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이달의 좌담

  서울문화재단과 한국 예술인 복지정책
   지원방법의 아쉬움과 고충에 대하여


 


오진이 (吳鎭異 / 서울문화재단 전문위원)
장은정 (張銀庭 / 장은정무용단 대표)
정희섭 (鄭熙燮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상임이사·대표)
정희창 (鄭喜昌 / 춤평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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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정희창 _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한국춤평론가회’ 회원이고, 서초동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정희창입니다. 오늘 문화, 복지, 예술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현대무용가 장은정 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정희섭 대표 와주셨고, 서울문화재단의 사번 1번 오진이 대표직원 오셨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아주 추상적이고 기본적인 것부터 다뤄보고 싶습니다. 우선 서울문화재단이라는 이름에서도 보듯이 ‘문화’가 문제되는 화두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문화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진이 _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으로 시작하시는데요? 문화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죠.
정희창 _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희섭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구체적으로 풀어주셔도 좋구요.
정희섭 _ 문화라는 것은 생존을 넘어서서 사람이 자기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봐요. 저는 나름대로 쭉 이렇게 정의를 해왔습니다.
장은정 _ 센 질문이십니다. 좀 과격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과연 문화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을 늘 갖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회통합이나, 정체성의 가치를 실현 시킬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이 세계의 중심인 것 같지만, 제 생각에는 인간은 굉장히 우매하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시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또는 내가 왜 여기 존재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매개로써 문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희창 _ 문화가 없다고 말씀하시다니 더 센 말씀이신데요? 우리나라에 문화가 없다고 한다면 왜 그런 것일까요?
오진이 _ 문화라는 인식에 차이가 있는데요. 모든 문화는 문화로서 인정하지만,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하는 문화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의 문화도 있잖아요. 우리는 내가 좀 더 나다울 수 있고 자연이 자연다울 수 있는 문화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정희섭 _ 어떤 문화는 과잉일 수 있죠. 없다기보다는 어떤 건 너무 많고, 어떤 건 너무 부족하고.
정희창 _ 그러면 어떤 문화를 더 많아지게 만들고, 어떤 문화가 더 주된 문화가 되도록 해야 할까요?
오진이 _ 소비나 자본이 중심이 되고, 나다움이 사라진, 나를 드러낼 수 없는 문화는 뒤로 하고, 그 자리에 나다움, 사람다움이 자리 잡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정희창 _ 좋은 말씀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여러 갈래로 가지 않도록,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예술도 문화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다음은 예술인복지재단의 명칭에서 보듯이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인 ‘복지’에 대해서 말씀 나누어 보겠습니다.
정희섭 _ 복지는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복지가 중요한데, 예술인의 복지는 일반 국민들의 복지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흔히 말하는 사회안전망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개념에서 볼 때, 예술인이 사회안전망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요. 그래서 예술인복지라는 별도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회복지가 소득이 낮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예술인 복지 역시 예술인 중에서 소득이 낮거나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재단이 표방하는 예술인 복지는 그런 예술인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예술이라고 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영역을 뒷받침해야 해요. 그리고 예술계 내의 여러 불공정행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죠. 다시 말하면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 그리고 생활상의 어려움을 지원함으로써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예술인복지라는 개념이 별도로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인의 복지는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각도
정희창 _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은 소속 직장 같은 게 없다는 차원인가요?
정희섭 _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요. 물론 소속된 직장이 없이 활동하는 프리랜서 예술인들도 많죠.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예술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거죠. 아주 쉽게 얘기하면, 예술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거예요.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적 열망에 의해 활동하지만 그 자체도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예술 활동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희창 _ ‘서울문화재단’에서도 생활지원 사업을 하고 있죠?
오진이 _ 직접적인 복지 차원의 생활지원은 없고, 생활문화지원단에서 생활문화 활성화와 생활문화매개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희창 _ 그러니까 예술인 차원의 지원은 아니군요?

시민의 예술향유를 위한 예술가 지원
오진이 _ 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 창작 지원과 함께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예술교육 및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 지역문화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정희창 _ ‘예술인복지재단’은 2012년도에 만들어졌고,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서 2004년도에 만들어졌죠. 설립 경위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정희섭 _ 설립 배경에 대해서 조금 부족하게 알려진 점이 있어요. 그 당시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많은 국민들과 예술가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故 최고은 씨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긴 했어요. 최고은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부각돼서,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복지 활동을 하는 재단이라고 인식이 됐어요.
그런데 그 이전에, 구본주라는 조각가가 있었어요. 그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보험사 측과 보상관계를 다퉜는데요. 보험사에서는 조각가로서, 예술가로서의 故 구본주 씨의 직업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거예요. 그래서 보상 문제로 다투다가, 예술가의 소득을 도시 일용 노동자의 수준으로 산정하려고 했지요. 보험사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보상금을 줄이려는 의도였겠지만, 보험사 측의 그런 논리가 많은 예술인들을 화나게 만들었어요. 그것을 계기로 해서 예술도 하나의 직업으로 보고,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어요. 그로부터 1~2년 후에 故 최고은 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예술인복지재단의 출발은 故 최고은 씨의 사건뿐만 아니라 故 구본주 씨 사건도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얘기해서 직업과 소득 양측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중간에 ‘달빛요정만루홈런’이라는 이름으로 인디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이진원씨가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 분의 경우는 자신의 음원수익을 당시의 가상화폐라 할 수 있는 ‘도토리’로 받아서 생활고를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요. 예술산업에서 예술인들의 처우 문제, 즉 계약이나 그 이행 과정의 불공정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죠. 이 세 분의 비극적인 죽음이 각각의 영역에서 예술인복지의 필요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우리 재단의 설립과 사업 방향 설정에 크게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정희창 _ 지금은 예술인의 소득 산정기준이 예전의 도시 일용노임 수준보다 높아졌나요?
정희섭 _ 소득 산정은 그런 게 아니죠. 우리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정의하는 예술인의 개념을 보면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면서 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물론 그 정의가 일반적인 예술인에 대한 정의라 할 수는 없지요. 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과 관련되어 정책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개념이라 보면 될 겁니다. 본인 스스로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소득이 얼마든 자신의 예술 활동을 하나의 직업으로서 여기고 활동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정희창 _ 알겠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2004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서울시장이 누구였죠?
오진이 _ 이명박 시장 때였죠.
정희창 _ 그 전에는 비슷한 단체가 없었나요?
오진이 _ ‘경기문화재단’이 1997년에 만들어졌고, ‘강원문화재단’이 1999년, 2001년 ‘제주문화재단’에 이어 광역으로는 ‘서울문화재단’이 2004년에 네 번째로 만들어졌어요.
정희창 _ 처음 재단을 시작할 때는 예산을 많이 줬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처음과 같은지, 아니면 더 줄었나요?
