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공연평

 

한국창작무용계를 아우르는 춤 축제로 자리매김
- 32회 「한국무용제전」의 경연대작을 중심으로




심정민(沈廷玟)(춤평론)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격동의 역사를 딛고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워왔다. 특히 춤은 평안과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혹은 고유한 멋과 흥을 표현하기 위해 추어지곤 했다. 우리네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춤은 고스란히 민족 유산으로 남아 작금의 한국무용을 꽃피우게 하는 씨앗이 되었다.
현재 무용계에서는 예로부터 전해져온 춤 유산을 바탕으로 한 동시대적인 창작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스란히 감지할 수 있는 축제와 기획이 여럿 있는데, 올해로 32회째를 맞이한 「한국무용제전」은 한국창작무용이라는 영역을 가장 넓게 아우르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한국무용제전」(예술감독 백현순)은 ‘축제’를 컨셉으로 하여 4월18~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주요 공연들은 대부분 대극장을 장식하였다. 개막과 폐막에는 중국 베이징실험무용단과 말레이시아 TFA무용단의 초청작과 함께, 전년도에 최우수상을 받은 카시아무용단(김호은 안무)과 우수상을 받은 임학선댄스위(정향숙 안무)의 수상작이 리바이벌되었다. 본 공연에서는 부산시립무용단, 청주시립무용단, 김혜림무용단의 참가작과 더불어 다섯 개의 경연대작이 펼쳐졌다. 동시에 소극장에서는 신진 한국무용가들의 파릇하고 열정적인 창작물 12개가 경합을 벌이기도 하였다. 물론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이라 한다면 이미영, 윤승혜, 최진욱, 최지연, 정성숙의 경연대작이라 할 수 있다.

4월20일, 판댄스컴퍼니를 이끄는 이미영은 『미얄? 美얄!(Miyall: A Beautiful Human Being)』에서 새롭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현혹되고 중독된 영감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을 꿰뚫어 보며 결국 미얄할미의 진혼굿을 통해 진정한 미(美)를 자각하도록 이끈다.
중심 내용은 몇 개의 듀엣이 이끌어간다. 이미영과 전성재, 전성재와 장혜림, 전성재와 심주영의 듀엣은 각각 미얄할미와 영감, 영감과 색시, 영감과 미얄할미에 빙의된 무당을 나타낸다. 세 쌍의 서로 다른 춤사위와 관계성은 옛 것과 새로운 것을 넘어 본질과 감각이라는 영역을 은유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허와 실을 성찰하는 동시에 본연의 진리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젊었을 적에 몸 안에 상당한 밀도와 기교를 지녔던 무용가 이미영은 여러 해 전부터 새로운 예술적 방향으로 나아갔다. 보다 자연스러운 기(氣)의 흐름을 가진 춤을 찾아가는 과정이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그녀만의 강렬한 밀도와 기교가 약해졌음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4월25일, 윤승혜무용단의 『위로(Go Up/Comport)』는 올림픽 성화, 종교행사의 연등, 정화수의 촛불, 촛불 시위 같은 대규모 의식에서 그 정신을 상징하는 주요 매개체로서 ‘불’을 사용함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러한 ‘불’을 통해 고유한 의식성을 승화시키는 춤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매개적 소재에 대한 상징성은 매우 잘 끌어낸 듯하다.
첫 장면에 바이올린과 해금의 협업이 작품의 방향성, 이를테면 신구(新舊)나 동서(東西)의 교차를 선명하게 나타낸다. 저고리를 간소화한 상의에 파니에 같이 부픈 치마를 입은 여성들은 말끔하게 정제된 선형의 움직임을 펼친다. 이윽고 부픈 치마는 공중에 매달려서 전등갓으로 승화된다. 이후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는 가운데서도 기원의 몸짓은 짙어진다.

