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관무기

 

메르헨을 통한 환상적 발레 창작의 첫걸음
- 김순정




김호연(케이 코뮌 연구위원)

* 김순정 안무 『눈의 여왕』(5월4일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
무대공연예술로 대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무용 장르는 어떤 것일까? 편하게 현대춤, 한국춤, 발레로 나누어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발레일 것이다. 누대에 걸쳐 다듬어진 발레 기법의 특질 그리고 무용극이 가지는 이야기 구조 등은 관객에게 경외감과 친근함을 함께 전해주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발레 공연은 대중의 결집력도 강하다. 이러한 바탕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유아, 아동과 관련성이 있다. 남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축구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여학생들은 발레를 배우는 것이 통과의례다 보니 이들은 발레의 수용, 생산, 소비의 주체로 자리한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콘텐츠 속에서 많은 단체들이 고전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고전 형식에 빌려 새로운 레퍼토리를 창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번에 김순정발레단도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한 『눈의 여왕』을 초연하며 관객과 소통하였다. ‘눈의 여왕’은 악마의 저주에 의해 거울 조각이 박힌 카이 그리고 그의 친구 데르다가 눈의 여왕을 따라 여정을 떠나며 난관을 헤치고 결국에는 진심어린 사랑 속에서 눈물로 해소되고 행복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환상적 동화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동화발레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 동화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무용극에 맞게 각색을 하여 정제하였다.
이 작품은 발레로 작품화하기에 필요충분 요소를 가지고 있다. 탄탄한 기승전결의 분절적 구성, 선악구조와 행복한 결말 그리고 환상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메르헨(marchen)이 지니는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함유하여 신비감을 전해주면서 여정이 지니는 흥미 그리고 개성을 지닌 인물군의 등장 등의 보편적 정서로 관객에게 기대지평을 연다.
이 작품은 크게 프롤로그, 에필로그 그리고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에서 7개의 이야기가 무용극에 맞게 고전극의 기본인 발단, 상승, 절정, 하강, 결말의 5단 구성으로 구성하여 안정감을 준다. 여기에 각 장마다 서브 모티브를 하나씩 두어 이를 해결하고 새로운 인물과 조우를 통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구조화한다. 그래서 각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특질은 이 작품에서 잘 구현된다. 눈의 여왕, 까마귀와 공주와 왕자, 도둑과 산적의 딸이 그러하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하강에서 결말을 위한 매개인 핀란드의 지혜로운 여인의 등장은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고정적 인기 레퍼토리로 가능성을 열고 있다. 대중에 익숙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의 적절한 삽입을 통해 극 전체가 완성도를 높였고, 군무도 아직은 설익은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질량감을 높인다면 풍성한 형식미를 보일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초연에서 보이는 아쉬움도 눈에 띈다. 먼저 이 공연을 통해 대중이 상상한 발레의 매력을 강하게 보여줄 장면 삽입이 필요하다. 어린 카이와 게르다가 주인공이다 보니 이런 부분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발레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고난도의 장면 삽입은 스토리를 오히려 자연스럽게 만들고 밀집감을 높일 듯하다. 이 작품이 여정의 길이라는 점에서 역동적 구성이지만 완만한 인상을 주는데 따로 떼어놓아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남녀 무용수의 두드러진 파드되 혹은 독무 등이 있다면 흥미를 높일 것이다.
또한 음악을 통해서는 어두움과 무서움 그리고 밝음과 즐거움이 뚜렷하게 그려진데 반해 인물의 선악 구도는 원작에 비해 그렇지 못하다. 선악의 대칭 구조가 이 작품의 본질적 요소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극적(dramatic)으로 풀 수 있는 갈등 요소를 부각한다면 작품의 질감이 더욱 다져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흥미롭다.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구성이나 인물과 표현방식은 어렵지 않게 발레를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졌고, 원작이 지니는 기대지평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절차탁마한다면 고정적인 스테디셀러로 시대를 초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후일담이지만 이 공연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서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무료 공연이란 점도 있었지만 공연 시작 전부터 로비까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발레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함께 그만큼 대중은 양질의 공연을 원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동네 주민들이 접근성이 용이하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눈의 여왕』의 앞으로 여정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