오진이 _ 그동안 크게 늘었죠. 2004년도에는 재단의 직원이 28명에 76억 규모로 시작했는데 15년 차인 올해는 직원이 거의 150명 수준이고, 고유 사업 예산만 해도 500억 정도입니다.(* 정규직 직원 기준)
정희창 _ 시장이 몇 차례 바뀌면서 점점 더 증액이 된 거네요?
오진이 _ 시대적으로도 문화적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구요. 이명박 시장 때는 문화도시가 강조되었고, 오세훈 시장 때는 컬쳐노믹스 정책으로 창작공간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박원순 시장 때는 생활문화영역이 강화되면서 증액된 경향이 있습니다.
정희창 _ 그러면 이제 각 단체에서 하는 사업 소개와 올해 중점 사업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 해주세요. 대표님과 초기부터 계셨던 대표 직원의 말씀으로 직접 듣는 게 좋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네 가지 사업
정희섭 _ 우리 재단의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지는데요, 1) 창작역량강화에는 창작준비금 지원과 의료비 지원, 2) 직업역량강화에는 예술인 파견 사업과 자녀 돌봄 지원, 3) 불공정관행개선 활동으로는 상담 및 법률지원, 표준계약서 보급 및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에 대한 교육, 그리고 예술인심리상담 지원 활동이 있지요. 특히 올해 들어 부각된 예술계 내 성폭력, 성희롱 문제에 대처하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4)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산재보험과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오진이 _ 예술창작지원, 예술교육, 지역문화, 생활문화 사업영역에서 주철환 대표 가 강조하는 “더다이즘”, 곧 예술로 더 새롭게, 문화로 더 행복하게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술지원에 있어서는 직접지원뿐 아니라 간접지원까지, 청년예술활성화뿐 아니라 생애주기형 예술지원체계를 보다 세밀화된 체계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아울러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과 자치구 연계 문화자치 활성화가 중점이 되겠구요. 재단 자체적으로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를 매입해 그 공간이 문화예술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유플랫폼이 되도록 조성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정희창 _ 무용계는 예술인 복지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무용계를 대표하셔서 말씀해주세요.
장은정 _ 제가 무용계 대표는 아니에요.(웃음)
정희창 _ 무용계 입장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현재 무용계에서는 ‘예술인 복지’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어떤 요구사항이 있고,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장 선생님께서는 직접 무용단을 운영하시니, 대관 업무, 홍보 업무 등을 비롯해서 생활적인 측면을 무용단 단원들과 상의를 하시잖아요.

다양성을 무시한 소비적인 일회성 지원
장은정 _ 제가 처음에 문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 말을 이어서 제가 왜 그렇게 강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하냐면,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대전제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저는 직장도 없고, 무용단도 프로젝트 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냥 이름만 있어요. 직업 무용단처럼 무용수들에게 고정적인 페이를 주거나 산재보험, 고용보험 이런 걸 제대로 줄 수 없는 입장이에요. 그런 상황 속에서 무용단을 계속 해나가면서 제가 지금 무척 지쳤어요.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한 20~30년 정도 다양성에 관한 인정이 없는 상태로 왔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울문화재단’도 그렇고 ‘예술복지재단’,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등에서 무척 좋은 사업을 많이 하고 우리가 혜택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게 너무 소모적, 소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서의 얘기는 그래요. 공연하라고 1~2천만 원 주는 식의 지원은 길게 봐서는 전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일회성에 그치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세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제적으로 같이 나누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나 제도가 늘 절실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크게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일단 복지재단에서 예술인 증명을 하는 데부터 굉장히 힘든 부분이 많아요. 물론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먼저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왜 이게 필요한지 알아야 하는데 그게 부족해요. 그건 재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우리 예술인들이 현장에서 활동을 잘 하고 있어야 그 다음 환경들이 우리를 서포트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예술인 경력 증명이나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당연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의 컨디션으로 무척 힘들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할 때 무용수들에게 산재, 고용보험을 들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특히 복지재단 초기에는 산재보험을 꼭 들어야 그 다음 단계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무용수들에게 그런 인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안무가들이 다 해줘야 했어요. 유기적인 거예요. 만약에 제가 서울문화재단에서 천만 원을 받으면, 거기서 세금 다 떼야 하고 자꾸 액수가 줄어드는데, 또 산재보험도 들어야 한다고 무용수한테 말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무용수들은 힘들어요. 누군가에게는 1만 원, 2만 원이 무척 크게 느껴 질 수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현장에서 ‘예술인’ 말고 정말 고정 소득을 받는 잡(Job)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 몇 퍼센트 안 돼요. 한 80% 이상이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많이 토의하고 포럼도 여는데, 답이 딱히 보이지 않네요. 그래도 계속 함께 얘기할 자리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정희창 _ 그러면 혹시 지금까지 생각해오신 대안이 있으세요? 이를테면 절차가 어렵다면 어떤 절차로 바꿔야 한다든가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작업지원과 관련해서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요?
오진이 _ 우리 재단에서는 서울연극센터, 문래예술공장 등 창작 공간 11곳을 조성해서 2008년부터 각 장르별로 예술가들이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무용 부분은 2011년도에 명지대 옆 서부도로교통사업소를 리모델링 해서, 처음에는 홍은예술창작센터였다가 2015년부터 무용 전용공간으로 이름도 서울무용센터로 바꿨어요. 현재 연습실과 스튜디오도 있어서 무용인들이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또한 무용전문 웹진 「춤:in」이라는 채널을 통해 다양한 무용계 담론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현대무용뿐 아니라, 발레, 한국무용 등 보다 확장된 ‘춤’문화 확산을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거라 합니다.
한편 재단 내부에 무용 분야의 지원 실태나 특징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가령 예술창작지원 같은 경우, 시각예술, 연극, 전통, 무용 등, 여섯 개 장르를 지원하고 있는데 무용인의 절대적인 수가 적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지원율 자체가 다른 장르에 비해서 무용이 제일 낮더라구요. 반면에 지원신청 건에 비해 선정률이 타 장르보다 높은 편입니다.
장은정 _ 저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무용은 신청을 많이 안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다 신청하는 거예요. 다른 분야에 비해 절대적인 수가 적을 뿐이지 거의 다 신청해요. 왜냐하면 서울문화재단밖에 지원할 데가 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서울문화재단과 창작산실이 있는데, 그것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문제가 있고요. 제 생각에는 선정 비율이 너무 높아요.
정희창 _ 아, 오히려 너무 높다고요?

현장의 불만과 재단의 고충
장은정 _ 네. 이건 여담인데요. 물론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서 현장경력 3~40년 이상인 무용가가 갓 사회로 나온 무용가들과 같이 천만 원을 놓고 싸우는 꼴이거든요.
