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다시 떠올리기도 무서운 세월호사건, 한창 꽃피우려는 아들딸들을 찬 바닷물 속에 잠재운 엄마들은 그 가슴 아픔을 어떻게 쓸어내리고 네 번째 봄을 넘기셨을까?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세상은 모두 잊고 바삐 돌아가기만 하는데, 이웃마저 옛 같지 않게 느껴지는 엄마들, 4년 동안 엄마들은 어떻게 서 있어야만 했나.
청각장애로 음악을 듣지 못하면서 전문 발레리나로 무대에선 한 무용수는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물음에 ‘극복이란 없다, 끝내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팔다리 아픔이야 견디면 나을 수 있겠지만 아픈 가슴을 견뎌낸다는 것이 더한 아픔일 것이다.
웃음을 잃은 엄마들은 마음을 추슬러 스스로의 모습을 찾기로 했다. 심리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연극을 시작하면서 차츰 자신을 갖게 되면서 아예 연극무대를 열어 관객에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어 소통을 갖기로 했다.
2016년 3월 엄마들만의 극단 ‘노란리본’을 창단했다. 엄마들의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KBS-TV가 4월19일 방송했다.
막이 오르면 101호~104호까지 세대별 출입문이 표시된 메인 셋트가 있고, 동네 광장에 놓여있는 평상이 주 무대가 된다..
제각기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이웃들이 모인 동네에 103호로 이사온 박유신(김영광 할아버지)이 중심이 되어 이상한 분위기를 열어 이웃들의 모습을 풀어 간다. 연극은 엄마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내고 힘들었던 엄마들, 원해서 피해자가 된 것도 아닌데,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도 없는 데로 이사를 가도 어쩔 수 없고, 밖에서 들려오는 험악한 소문들, 어디에다 어떻게 호소해야하나…. 그래서 엄마들끼리 우리들의 가슴속을 털어보자고 무대 위에 배우로 선 것이다. 엄마들이 연극을 하는 것 말고 연극무대를 볼 기회나 있었을까?
연출은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어머님들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했다,
엄마배우들은 연극절정에 울음이 터지고, 연극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고, 연기가 아니었다.
무대극이 TV스튜디오로 옮기면서 연기하는데 불편을 느꼈지만, 야외 촬영 등 연쇄극 형식으로 연결시키고 자료화면을 활용하면서 자막과 무대중계로 해설을 해주었다.
마지막에 주제곡과 영난 엄마의 랩이 관객을 숙연하게 했다. “유령처럼 밤에 다니고, 사람 사는 세상 외면하는 어른들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울지 마요 아프지도 마요. 우리 아직 여기있다고-”
커튼콜에 나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활짝 웃음을 머금은 엄마들은 어느새 연극 배우였다. 어머님들 건강하시고 두 번째 연극을 기대합니다. 원작: 류성, 연출: 김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