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 더댄스팩토리 다다 마실로 안무 『지젤(Giselle)』 (4월3~8일 조이스 극장)
생소한 이름인 다다 마실로(Dada Masilo)의 더댄스팩토리(The Dance Factory)는 현대춤에 아프리카 흑인의 전통춤 츠와나(Tswana)를 섞어 활발하고 현란한 발놀림을 특징으로 보여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대무용단이다. 안무가이자 주역 무용수로 출연한 다다 마실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그리고 『백조의 호수』 등 정통 고전 발레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면서 관심을 받는다. 이번에 뉴욕 창작무용의 산실 조이스 극장에서 일주일간의 공연기회를 얻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조이스 극장의 기획방법이 아주 독특하다. 공연 기간 중 하루는 무료로 입장권을 구할 수 있도록 예매 사이트를 열어줬다.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작 몇 달 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이메일, 그리고 우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알린다. 그리고는 무료 공연이 있는 날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공연프로그램과 함께 빈 봉투를 나누어 주는데 봉투의 이름은 PWYD(Pay What You Decide)이다. 공연을 보고 난 뒤 관객이 판단 내린 작품의 가치를 그 봉투에 담아 기부하거나, 내고 싶은 금액과 신용카드의 정보를 봉투에 적으면 된다. 실력은 있되 유명하지 않은 무용단을 유치하며 단체 홍보와 관객 동원을 위해 도입된 PWYD. 물론 이는 조이스 극장만 가지고 있는 기법은 아니지만 낯선 해외단체를 홍보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방법이었다.
극장이 수익만을 추구했다면 이름 없는 단체를 무대에 올리고 과연 PWYD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실험적이고 역량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해내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한국의 극장 예술 경영진들도 조이스 극장의 운영방식을 분석해 앞서나가는 전략을 만들기를 희망해본다.
작품으로 돌아가서, 춤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 백작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평민으로 변장해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지젤에게 반하는 젊은 귀족 알브레히트.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감춰졌던 알브레히트의 신분과 그가 숨겨놓은 약혼녀의 존재를 알게 된 지젤은 배신감과 놀라움으로 죽는다. 죽은 지젤은 윌리(처녀들의 귀신)가 되고 윌리의 여왕으로부터 알브레히트의 복수를 명령받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복수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는 원작의 이야기를 다다 마실로는 과감하게 재구성한다.
다다 마실로의 지젤은 연약하지 않다. 의외로 고통스러운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차 복수의 의지가 선명한 지젤을 보여준다. 공연 중 잠시 잠깐 뿜어내는 무용수들의 대사는 극적인 효과를 증가시켜준다. 윌리로 변한 지젤과 다른 윌리들은 아프리카전사처럼 형상화되고 윌리 여왕의 역할은 기존의 여성의 역에서 남성의 역으로 반전시킴으로써 단순한 재해석을 넘어서 계급과 전통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와 남녀평등의 희망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정책폐기를 선언하고 흑인이며 흑인 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1918~2013)가 대통령까지 되었더라도 그 이전에 만연해 있던 인종차별정책과 아프리카인의 남녀차별 관행은 다다 마실로의 작품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비현실적 사실의 소재를 생생한 감정표현과 동작들을 통해 현실적으로 만들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다다 마실로가 만들어내는 정통 발레의 서사적인 재해석 가치는 크게 평가받을 수 있다. 신선한 홍보기법과 과감하고 거침없는 고전의 해석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흥미로운 춤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