오진이 _ 그래서 무용계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지만, 저희 또한 어려움 점이 많은데요. 생애주기별 체계를 견고히 해서 청년, 기성, 원로 등 예술가들의 생애 전반의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지원사업으로 발전해가겠다는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장은정 _ 물론 너무 좋아요. ‘서울문화재단’이나 ‘무용센터’에서 굉장히 재미있고 좋은 작업과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청년예술지원에 원래 창작지원보다 액수가 훨씬 많아요. 처음 작업하는 사람들한테 많이 주고, 오히려 쭉 작업해온 사람들에게 더 적게 주는 거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에 지원 신청 안 한 지 지금 10년도 넘었어요. 왜냐하면 너무 소모적이에요. 천만 원 정도 받아서 극장 대관 하면 끝나는 거예요. 작품을 준비할 때 무용수가 제일 중요한데 무용수들에게 페이를 주기 힘들고, 주변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요. 뭔가 엄청 거대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음악이나 조명도 있어야 되는데, 그분들한테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그래서 제가 지원 신청을 그만 뒀어요. 그러다보니 ‘서울문화재단’에 지원을 못 하는 거죠.
정희창 _ 그럼 공연을 어떻게 하세요? 공연을 많이 못하고 있겠네요. 공연을 할 때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세요? 자금이 필요할 거 아니에요.
장은정 _ 평단에 계시고 현장을 많이 보셔서 알겠지만, 지금 우리 무용계가 굉장히 이상한 구조에요. 신진 작가들 중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 즉 젊은 예술가, 젊은 안무가, 젊은 무용가 이런 식으로 ‘젊은’을 붙인 사람들에게 어느 시점부터 지원의 종류나 액수에 있어 좀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단독공연을 운용하가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그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시간들을 거쳐 왔지만, 재능 있는 신진의 단계에서 과다하게 소비 되고나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가 어지간한 의지로는 해결 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거치면서 몇몇 학교나 관 단체에 자리 할 수 있었던 무용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고정수입이 없는 가난한 작업자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공연을 할 수가 없고 기획공연에 들어가야 돼요. 그러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일하기 싫지만 어디에 공모를 내고, 그 기획공연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내가 하고 싶은 레퍼토리를 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개인 공연을 하는 것은 거의 힘들어요. 중간이 없어요. 역사가 다 깨져버린 거예요.
정희창 _ 지금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그렇고 창작지원을 하고 있는데, 실력 있는 안무가들이 자기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금 천만 원, 천오백만 원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장은정 _ 예산보다도, 중견 작가들이 신진에 비해서 기회가 적다는 게 문제에요.
정희창 _ 기회가 적다는 문제도 있지만, 어쨌든 선정이 되더라도 지원 액수가 너무 적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겠죠. 지원 액수가 어느 정도 돼야 할까요?
장은정 _ 제가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요즘 소극장, 대극장 둘 다 미니멈 3천만 원은 갖고 시작해야 돼요. 그리고 내가 거기서 뭘 좀 더 하고 하면 비용이 쑥쑥 올라가는 거죠.

지원금 자부담의 문제점
정희섭 _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지원금이 천만 원이니까 3분의 1 정도가 지원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적어도 2천만 원 이상은 지원돼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장은정 _ 우리나라 공공기금은 부분 지원이 원칙이에요. 그래서 자부담이 꼭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증빙도 다 해야 돼요.
정희섭 _ 자부담도 증빙하나요?
장은정 _ 서류상으로는 해야 돼요. 세금 계산서 이런 건 안 내요. 그렇지만 예산을 짤 때부터 따로 해 놔야 되죠. 서로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편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정희섭 _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어차피 지원금으로는 제작비를 다 충당할 수 없잖아요. 또 지원금으로는 개런티를 줄 수 없으니, 개런티를 얼마나 주든지 간에 그건 지원금 이외에 자부담을 해야 되는 몫이란 말이죠. 지금 현재 제도 내에서는 결국 개런티만큼은 어쨌든 자부담을 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지원금 제도 내에서는 지원금이 남아도 그걸 쓸 수 없는 용도가 있어요. 그러니까 지원금을 쓸 수 없는 영역은 어차피 자부담으로 하게 되니까, 얼마가 됐든지 자부담을 하는 거죠. 그 비용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장은정 _ 사실은 그 자부담이라는 건 그냥 서류상일 뿐이에요.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자부담을 할 수가 없어요.
정희섭 _ 아니, 제 얘기는, 같이 일하는 무용수들한테 개런티를 줘야 되는데 안 주는 것도 부담이잖아요. 제 얘기는 그것도 다 자부담에 포함된다는 거죠. 그리고 안무가나 연출가를 만나서 작품 구상도 하고 얘기하려면 차도 한 잔 마셔야 되고, 이런 것도 다 자부담으로 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실제로는 자부담이 발생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그게 서류상으로는 인정이 잘 안 되는 거죠. 자부담은 다 하시는 거죠.
장은정 _ 저희가 거의 20년 동안 싸우고 있지만, 창작기금을 받으면 안무비로는 절대 지출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 돌려막기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오진이 _ 그런 문제점은 우리가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올 초 시각예술분야 종사자 대상으로는 ‘아티스트 피’ 제도화의 문제가 본격화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시각예술 전반뿐 아니라 공연예술계에서도 안무든 연출이든 기획료에 대한 부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중요한 것은 선정비율보다는 금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봐요. 재단 창작지원 현황을 보면 올해 무용분야 예술창작지원 사업에 145개 단체가 지원을 했고, 거기서 37개 단체가 선정됐어요. 예산이 약 7억1200만 원 정도여서 평균적으로는 1천9백만 원 정도가 됩니다. 장르비중도 11%수준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지 않을지?
장은정 _ 우리 스스로, 무용인들 스스로 자각 하지 않고 인식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어요. 왜냐하면 심의위원이 누가 되더라도 항상 뒷말이 있고 인정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선정비율 보다는 액수가 늘어나야 되고, 안무비도 책정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어떤 지원제도를 시행해도, 그걸 또 악용하는 사람들이나 범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소액다건, 선택과 집중의 딜레마
정희섭 _ 지금 선생님은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방금 말한 것 중에, 37개 단체에 7억 나가는 것을 25개 단체에 7억을 나눠주면 조금 더 많이 줄 수 있겠죠. 예술계의 요구가 그렇다면 정책 담당측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죠. 중간 과정에 진통이 생겨서 이런저런 뒷말 나오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견뎌나가면서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반대는 분산과 배제라고 할까? 어쨌든 선택되지 않은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소액다건 즉, 얼마 안 되는 지원금을 여러 명에게 나눠주다 보니 지원액수가 너무 작아지니까, 작품의 질도 떨어지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더 어려워진다는 거잖아요.
