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7일 인쇄
2018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1월호 통권 503호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영화살롱

 

인비저블 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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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朴泰植)(영화평론)

범죄자의 심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집히는 구석은 있다. 먼저 자신의 죄를 합리화할 구실을 찾아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테고, 다음으로 범죄가 들통 나지 않게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아드리안(마리오 카자스)과 로라(바바라 레니)는 불륜에 빠져있다. 둘 다 스페인에서 저명인사였던 까닭에 자신들의 행각이 절대 탄로 나선 안 되며, 또한 불륜이 밝혀질 경우 주변의 많은 이들이 빠져들 불행도 막아야 한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사랑을 했으니 사랑이 식는 데도 시간이 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드리안과 로라가 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가 났고 엉뚱한 청년이 죽는다. 이제부터 문제는 두 사람이 어떻게 범죄를 은폐하는가에 달려있다. 처음부터 답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영화이니만치 거꾸로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인비저블 게스트」(오리롱 파울로 감독, 극영화/범죄, 스페인, 2016년. 106분)는 관객을 단번에 혼란에 빠뜨린다. 청년과 로라의 살인범을 알아내려면 범죄에 이리저리 얽힌 이들의 동기가 치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급기야 아드리안을 돕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 버지니아 굿맨이 등장한다. 그녀는 불과 2주 전에 검찰에서 은퇴했는데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베테랑이다. 그녀는 재판의 심리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드리안이 든든한 구원병을 얻은 셈이었다. 은발 커트머리에 정장을 걸치고 버지니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첫 장면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버지니아는 새 정보를 가져왔다. 검사가 결정적 증거를 새로 발견했고 세 시간 안에 증인을 세운다고 한다. 그리되면 결백을 주장했던 아드리안은 살인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아야 하니 버지니아에게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시간은 30분이나 지났다. 그가 진실을 낱낱이 고백해야 버지니아가 도와줄 수 있는데 말이다. 영화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그에 따라 긴장감 역시 절정에 다다른다. 관객은 아드리안 편이 되어 결백이 증명되기를 바란다. 만일 그가 진짜 범인이면 어쩌려고?
각본이 전례 없이 치밀했고 이야기 밀도도 촘촘해 106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관객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감독의 솜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거장 ‘길예르모 델 토로의 뒤를 잇는 스페인의 차세대 감독’이라는 평판이 헛된 게 아니었다. 그저 스쳐지나갔던 대사들 역시 중요해 반드시 영화를 한 번 더 보아야 의문이 풀리게 된다. 그래서 나도 영화를 두 번 보았고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보이지 않는 손님’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인비저블 게스트」라는 제목을 처음 접한 때는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모든 범죄물이 그렇듯 결국 범인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뛰어났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래, 모든 사람에겐 저런 면이 있지!”하는 공감대 형성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비록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엄폐하려는 본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