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겨울에서 꽃샘바람까지

윤 강 로

겨울 쪽에서 왔다.
갈팡질팡 휘날리는 눈송이 떼
눈송이마다 허공의 춤
허공의 목숨들이 하얗게 배고팠다
허공의 목숨들은 이름이 없고
서로 손 잡지 않아서 제각기 나풀
절실한 목숨으로 절실해서 휘파람 불었다
너는 어디까지 가니
나는 한 잎 눈송이로 가는
어디까지가 있지.

갔다가 여기까지 왔다. 혜화동 로우터리 플라타너스 가로수 밑에서
진눈깨비 만났다. 저녁 무렵 차가운 빗줄기가 섞여서 빗금으로 내렸다.
진눈깨비는 빗줄기 서슬로 혀가 더 차가웠다. 빗줄기 섞인 진눈깨비
뭐라는지 등 시리게 적셨다. 입술이 하얗게 질려서
‘아아 사람들이 불편하구나’ 속말로 무너지기도 했다.

삶에 시달리다가 비어서 맨발의 춤을….
발 시려워서 휘파람 분다
낭자한 심정의 꽃잎 냄새가 난다
어딘가 숨었던 여운餘韻의 향기로운 생각

산발한 머리카락 휘날리면서 손톱 세운
꽃샘바람이 느껴진다고.
그런 후에 꽃잎꽃잎 천지에 가득할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