문제는 정책 당국이 예산을 왕창 늘려줄 수는 없으니까, 결국은 지원자를 줄이고 금액을 늘려서 선택받은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하자는 이야기인 거죠? 그렇게 되면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선택과 집중’ 얘기가 나올 때부터 주장하던 부분이에요. 제 기억으로 그에 대해 예술인들 대부분이 반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자기가 선택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내가 선택되지 않아도 좋다는 합의 아래 그 정책이 펼쳐져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내가 선택 되겠지, 내게 집중되겠지’ 그랬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럼 내가 선택되지 않아도 그 정책에 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선택됐더라도 나랑 실력이 별 차이나지 않는 다른 곳이 선택되지 못했을 때 그들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까지 했어야 한다는 거죠. 선택되지 않은 예술인들은 지원금을 아예 못받게 되니까 창작하기 더 어려워지는 그런 결과는 합당한 건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게 됩니다.
장은정 _ 예전에 선택과 집중을 했던 때도 있었어요. 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생각입니다. 주변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복지재단에서도 ‘생애최초 예술 활동 지원’ 등도 있고 청년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그렇게 단계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청년프로그램 같은 걸로 예술인들이 초기 작품을 좀 해보고, 그 다음 단계로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으로 오고, 그 다음에 창작산실로 가고 이런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생애최초 예술 활동 지원
정희창 _ 경력관리 같은 건가요?
장은정 _ 아니요. 경력관리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좀 더 세부적이고 변별력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고, 거기에 대다수가 수긍 할 수 있는 심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한 가지 꼭 피력하고 싶은 건 공모 지원자 쪽에서도 심의위원을 평가하는 식의 쌍방향 평가가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위원 풀을 우리가 신뢰해야죠. 그리고 이번에 내가 안 되면 좀 더 깊이 연구해서 다음번에 하면 되지, 이런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죠.
정희창 _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예술인복지재단’ 사업 가운데 상담 사업이 있어요. 심리 상담, 법률 상담, 컨설팅 등이 있는데 경영 상담 같은 건가요? 컨설팅이라는 게 창업 상담 그런 건가요?
정희섭 _ 아니요. 쉽게 얘기하면, 예를 들어서 직업 활동으로서의 예술을 하면서 계약서를 어떻게 쓸 것이며, 계약된 내용을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거죠. 만약 끝내 조정이 안 되어 법정으로 가게 되면 그에 대한 비용 지원도 일부 하고 있습니다.
정희창 _ 그 상담 사업을 이용하는 예술인들이 많이 있습니까?
정희섭 _ 많이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심리 상담과 다른 것들은 좀 분리해서 봐야 돼요. 심리 상담은 예술가들의 심리적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상담을 통해서 치유하는 거예요. 특히 무대에 서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무대에서 보여주는 자아, 즉 캐릭터나 페르소나의 불일치로 굉장히 많은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더라고요. 예술가로서 그런 어려움이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예술가들도 생활인으로서 고부 갈등, 부부 갈등, 자식 갈등이 있죠. 그런데 그게 예술가라서 더한 경우가 있는 거예요. 예술가니까 못 푸는 부분이 있는 거죠. 물론 예술가든 뭐든 똑같은 사람인데 그들의 심리 상담도 그냥 하면 되지, 왜 예술가라고 별다르게 해야 하냐고 말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예술가는 생활인이든 직업인이든 예술가로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고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기보다 지금은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정희창 _ 상담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정희섭 _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신청하고 오면 됩니다. 지금 전국에 서른 곳 정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를 지정하여 협력관계로 운영하고 있어요.
정희창 _ 장은정 선생은 무용가로서의 고유한 심리 문제가 있다면 뭐라고 파악하고 계신지요? 제자들을 보거나, 아니면 스스로도 그렇고요.

무용가의 고유한 슬픈 심리
장은정 _ ‘나는 이 사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야’, 이런 느낌이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래도 결혼 안 했기 때문에 내가 혼자 잘 할 수 있는 게 있는데요. 가정을 가지면, 특히 남자들은 무용하는 가장이 되면서 무척 힘들어져요. 그래서 거의 다 그만두죠. 아니면 학교에 매달려서 학교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여자든 남자든 거기에서 병폐가 많이 생기는 거예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요사이 사회상황에 비추어 볼 때 미투 관련이나 위계에 의한 갑질 등 고질적 문제들이, 강력한 카르텔에 의해 이상스러울 만큼 표면화되고 있지 않는 것 또한 무용가 고유의 심리문제의 단면인 것 같습니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 힘든 부분이죠. 그리고 ‘네가 좋아서 한 거잖아. 누가 시켰어? 네가 좋아서 한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는 사회의 시선이 있어요. 그래서 일정 기간 좀 해보다가 거의 정말 많은 인재들이 포기해요. 제가 올해 54살인데, 제 또래 중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몇 사람 없어요. 우리끼리도 ‘우리 정말 독한 것들이다’ 이렇게 말해요. 모든 질시를 이겨내고 그래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왜 계속 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 하죠. 그럼에도 춤이 가진 순기능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거예요. 내가 무대에서 ‘나 예쁘지?’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공적 마인드도 생기고 있어요.
정희창 _ 다음은 예술성과 대중성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무용가는 무용가대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겠지만, 공공단체를 이끌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지원 기준이나 대상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예술성과 대중성, 그런 것에 대한 내부적인 토론이나 어떤 선정 기준이 있나요?
이를테면 소위 고급문화를 하고, 좀 더 힘들고, 좀 더 고전적이고, 좀 더 도전적인 것을 하는 예술 분야가 있겠죠. 반면에, 보다 쉽고, 대중에게 더 어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 분야가 있을 거예요. 서울문화재단에서는 그런 예술성과 대중성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요?
오진이 _ 그건 사업 목적에 따라 다르죠.
정희창 _ 그럼 그 비율은 어느 정도에요?
오진이 _ 예술창작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작품을 심의할 때의 기준 항목에는 대중성이라는 워딩은 없습니다. 사업의 적정성, 예술적인 완성도와 독창성, 그리고 사업수행 역량과 기여도가 주요 심사기준입니다.
정희창 _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서울문화재단’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게 하기 위해서 일하잖아요.
오진이 _ 대중성이라는 용어보다는 ‘시민의 예술 향유’나 ‘문화 접근성’ 등으로 표현하지, ‘대중성’이라는 용어가 직접적인 심의기준이 된 사례는 제 기억으로 없습니다.
정희창 _ 그렇군요. 그러면 심의 기준에 있어서는 우선 작품의 완성도를 따진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다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향유를 할 것인가를 따진다는 건가요?
오진이 _ 그건 생활문화지원 분야에서 하고 있습니다
정희창 _ 아, 사업 분야가 다르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을 선정하는 기준이 어떤 건가요?