같은 날, 쿰댄스컴퍼니와 최진욱은 『공동체(Community)』라는 신작에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공존하는 유기체적인 조직원들 간에 통합의 축제를 벌인다. 실제로 안무가 최진욱과 협력안무가 서연수 그리고 쿰댄스컴퍼니 단원들은 서로의 기(氣)와 열(熱)을 합한 성과물을 냈다.
작품의 첫 인상은 구조적인 잘 정돈되어있다는 것인데, 이는 신중하게 계획하여 반복적으로 훈련할 경우에만 획득될 수 있다. 때론 지나치게 정돈된 듯한 인상이 없지 않았으나 다양한 대열의 변화와 춤사위의 변형을 통해 규격화를 배제하였다. 군무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더불어, 서연수와 최진욱의 듀엣은 노련한 동작구사력과 깊이 있는 흡입력으로 작품의 선과 색을 풍부하게 하였다. 특히 중심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서연수는 춤에 있어서 한층 무르익은 느낌이다.
『공동체』는 최진욱과 서연수의 공동 안무가 시너지 효과를 거둔데다가 쿰댄스컴퍼니 단원들의 실행력이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집중력을 발휘함으로써 고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쿰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의 하나로 새겨질만한 작품이다.

4월27일, 창무회의 최지연은 『몸-4개의 강(Body-Four Rivers)』에서 인간의 몸을 숭고한 자연에 비유한다. 오늘날 몸에 대한 존중보다는 소비에 집중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숭고한 자연으로서의 ‘몸성’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춤을 전개한다.
경연대작 중에서 가장 적은 인원인 여섯 명이 출연하였으나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춤사위를 펼쳐 보임으로써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였다. 다만 각자 움직이는 가운데서도 구성적인 틀이 탄탄하고 세밀하게 잡혀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조형적인 구조를 만들 때를 제외하면 이러한 요소가 느슨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표현적인 신체 움직임을 배제한 채 일련의 이미지와 분위기만을 전달하고자하는 창작은 컨템포러리한 한국창작무용에서 지향하는 바다. 최지연의 일관된 방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작품이다.

같은 날, 정성숙무용단은 『어릿광대의 슬픈 미소(Clown’s Faint Smile)』를 통해 조선의 여자꼭두 바우덕이의 예술혼을 조명한다. 그녀는 남사당패를 조선 최고의 예인집단으로 이끈 최초의 여성지도자로서 세상을 풍자하고 비판했던 당대 최고의 예인으로서 스물셋에 절정의 무대에서 사라져간 전설적인 인물이다.
바우덕이의 어린 시절, 입적, 성공과 그 이면, 사랑, 죽음과 같은 생(生)의 흐름을 갖가지 민속춤, 줄타기, 사물놀이, 비보잉과 중첩시킴으로써 보고 들을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여기에 빠르게 흘러지나가는 영상은 작품에 속도감을 더한다. 영상의 연출적인 면은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을 연상시킬 정도로 일정 수준을 넘어서 있다. 사물놀이와 비보잉이 함께 하는 피날레에서는 신명나는 가락과 역동적인 동작으로 인해 일반관객의 호응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놀이패의 흥과 멋을 확실하게 보여준 인상이지만 안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다.

다섯 개의 경연대작 중에서 최우수상과 관객평가상은 쿰댄스컴퍼니의 『공동체』에게, 우수상은 창무회의 『몸-4개의 강』에게 돌아갔다. 작품들 간에 편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무용전문가의 견해와 일반관객의 호응이 미세하게 엇갈린 지점도 없지 않았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결과로 여겨진다.
춤 축제라고 하면, 다양한 창작 경향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공연 프로그램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연부문이 있다면 공정성을 강화하여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권위를 확립해가야 한다. 해당 장르를 넘어 무용계 전체의 주목과 인정을 받는 한편 대중의 관심과 관람 또한 유도해야 한다. 축제 집행부로서는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전문성과 현장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한국무용제전에서도 이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음은 읽혀진다.
여기서 한 발자국 나아간다면, 좀 더 대외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 모색도 요구되는 바다. 젊은 소리꾼 송소희가 아이돌급 인기로 대중과 국악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했듯, 한국무용계에서도 스타플레이어의 발굴 및 양성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창작성을 고취시키는 가운데 동시대적인 창작 경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가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국립무용단의 컨템포러리한 창작 방향이 한국무용계에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일반관객의 수, 특히 젊은 관객의 수를 눈에 띠게 늘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