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영화살롱

 

아메리칸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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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朴泰植)(영화평론)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 있어 할리우드를 따라갈 재주가 없다.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정신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갑자기 멈춰 세워 생각할 시간을 준다.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자는 뜻인데 둘이 부딪칠 때 생기는 어색한 위기를 잘도 넘겨낸다. 최신작 「아메리칸 메이드」(American Made, 더그 라이먼 감독, 극영화/범죄, 미국, 2017년, 115분)를 설명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1980년대 베리 씰(톰 크루즈)은 TWA 항공사의 베테랑 조종사인데 어쩐지 삶이 무료하게 느껴진다. 그저 조종사 특권을 이용해 불법거래를 하며 푼돈이나 챙기는 처지인데 어느 날 조종사 휴게실에서 CIA 직원 몬티(도널 글리스)와 만난 것이다. 몬티는 의도적으로 베리에게 접근했고 무기 밀반출에 협조할 것을 요청한다. 중남미 여러 나라에 들러 무기를 내려놓고 오는 일인데 비행제한에 걸리지 않으려면 감시망을 피해 교묘하게 비행해야 하고 베리는 적임자였던 것이다.
오늘의 중남미 모습은 어떤가? 멕시코만 해도 경찰력이 무색할 정도로 마약조직이 판을 쳐 온 나라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고, 다른 국가들 역시 뿌리 깊은 독재와 범죄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막연하게 소문은 떠 돌았다. 독재정권 뒤에 미국이 서 있고 일부러 혼란을 야기한 데서 시작된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중남미 국가들 스스로 안정을 찾으려는 노력을 고의로 방해해 미국의 국익을 챙기려 한다는 사실을…. 영화를 보면서 의혹의 실체가 벗겨지고 혐의가 분명해졌다. 모험영화로 포장된 베리 씰의 성공신화가 실은 실화였던 것이다.
감독은 영화에 아이러니한 상황을 집어넣었다. 중남미에 공산정권이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미국은 비밀리에 반군을 조직했고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했으며 결국 미국 본토에 데려다가 군사훈련까지 시켰다. 반군으로 조직된 자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정잡배들이었다. CIA는 그렇게 중남미 민중을 유린했고 그 배후에는 빌 클린턴, 로날드 레이건, 조지 부시 등 역대 정권이 서 있었다. 범죄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던 셈이다.
꼬리가 잡힌 베리가 어느 날인가 체포되어 아칸소 주 법원에 송치된다. 그에게 적용된 범죄항목은 불법무기 소지죄, 마약거래, 돈 세탁이었고 주정부경찰, FBI, 마약국이 힘을 합쳐 그를 법원에 끌고 왔다. 하지만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의 전화 한번으로 베리는 석방되어 의기양양하게 법원 문을 나선다. 베리는 항변한다. ‘이 모든 일을 미국을 위한 것이었고 내가 챙긴 돈은 나라를 위해 애쓴 애국자에게 주어진 정당한 대가다.’ 정부의 도덕성이 사라지고 나면 그 정부가 이끄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라 부를 수 없다. 미국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이민자 숫자를 제한하려는 자들은 왜 중남미 사람들이 기를 쓰고 미국에 넘어들어 오려하는 지 그 이유에 눈을 감는다. 감독은 미국이 만들어놓은 현실을 고발하려고 ‘미국이 만들어놓은(American Made)’라는 제목을 붙였음에 틀림없다. 그런 맥락에서 「아메리칸 메이드」는 일종의 고발물이라 하겠다. ‘하늘에서 세상을 갖고 논 남자’라는 영화 선전 문구에 정신을 빼기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