예술인의 자격
정희섭 _ 우리는 쉽게 말해서 그 양쪽을 다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우리 재단이 기초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재단에서 얘기하는 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활동이든 그런 예술 활동으로 인정만 되면 다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면 흔히 ‘스태프’라 불리는 무대기술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성악가와 대중가수,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TV 탤런트, 개그맨 코메디언도 다 대상이에요. 그리고 패션모델, 만화 종사자들도 다 대상이 됩니다. 그러니까 대중성, 예술성의 구분이 있을 수가 없죠. 또 재단에서 활동을 인정하는 주된 초점은 예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예술 활동을 정말 업으로 하는지에 맞춰집니다.
정희창 _ ‘업’이라는 것은 그걸 주된 소득으로 하느냐 하는 건가요?
정희섭 _ 아뇨. 예술이 주된 소득이 아니어도 돼요. 왜냐하면 예술활동만으로는 어차피 절대소득이 부족하니까 다른 직업을 겸하는 분들도 많지요. 단적으로 대학교수님들도 다 예술인이쟎아요. 다만 적어도 소득의 목적으로 예술 작업을 하느냐는 거죠. 더 속되게 표현하면 활동의 대가로 돈을 받으려 하는지를 말하는 거예요. 받아야 될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건 별도의 문제고요.(웃음) 그런 건 우리가 법률지원, 소송지원 같은 걸로 돕는 거고요.
정희창 _ 네. 그런 점 때문인지, 최근 예술인 복지법이 개정돼서 2018년 10월부터 개정법률이 시행되는데요. 그 주된 내용이 금융 자료 조회를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정희섭 _ 네. 몇 가지 기준이 있어요. 대충 3년 동안 360만 원 혹은 최근 1년 동안 120만 원, 다시 말하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를 버는지 못 버는지가 중요한 기준이고, 그 소득조차 없는 경우에는 계약서 같은 걸 보고 하는데요. 그걸 하려면 우리들이 조회를 해야 되잖아요. 그러려면 예술인들이 서류를 제출해야 되는데, 그게 많은 돈도 아니고 그걸 제출하기가 얼마나 귀찮고 소위 말해서 쪽팔리잖아요. 많은 예술인들이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하거든요. 그래서 예술인들이 증명서류를 직접 제출하지 않고도 소득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장은정 _ 그걸 어떻게 파악하시는 거예요?
정희섭 _ 의료 보험, 세금 낸 것 이런 걸로 하는 거죠.
정희창 _ 계좌를 파악하는 게 아니고요?
정희섭 _ 네, 계좌를 추적하는 게 아니에요. 일반 사회보험에서 하는 방법인데, 우리도 그 망을 쓸 수 있게 된 거예요. 일반 사회보험의 시스템과 연계를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정희창 _ 말하자면 자신의 소득수준을 증명하는 서류를 혹시 속여서 신청하거나 하는 경우를 찾는다는 건가요?
정희섭 _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요건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보는 거죠. 전에는 그 요건을 예술가 스스로 증명해야 했는데, 이런 저런 서류를 챙기기가 귀찮고,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요.
장은정 _ 하다가 관두는 사람도 많아요.
정희창 _ 그런데 예술인 스스로 하기에는 창피하니까 그 대신, 기관이 몰래 알아보는 그런 것에는 혹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물론 예술인 복지법에는 취득한 자료를 함부로 사용하면 처벌을 강화하고 이런 건 있어요. 그런데 모든 사회적인 제도라는 것은 악용될 것을 생각해야죠. 어느 정부가 어떻게 들어와서 뭘 할지를 모르니까요.
문제는 결국 두 가지 입장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건데요. 하나는 약간 요건이 안 되거나 속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냥 덮어두고 넘어간다고 하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하나 일일이 골라내서 다 쳐내야 된다고 하는 입장일 겁니다. 결국 복지 차원에서 예술인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건데, 굳이 그런 식의 뒷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는 거죠. 이런 작업은 대부분의 예술인들이나 법조인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이 되고 있거든요.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
정희섭 _ 아 그건 일반 사회보험 시스템에 연계되는 거니까 별 문제는 없을 거라 봅니다.
우리가 블랙리스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게, 우리는 지원자의 작품 퀄리티나 방향을 보지 않고 소득을 보다 보니까, ‘이 사람은 안 돼’, 이런 건 없단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천 건 중에 한 건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행정적 입장에서 볼 때 나머지 999건을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덮어두고 갈 수가 없게 돼요.
우리 사업 중에 작년에 한참 비난을 받은 사업이 창작준비금 지원이라고 해서, 신청한 예술인들 중에 1년에 4천 명씩 격년제로 3백만 원을 지원해주는 게 있어요. 그게 정산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환영받는 사업인데요. 작년에는 선착순으로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원자가 너무 몰려서 서버가 완전히 다운되고, 엄청나게 많은 비난에 시달렸어요. 시스템 문제도 문제지만 선착순으로 하는 게 뭐냐는 비판을 받게 된 거죠. 그래서 공청회를 통해 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배점제를 채택하게 되었어요.
장은정 _ 사다리타기 이런 걸로 해야 할까요?(웃음)
오진이 _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건 어떨까요?(웃음)
정희섭 _ 그러니까요. 결국은 소득 수준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선정하게 됐어요. 예전에 예술위 심의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양대 김정수 교수가 추첨제를 도입하자고 했잖아요. 그렇게 해도 공정성에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했죠.
정희창 _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도 대표를 뽑을 때 일정 수준이 되면 다 추첨으로 하자고 이렇게 얘기를 하죠.
정희섭 _ 그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하려면 예술계에서 동의를 해줘야 되거든요. 떨어진 사람도 이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거죠.
정희창 _ 그럼 요약해보자면,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춘 사람, 그러니까 월 10만원씩이라도 예술인으로서의 소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데요. 그런데 지원이든 선거든 그 사이에 뭘 하나 보탰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다 되는 게 아니라, 오픈된 문제를 천 개든 만 개든 다 공개해서 공부를 하게 한 다음에 60점이나 80점 식으로 그 이상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을 하게 하는 식으로요. 제도를 이용하거나 자리를 얻을 때 알아야 할 것은 알도록 하자는 건데, 문제가 공개되어 있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고 나서 추첨을 하도록요.

사회적 실험을 많이 할수록 새로운 문화가 생겨
오진이 _ ‘서울 댄스 프로젝트’를 보면서 예술의 또 다른 저력을 실감했는데요. 춤을 전혀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한 시민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서 스스로 변하게 하는 힘이 엄청난 거예요. 보통의 시민들도 그럴진대 예술가들은 어떨까? 지금 많이들 지쳐있는데 반해, 지원서 쓰고 심사받고 정산하는 등의 행정절차에서 벗어나서 주사위를 던지든 뭐든 예술가들을 믿고 기회를 주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신선한 동기부여가 되지않을까?
정희창 _ 축제처럼요?
