 또한 단점을 부각되게 만드는 아쉬움이었다.
『재건』이라는 주제를 통해 두 개의 그룹군의 대립을 보여주며 인간이란 존재의 이기적인 본성과 그에 수반되는 문제를 파고들었다. 메디는 여성안무가임에도 남성무용수의 역량과 그들의 장점을 찾아 작품에 반영해 만들어냈으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예측할 수 없는 동작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휴댄스하우스의 『두 점 사이의 끈(A line between two points)』
남, 여는 베이지색 바지와 바짝 달라붙은 새파란 티셔츠의 똑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단지 하나는 반팔, 다른 하나는 긴팔의 티셔츠란 점만 다를 뿐이다. 공연을 마치며 하나를 무대 중앙에 남겨 놓고 다른 하나가 팔을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무대 우측 뒤로 빠져나간다. 빠져나간 게 남잔지 여잔지는 개의치 않는다. 단지 두 개의 점들 중에 하나일 뿐. 빠져나가는 하나의 흐느적거리던 팔의 움직임은 새파란 잔영을 깊게 만들어낸다.
중국 출신의 광레이 휴와 그의 부인 야후이 루(Yahui Lu)의 듀엣작품이다. 광레이의 춤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볼 기회가 있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의 움직임은 무대에서 보는 내내 형용할 수 없는 깊은 생각에 빠트린다. 그의 부인 야후이는 광레이의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움직임에 동반상승효과를 일으켜 그들 둘이 움직이는 동안 숨조차 쉬기 어렵게 만든다. 붙어있기가 무섭게 어느새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은 곧 두 개의 점이었으며, 그들 사이에 쳐진 에너지는 비록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두 점 사이의 끈이었다. 광레이는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인 안무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움직임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용수들의 동작만으로도 작품자체가 파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수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