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지난 20일 저녁 본선에 진출한 신인은 모두 18명(한국무용 3, 발레 9, 현대무용 6)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수준이 높았고 2년 전에 비해 또 정돈되고 성장한 모습이었다.
우선 발레는 질(質)이나 양(量)에서 다른 부문을 압도하여 대상(大賞)을 얻었다. 이 부문에서 세 사람의 남성 참가자들의 경합이 보기 좋았다. 비정상적인 여자만의 콩쿠르에서 오랜만에 정상에 이른 듯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특히 문영철(文榮哲)군은 같은 기교의 반복과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욕심을 부리긴 했으나 몸의 소재로나 잠재력이 훌륭하여 ‘이정도면’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 이번 회부터 처음으로 독립된 현대무용부문의 김제영(金濟英)양이나 김현남(金賢男)양은 춤의 신선감에 있어서 기량 위주의 발레와는 대조를 이루는 다른 빛을 발휘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큰 경합이 예상됐던 한국무용부문은 눈치작전과 도중 기권 등으로 간신히 시상정원을 메운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기(技)의 수준은 괜찮은 편이나 몰개성적인 『살풀이』 『승무』에 멈춰 많은 것을 생각게 했다. 말하자면 이제까지 한국무용의 경우는 신무용(新舞踊)과 민속춤이 같이 경합되는 관례 때문에 혼란을 빚곤 했는데 앞으로는 이 두 개를 분리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현재 신인의 등용문이 동아(東亞)콩쿠르 하나밖에 없는데 이것이 격년제로 운영되어 무용계의 체증이 여간 심하지 않다. 종전대로 연1회제가 부활되었으면 한다.

- 동아일보, 1982년 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