오진이 _ 네. 정말 심사하고 평가하고 정산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 직원들이 다 누렇게 떠있어요. 예술가들은 벌겋게 열 받아있구요. 지원사업의 한 한 트랙이라도 시범적으로 사회 신뢰 프로젝트를 한 번 해보는 거죠. 사실 행정 비용으로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손익이냐를 봤을 때, 그런 사회적인 실험을 많이 할수록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신뢰라는 무한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고 보거든요 .
정희섭 _ 예술위원회 초기 시절에는 아마 천만 원 이하까지는 정산이 면제됐던 때도 있어요.
오진이 _ 맞아요. 저희도 5백만 원 이하는 정산을 면제했었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감사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정산을 다 하게 하죠. 그런데 지금도 중앙정부에서 예산과 섞이지 않은 서울시 예산만으로 하는 최초 예술지원 안에서 준비금 200만 원에 한해서는 정산하지 않아도 되고요.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하는 ‘소액多컴’이라는 게 있어요. 그것도 100만 원 정도지만, 그래도 자기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걸 펼쳐볼 수 있는 씨드 머니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장은정 _ 저는 이미 행정상으로 젊지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이 좀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한 번 하면 자꾸 버려지잖아요. 물론 그 쪽에서도 애로 사항이 있겠지만, 특히나 지원금 공모할 때 늘 왜 신선한 걸 요구하느냐는 거예요. 신선한 건 뭘까요? 왜 자꾸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느냐는 거예요. 몇 년 동안 노력해서 좋은 걸 만들어놨으면 잘 보호해서 다음에 더 잘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너 이거 작년에도 했는데 또 하려고 해?’ 이렇게 해버리니까 자꾸 좋은 것들은 사장되고 더 살리지도 못하고 있죠. 그러니까 우리가 글로벌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재능 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문화재단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다음 단계에 예술가들을 더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것들이 연계되었으면 좋겠어요.
오진이 _ 재연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동시대성을 반영했는가, 얼마나 깊이가 생겼는가 등을 를 살피는 심사지표가 필요하겠습니다.
장은정 _ 요새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IT에 밝아서, 저는 알지도 못하는 공모 지원금들을 젊은 예술가들은 다 알더라고요. 그래서 한 20대 후반, 30대 초반 예술가들이 그 지원에 참여해서 다 돌아요. 그 다음에는 할 일이 없어요. 뭘 해야 될지도 모르고요. 우리 무용인들 내부적으로도 이렇게 해서 자꾸 지원금만 받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정희창 _ 마치 안토니오의 노래 가사에서처럼, 인디언들한테 주는 블랭킷은 그 사람들을 죽일 뿐이라는 이런 취지의 말씀이시죠?
장은정 _ 그런 비슷한 느낌이에요.
정희창 _ 연극,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영화 등 이렇게 나눠본다면 각 분야별로 지원 현황이 어떤가요? 거의 고르게 배분되고 있나요? 아니면 차등을 둬서 특정 분야에 더 많고 적고 그런 게 있나요?

예술 분야별 지원은 고르게
오진이 _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전체 지원 신청 건수에 비례해서 고르게 지원을 하고 있어요. 연극의 경우는 374건 중에 46건으로 11억 정도가 총액이고요. 무용은 145단체가 지원에서 37작품으로 7억1천만 원 정도, 음악도 7억 정도, 전통은 5억 8천 수준입니다.
정희창 _ 전통은 뭔가요? 무용, 음악 다 합해서 말하는 건가요?
오진이 _ 그렇습니다. 국악, 연희, 전통무용, 작곡 등 전통 계승과 창작영역입니다.
정희창 _ 시 낭송 이런 건 없나요? 문학에 들어가나요?
오진이 _ 문학관련 지원사업은 창작집을 발간하는 것에 대한 지원입니다. 다만 청년예술지원사업 중 서울청년예술단 사업에서는 문학관련 행사에 대한 지원도 가능합니다.
장은정 _ 그럼 무용은 건수를 늘려야 되겠군요. 다들 내라고 해야겠네요.
정희섭 _ 신청이 늘면 우리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예산을 배분하는 측에게 예술계에서 이렇게 수요가 많으니,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겠죠. 지원금 증액을 요청하려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걸 우리가 입증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무용계에서 신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면 무용계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더 따내야 돼요. 떨어질 걸 각오하더라도 수요가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많이 신청할 필요가 있죠.
오진이 _ 상주예술단체도 선정된 24개 단체 중 무용계는 3곳이더라고요. 장르별 비율로 치면 4~5곳 정도는 될 법도 한데.
더구나 지금은 초기와 많이 바뀌었어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공연단체와 공연장이 매칭해서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전까지는 신청주체가 공연단체였으나, 2016~2017년 2년간 신청주체가 공연장이었다가 올해부터 다시 공연단체로 변경되었습니다.
장은정 _ 상주단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상주단체 하는 사람들 보면 극장과 매칭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아직 있어요.

무용계 지원률 10%에 불과, 보다 도전적 지원해야
오진이 _ 네 그렇죠. 그리고 메세나 지원사업도 하고 있는데, 올해 경우 23단체가 선정 됐는데 무용분야는 지원률 자체가 10% 정도입니다. 물론 절대수가 적긴 하지만 수치만 봤을 때는 도전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특히 한국무역협회 스페셜트랙은 매칭 기업이 없어도 되고, 대관료로 지원되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엔 ‘류장현과 친구들’의 『갓 잡아 올린 춤』이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장은정 _ 도전적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무용계 사람들이, 특히 메세나 같은 경우에 선정이 안 되다 보니 그런 거예요. 경쟁력도 없고, 대중적이지도 않으니까요. 무용가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시도를 해봤겠어요. 다 안 되니까 그냥 하지 말자고 하는 부분도 있어요. 우리 잘못이지만요.
정희창 _ 방금 정 대표님께서 무용계가 수요가 많다는 걸 보여줘야 예산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예산을 받아올 때 각 분야별로 받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정희섭 _ 그건 아니죠.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보면, 정책이나 예산을 담당하는 측에 예술 현장에서 이렇게 수요가 많다는 걸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렇게 예산을 따오면 그걸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각 장르를 살펴보는 거죠. 예를 들어 무용계가 커지면 무용에 대한 배분 금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겠죠.
정희창 _ 이제 지원이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정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되는 사례로서 말씀해주고 싶은 게 있으면 해주세요. 가령 성공 스토리 같은 거요. 예를 들어서 지원을 받기 힘든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몇 년을 해서 지원을 받았다든가 하는 그런 기억나는 사례가 있을까요?
오진이 _ 성공적인 사례는 있지만 예술가가 먼저 얘기하면 모를까 지원기관에서 이야기하는 건 뭔가 민망합니다 . 2017년부터 유망예술지원사업을 2년간 지원사업으로 개선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공연단체 다년간 지원사업」을 시범운영, 연극 두 단체, 무용 두 단체를 선정해 3년간 연속지원한 적도 있지만 문제제기 하셨듯이 일회성인 지원이 많아서, 누군가가 재단의 지원으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연대감이 없다는 게 우리에게도 좀 슬픈 거예요. 기획사 같은 곳은 꾸준히 아티스트랑 같이 가서 패밀리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재단은 우리 지원과 함께 하는 아티스트나 단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작 아티스트들은 서울문화재단을 그리 여길까 조심스러운 게 현실입니다.
