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8일 인쇄
2017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11월호 통권 501호 |2018년 5월 21일 월요일|
 

출판살롱

 

남성이 먼저 읽어야 할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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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白源根)(출판평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지만, 성적 불평등이 여전히 뿌리 깊은 현실에서 여성의 관점으로 남녀평등을 논한 책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요즘 페미니즘을 주제로 삼은 목록들이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계가 있다면 페미니즘 담론을 주로 수용하는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이다.
현재 페미니즘 분야 선두 책으로는 미국의 환경·인권 활동가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인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들 수 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것을 뜻하는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란 단어를 세계적으로 알린 유명한 책이다.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맨스플레인’이란 말과 딱 어울리는 대표적인 인사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꼽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작가의 신작인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역시 화제작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번역판이 발행된 2015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간행된 페미니즘 도서는 모두 100여 종을 헤아리는데, 판매량도 가파르게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처럼 페미니즘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남녀 불평등이 사회 곳곳에, 그리고 우리 안에 내면화되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한 여성 비하와 여혐(여성 혐오) 등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어났던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여성유튜버 살해협박 사건,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교사에 대해 가해졌던 사이버 불링(사이버 폭력) 등은 단적인 사례다. 또한 소설이 잘 팔리지 않는 풍토 속에서도 30만 부 넘게 판매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30대 경력 단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기’의 어려움을 다루며 동세대 젊은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페미니즘 책의 트렌드에서 근래 눈에 띄는 현상은 일상 속의 여성차별을 다룬 고백적인 에세이가 화제를 모은다는 점이다. 기생충 박사로 이름을 알린 서민 교수는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로 여혐주의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한국여성민우회가 엮은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나의 모성애다”라는 도발적인 부제가 붙은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라는 책이 여기에 속한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거의 느끼지 못하던 성차별을 취업이나 결혼을 계기로 ‘비로소’ 체험한다. 그렇다고 예전의 여성들처럼 여기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 요즘의 페미니즘 책 붐이라 하겠다. 일종의 페미니즘 촛불 혁명의 시작이 아닐까 짐작될 정도다.
성차별주의는 여성만이 아닌 “남성의 문제”(리베카 솔닛의 말)이다.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과 함께 성차별을 없애는 일에 남자들이 ‘인간으로서’ 함께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페미니즘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쪽은 남성들이다. 남성들이여, 늦가을을 맞이하여 코트 깃 세운 ‘가을 남자’가 되기 전에 우선 ‘인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