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7일 인쇄
2018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1월호 통권 503호 |2018년 9월 26일 수요일|
 

출판살롱

 

4차 산업혁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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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白源根)(출판평론)

요즘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작년 조기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화두가 된 이 말은, 현 정부 등장 후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더욱 화두가 되었다. 이 위원회 홈페이지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설명한다. 18세기의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화, 19세기의 전기에 의한 산업화, 20세기 후반의 컴퓨터 및 인터넷에 의한 정보화에 이은 ‘지능화’라는 키워드를 뽑아낸 것이다.
지구상에서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범람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찾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 거짓말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 분야 도서들의 특수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처럼 각 분야와 연결된 책들이 발행되었다. 헤아려보면 560종 넘는 책이 검색된다. 출판계에서는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그럼 ‘4차 산업혁명’을 제목에 붙여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경제·경영서 분야에서는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 필독서로 꼽히며 최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처음 논한 책이자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공익적인 활용법은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 개론서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논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역시나 먹고 사는 일, 즉 생존과 직결된 일자리에 대한 것이다. 세상이 바뀌면 일자리가 바뀔 것이고, 그래서 현재 있는 직업의 상당 비율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직업의 종말」은 전문직 신화의 종말과 학위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를 맞아 10년 후를 내다보며 무엇을 준비할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창업가 정신을 구현하고,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스스로 만드는 일자리가 진짜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는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최고 자문역이 그려낸 21세기 전문직 혁명의 안내서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건축가, 기자, 교육자 등의 전문직과 관련된 직업 전망을 담았다. 「일자리 혁명 2030」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자리와 직업의 미래를 다루었다. 미래사회 전망을 기초로 하여 7대 산업의 일자리 전망, 그리고 미래 생존력을 어떻게 키울지 혜안을 담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변화는 우리가 당면한 미래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의 우산 장수처럼 ‘특수’를 누린 출판계는 정작 스스로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준비가 거의 없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지능화’하지 않는 한 출판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출판계는 거의 인식하지 못 하는 듯하다. 사실은 출판계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함께 잘 살기’의 비전 없이는 진화도, 새로운 미래도, 몇 차 산업혁명도 모두 거짓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