장은정 _ 「바비레따」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중간에 한 번 쉰 적은 있었지만, 심의에 선정되어 우리가 그 프로젝트를 8년 동안 진행하고 있어요. 선정해주신 심의위원들께도 감사드리고 ‘서울문화재단’이 없었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정말 그 부분은 감사드려요.
정희창 _ 말하자면 서울문화재단의 사업 효과에 관해서 서로 교감이 부족했었는데, 이 자리가 그런 교감의 자리가 된 거네요.(웃음)
장은정 _ 무용계의 신청이 좀 늘어났으면 하는 것에 ‘꿈다락’ 프로그램도 있어요.
오진이 _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본부의 TA 시스템 장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예술강사와 인건비 단가는 엇비슷하지만 공동연구개발 기회를 비롯해서 연구비를 지급한다든가, 새로운 교육기회를 드리니까 그런 면에서 보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접지원의 중요성이 커지는거구요
정희창 _ 정 대표께서도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정희섭 _ 우리 재단의 특수성이 있는데요. 문화예술 지원 기관이니까 우리가 주로 상대하는 영역이 문화예술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문체부 이상으로 사실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이런 데를 많이 상대해요. 그래서 우리 직원들의 베이스를 보면 문화예술 베이스인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복지사, 상담사, 노무사 이런 사람들도 꽤 많아요. 일반적인 문화예술 베이스를 가진 직원들은 문화예술계의 이런 저런 반응이나 불평, 비판에 대해서 왜 그런지 이해하고 감내하는데,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좋지 않고 비난이나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면 굉장히 기가 꺾이는 거죠. 그러다보니 선의를 가지고 일을 했는데 예술계 현장에서는 그걸 몰라주니까 야속한 마음을 갖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사례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을 통해서 어떤 분이 시집을 내서 우리에게 보내주시고, 직접 방문해서 3백만 원을 가지고 내가 이 시집을 냈을 수 있었다고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때 참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이건 오히려 복지 베이스 사업이거든요. 이 일을 하는 직원들이 문화예술 베이스인 직원들이 아니에요. 그 직원들은 그냥 3백만 원밖에 못 도와드렸는데 그 3백만 원으로 시집을 내고 그걸 들고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니까 너무나 감격하는 거예요.
정희창 _ 처음에 말씀해주셨던 복지 혹은 문화 개념에 딱 맞는 그런 성과를 얻으신 거네요.
정희섭 _ 그렇죠. 시집을 냈다는 결과물보다는 그분한테는 자신이 그 시집이라도 냈으니까 자기가 시인으로서 다시 살 수 있는 동기, 최소한의 힘을 드린 거죠.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고맙다고 하니까, 우리 직원들이 내가 하는 일이 그냥 단순 지원이 아니라 참 보람된 일이라고 깨닫고 느끼는 계기가 된 거죠. 그래서 직원들이 가끔 ‘제가 그때 참 우리 회사를 다니는 보람을 느꼈어요.’ 그런 얘기를 해요. 정말 그렇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들이 하는 사업 중에, 제가 참 싫어하는 용어이긴 하지만 ‘예술인 파견 사업’이 있어요. 여기서 예술가들이 한 달에 120만 원 씩 6개월을 받거든요. 좀 소득이 되니까, 예술가들이 좀 괜찮은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예술가들이 회사 담당자와 이런 저런 일을 하는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예술관과 부딪히기도 하죠. 또 혼자 가는 게 아니고 다른 장르의 여러 예술가들과 같이 가니까 서로 부딪히면서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거예요. 한 예술가로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걸 하는 거죠.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하는 작업, 또 예술계 내에서만 작업을 하다가 전혀 다른 장르의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일을 하니까요. 또 어떤 때는 예술에 대해서 굉장히 편협한 생각을 가진 기업 담당자와 만나기도 하죠. 그러면서 예술가로서 새로운 가능성과 성장의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얼핏 생각하면 예술인들에게 조금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창작 열망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는 서로 의견도 다르고 관점도 다르니 갈등도 많다고 해요. 뭐 예술가 데려와 놓고 회사 환경미화 해달라는 거냐 그렇게 충돌하기도 하고….(웃음) 그런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변화, 성장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업이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창작의 새로운 동기와 여건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걸 상당한 보람이자 성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지원 잘 받는 팁
정희창 _ 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좌담을 마쳐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복지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지원을 쉽게 많이 받을 수 있는지, 팁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겠습니까?(웃음)
정희섭 _ 우리 재단은 일단 예술 활동을 증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돼요. 증명을 안 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하고 예술계에서 인정받는 무용가라고 하더라도 일단 우리 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활동 증명을 해야 돼요.
정희창 _ 예를 들어 아까 말씀하신 월 1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희섭 _ 우리 회사 시스템을 통해 증명해야 돼요. 꼭 소득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공연한 팜플렛에 이름 들어간 것도 가능하고요.
장은정 _ 자기 공연이어야 한다고 하던데요?
정희섭 _ 아닙니다. 출연만 한 공연도 가능합니다. 댄서라면 당연히 다른 연출가의 공연도 많이 출연 하겠죠. 그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야 된다는 거죠.
정희창 _ 그러면 예를 들어서 1년에 공연을 한 번만 한 경우도 가능한가요?
정희섭 _ 3년에 3건이에요. 한편 글 쓰는 건 시는 5년에 5편, 단편 소설은 3편, 장편소설은 1편일 거예요. 그런 식으로 장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정희창 _ 그런 것들을 반드시 증빙을 갖춰서 신청해야 되는군요.
정희섭 _ 그렇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행정에서는 범위를 정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예술가가 몇 명인지에 대한 통계가 없어요. 지금 무용인들이 몇 명이냐 하는 공식 통계가 있나요? 없잖아요. 대강 추정하는 방법이 전국에 무용과가 몇 개가 있고, 학생이 몇 명이고, 졸업생이 몇 명이나 나오고 이런 식으로 따지는 건데, 그건 추정치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행정하는 사람들은 그런 거 가지고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무용인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재원을 늘리라고 하면, 도대체 무용인들이 몇 명이냐를 가지고 따져야 된단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은 아마 등록 증명이 된 무용인들보다 안 한 무용인들이 훨씬 많을 거예요. 무용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은 추정을 하지만, 예산을 다루는 부서의 윗사람들은 그런 이해가 전혀 없다는 말이죠.
‘그럼 공식 통계가 뭐냐?’ 이건 제 예상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우리 재단에 등록 된 수치가 가장 최소한의 베이스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수보다 더 많겠지만요.
