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황병기(黃秉冀) 선생이 돌아가셨다. 조동화 선생과 친분으로 춤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셨던 분. 10여 년 전 백남준(白南準)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이경성(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창봉(전 문화방송 사장), 조동화 선생 등과 함께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를 결성하기도. 고인의 冥福을 빌며 몇 회에 걸쳐 제자 윤중강 씨의 추모글을 싣는다. 정치경제 이슈를 소개할 「시사살롱」이 새로 문을 연다. 홍승일(洪承一,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디자인웍스) 대표가 맡아 주기로. 2월9일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오버한다고 말도 많았지만, 손님이 오신다면 갑자기 집안 청소하고, 안 쓰던 그릇을 내놓고, 비싼 음식도 장만하고 그런 것. 힘겹게 밝히는 성화(聖火)니 만큼 무사히 치러 손님들 탈 없이 잘 돌아가기를 기원하며 축배를 든다.
(顯)




그리운 옛집
김영남

옛집은 누구에게나 다 있네. 있지 않으면 그곳으로 향하는 비포장 길이라도 남아 있네. 팽나무가 멀리까지 마중 나오고,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길게 도열해 있는 길. 그 길에는 다리, 개울, 언덕, 앵두나무 등이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잡아당기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것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오네.
문패는 허름하게 변해 있고, 울타리는 아주 초라하게 쓰러져 있어야만 옛집이 아름답게 보인다네. 거기에는 잔주름 같은 거미줄과 무성한 세월, 잡초들도 언제나 제 목소리보다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를 조용히 걷어내고 있으면 옛날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네. 그 시절의 장독대, 창문, 뒤란, 웃음소리.... 그러나 다시는 수리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집. 눈이 내리면 더욱 그리워지는 집. 그리운 옛집.
어느 날 나는 전철 속에서 문득 나의 옛집을 만났다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옛집이 아니었네.





이번 달 좌담은 이동우 춤평론가의 사회로 강혜련 경기대 교수, 장구보 인천아트마켓 대표,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홍경화 안무가를 모시고 ‘4차 산업혁명시대 춤의 미래와 교육’ 에 관한 이야기로 엮었다.
벌써 2월, 그 짧은 달에, 올림픽에, 설 연휴에, 서울의 춤 공연장은 텅텅 빌 예정. 고작 일주일 편집 기간 3월호는 뭘로 마감하나 벌써 걱정이다. 어쨌든 축제의 처음과 끝은 춤 아닌가. 선수들만큼 바쁜 것이 우리 무용가들, 문화올림픽 행사로 다들 강릉에 가신다. 건강히 다녀오시길!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