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관무기

 

사후 계승 및 발전
- 발레히스파니코·리몽댄스컴퍼니




윤재상(尹在祥)(Art Management NYC LLC 대표)

* 발레히스파니코 아나벨 로페즈 오초아 안무 『직선(Linea Recta-Straight Line)』 외(4월10~15일 Joyce Theater)
발레히스파니코는 라틴 문화의 색채를 띤 컨템포러리 발레단으로 베네수엘라 태생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티나 라미레즈(Tina Ramirez)에 의해 1970년에 창단되었다. 현재는 무용단원이었던 에두아르도 빌라로(Eduardo Vilaro)가 예술감독 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스페인어로 사용되는 무용계를 대표하고 있다.
발레히스파니코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단체의 색깔에 걸맞게 라틴계 예술가에 대한 양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도 다양한 안무가들이 신선한 작품을 선보이며 위상에 맞는 공연을 만들었다.

『쌍둥이 영혼(Twin Spirits)』은 안무가 구스타보 라미레즈 산사노(Gustavo Ramirez Sansano)가 스페인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와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우정과 사랑을 소재로 안무했다.
작품은 두 명의 무용수가 객석의 통로를 통해 걸어서 무대로 올라오며 시작된다. 무대로 올라온 그 둘은 무대장치로 만들어진 문을 거침없이 통과해 지나가며 달리의 작업실로 설정을 이동시킨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무용 동작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는 달리에게 로르카가 다가와 열정적이고 강렬한 남성 듀엣을 만들어낸다. 둘은 움직임을 통해 우정, 사랑 그리고 사소한 논쟁까지도 묘사해 보여준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선에 걸쳐서 아슬아슬한 연출이 이어지지만 둘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그들이 처음에 넘어섰던 문은 당시에 인정받을 수 없었던 그들 관계의 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자극적인 동성애적 표현들은 자제되어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에 대한 궁금함을 증폭시키며 관객에게 관음적 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직선(Linea Recta-Straight Line)』은 클래식 기타와 타악기 그리고 스페인어 보컬이 포함된 음악에 플라밍고 기법을 접목해 라틴 아메리카의 색을 입혔다. 최근(2016년)에 초연되었음에도 발레히스파니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빨간색 긴 꼬리가 달린 플라멩코 드레스를 착용한 여성 무용수와 상체를 탈의한 남성 무용수들의 빨간 타이츠는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며 춤의 활기를 더한다. 맨발을 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플라밍고에서 볼 수 있는 발의 타격으로 인한 청각적인 묘미는 느낄 수 없지만, 공연 중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발랄한 멜로디를 만들어내면서 활기를 보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든다. 히스패닉의 상징적인 것들을 응축해 놓은 작품 『직선』은 당분간 발레히스파니코의 대표작품으로 매 시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 쿠바,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그리고 콜롬비아 등등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이 미국의 사회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라틴 아메리카라는 범주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공통점을 떠나 물과 기름처럼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용단은 미국 내 라틴계의 융화와 개인화에 방지에 기치를 두고 있다. 작품을 안무한 아나벨 로페즈 오초아는 인터뷰를 통해 태어나고 자라면서 정체성을 잊고 살았지만, 발레히스파니코와 작업하면서 본인이 콜롬비아 출신임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뒤섞이지 못했던 라틴계가 무용을 통해 열정을 공유하면서 본인들과 보는 관객들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만 봐도 춤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리몽댄스컴퍼니 호세 리몽 안무 『무명(無名/The Unsung)』 외(5월8~13일 Joyce Theater)
무용단의 초기 설립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남아있는 현대무용단의 수는 생각보다는 그리 많지는 않은데 리몽댄스컴퍼니(Limon Dance Company)는 설립자 호세 리몽(Jose Limon)이 죽고 난 후에도 계승된 첫 번째 사례의 역사적인 현대무용단이다. 무용단은 1946년에 도리스 험프리(Doris Humphrey)와 함께 창단된다. 호세 리몽의 작품들은 자연스러운 몸짓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의 표현으로 대표되며, 1972년 그가 사망하기까지 총 74편의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무명(無名, The Unsung)』은 1970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지도자들에 대한 경의가 표현된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족장들의 용맹스러움과 그들의 희생정신, 그리고 그들의 선지자적인 신비스러움을 표현해 보여준다. 각각의 부족장을 맡은 무용수들은 차례로 본인들이 맡은 역할에 맞춰 개인무를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의 개인무로 넘어갈 때마다 모두 무대에 올라와 군무를 추면서 복합적으로 안무를 연결시켜 나간다. 공연 내내 어떠한 음악도 사용하지 않고 전개된다. 대신 의상의 시각적 표현을 단순화시키고(인디언 부족장 하면 연상되는 깃털로 꾸며진 머리 장식이나 가죽옷을 입고 있지 않다), 일부 동작들을 반복시키면서 그 반복되는 동작을 통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무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무대의 긴장감과 관객의 피로도를 감소시켜준다.
작품의 의도와 걸맞게 크고 강한 힘이 표출되어 보이도록 안무 되었다. 무음에도 불구하고 동작의 변화에 따라서 신비스럽게 리듬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미사 브레비스(Missa Brevis)』는 호세 리몽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후 폴란드를 다녀와서 만든 작품이다. 전쟁 이후의 희망을 잃지 않고 상황을 극복해 나아가는 폴란드인의 모습을 보며 받은 감동이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음악은 졸탄 코다이(Zoltan Kodaly)가 작곡한 성당 미사곡 ‘미사 브레비스’를 이용하는데 동명의 작품이 된다. 전쟁이라는 큰 위기를 겪었음에도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기독교적인 색을 입혀 표현했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힘차고 웅장한 서사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호세 리몽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앞서 호세 리몽 컴퍼니가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이 작고한 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무용단이라 밝혔다. 한국에는 호세 리몽 못지않게 훌륭한 작품을 만든 한국창작무용사에 획을 긋고 있는 안무가가 많이 있다. 그들이 작고한 후에도 명맥이 유지되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무용단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 유료관객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 한국의 조직적인 문제점 개선과 무용단 운영을 위한 자금확보 등 해결되어야 할 일이 열거하기 힘들게 많다. 하지만 불가능하고 어려워 보일지라도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후(死後) 계승 및 발전? 치밀한 검토와 선행된 준비는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