정희창 _ 그런데 원래 예술의 속성이라는 게 등록 같은 일체의 속박을 싫어하는 거잖아요.
정희섭 _ 맞습니다. 저는 그런 예술의 기본적인 속성이나 범위를 정해서도 안 되고, 개인이 어느 기관에 등록하는 걸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범위를 정해야 되니까요. 그리고 예술계 바깥에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서도 전국의 무용수 숫자를 제시하고, 이 정도의 무용수가 있는데 돈이 부족하니 돈을 늘려달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죠.

서울문화재단 지원 잘 받는 팁
정희창 _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잘 받기 위한 팁이 뭐가 있나요?
오진이 _ 무용전용공간이 ‘서울무용센터’인만큼 그곳 정보를 드리면요 6월15일까지 ‘테이크 샵’이라고 무용 필름 작업에 지원을 하고 있어요. 적게는 3백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지원됩니다.
지원을 잘 받기 위해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하니까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 자주 보시고, 뉴스레터도 받아 보시구요. 웹진 「춤:in」도 도움이 될 겁니다.
장은정 _ 「테이크 샵」은 젊은 사람들 중에 기다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감독과 매칭하고 들어가야 돼서 뜻 있는 사람들이 또 참여를 잘 못해요. 작년에 처음 할 때는 그냥 가서 교육을 받고 매칭을 했는데, 올해는 아예 같이 할 수 있는 팀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컨택이 안 될 때는 못 하게 되는 거죠.
오진이 _ 서울무용센터에서는 합이 맞는 분들과 같이 작업하시라는 취지로 그리 한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저에게 연락하세요. 같이 작업할 영상감독을 소개해드릴게요.
장은정 _ 오, 그럼 이게 공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진이 _ 공식적인 건 아니고요. 제가 올부터 임금피크제로 전문위원직을 하고 있거든요. 제 스스로 현장을 듣고 이롭게 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았느니 거들겠다는 얘깁니다.
정희창 _ 「춤지」 보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시면 됩니다.(웃음)
오진이 _ 2차 ‘최초 예술 지원’이 예정되어 있어요. 6월에 곧 공지가 나갈 예정이니, 그것도 눈여겨 보시구요.
9월쯤엔 뉴욕 무브먼트리서치(Movement Research) 입주안무가 선정을 위한 국제교류를 준비 중입니다. 또 11월엔 ‘국제 안무 워크숍’도 예정되어 있고요.
그리고 극장 공연예술 작품 중심의 중견 이상 예술가들은 창작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춤의 다양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지역문화 본부 안에 있는 ‘사회적 예술프로젝트’라든가 서울예술치유센터 내 예술치유로서의 춤을 실천하는 입주작가라든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거리예술작업이라든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영역이 숨어있으니 재단 사업 전반에서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궁금한데 막연하다 싶으시면 저한테 연락주시구요.
정희창 _ 「춤」지에 이번 좌담 나가고 나서 연락 많이 와도 귀찮아하지 마세요.(웃음)
오진이 _ 저는 그 역할을 하겠다고 재단에 천명해놓은 상태에요.
정희창 _ 앞으로 교육 문제, 외국인 문제, 인력 문제, 육아 문제 등 이야기해 나가야 할 분야들이 사실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장은정 _ 제가 이 땅에서 무용가로, 예술을 지향하는 작업자로 살면서,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춤을 추면서 나도 행복하고 춤을 보는 누군가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행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내가 어떤 작업이 추동되면 어느 기관이든 간에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기회가 열려 있었으면 좋겠어요. 극장이든 위원회든 말이에요.
또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아까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문화예술 베이스가 있는 직원들이 있고, 아닌 직원들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문화예술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무용 관련해서는 무용을 정말 사랑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무용수 직업 전환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행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요소가 많을 수는 있어도, 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을 해나가는 데에 현장 경험이 있는 무용가들이 동참하고 흡수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희섭 _ 흡수라는 게 무슨 뜻이죠?
장은정 _ 예를 들어서 정식 직원은 아니더라도, 어떤 정책을 마련할 때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좀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끼리도 이런 정책은 내가 가서 같이 만들면 좋겠다 싶은 게 좀 있거든요.
오진이 _ 그러니까 창작자가 아니라 플래너나 링커 역할을 하고 싶은 거군요.
정희섭 _ 네, 코디네이터도 가능하죠.
장은정 _ 맞아요.

예술가와 행정가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 개발해야
정희창 _ 그런 것도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정희섭 _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사업을 하잖아요. 사실 이건 푸념인데, 직업 전환을 해서 더 이상 무용수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무용 하겠다는 사람은 지원하지 않고, 무용을 그만 두겠다는 사람들을 지원을 하느냐는 오해가 있었던 거예요. 예술가를 지원하는 데에서 예술 하겠다는 사람을 지원해야지, 왜 예술 그만두겠다는 사람을 지원하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박인자 이사장이 우리 재단의 이사이기 때문에, 특히 무용 장르에서 왜 그게 필요한가를 설명해줘서 알아들었어요. 예술현장에 계신 분들이 답답해하시는 것 이상으로 예술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행정가들도 많다는 걸 알고,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와 통로를 개발해야 될 것 같아요.
정희창 _ 그런데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지금 중앙부처에서도 그렇고 사업별로 담당부서가 스스로 평가를 하게 하는 등으로 평가 지표를 자꾸 개발하고 있지 않나요?
정희섭 _ 그런데 그 평가 지표가 세밀화되고 구체화 될수록 사실은 예술창작을 더 가로막아요. 그러니까 그걸 보완하기 위해 예술계 전문가를 모셔서 얘기를 듣는 거예요. 이렇게 지표를 만들고, 예술 전문가를 불러서 나름대로 평가를 들어보고는 ‘들어보니 무용계에 문제 많다더라. 근데 돈을 더 달라고 해? 안 돼!’ 해버려요. 물론 비판하시는 분이 어떤 마음, 어떤 자세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야기를 듣는 당국자들은 그런 소통이 안 되는 분들이란 말이죠.
정희창 _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용 쪽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희섭 _ 활동의 성과를 충분히 알리고 현장의 어려움과 지원의 수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이야기를 하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비판해야 할 건 비판해야겠지만요.
장은정 _ 사실 심사위원들을 보면 1년에 공연을 한 번도 안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요. 공연을 안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겠어요? ‘이게 컨템포러리인지 한국전통춤인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우리를 심사하겠다고?’ 이렇게 돼버리는 거예요. 우리가 아쉬운 건, 우리 무용하는 사람들 열 사람 정도한테만 물어봐도 이런 사람을 심의위원으로 데려가진 않을 텐데 하는 거예요. 아무튼 그런 통로들을 어떻게 만들고 열어 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정희창 _ 오늘 세 분 여러 가지로 좋은 말씀들 참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