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자전거살롱

 

자출(자전거출근) 속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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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우(全相宇)(여행작가)

첫 날엔 그저 그렇거니 했다. 엊저녁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이거니 했다. 아니 엊저녁 늦게 잠들어 피로가 덜 풀리기도 했지만 지금 아마도 맞바람이 불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도 있는 듯하니 숨쉬기도 힘들고 그 탓도 작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잔거질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뿐 아니라 다음 날도, 한 주가 지나고 보름이 지나면서도 힘든 잔거질이 계속되자 뭔가 잘 못 되었음을 깨달았고 그 까닭을 머리에 떠올리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 사이에 집을 두 번 옮겼다. 스무 해 넘게 살던 동네를 떠나 딸 아이의 직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두 해 살짝 넘게 살다가 지난여름 다시 옛 동네로 돌아왔다. 다시 옛 동네로 돌아오고 나서 느낀 게 사람의 몸이란 게 담금질하기 나름이란 것을 알았다. 다시 돌아온 옛 동네서 자전거로 회사를 가는 거리가 30km 가까이 되는데 잠깐 나가 살았던 동네서 회사까지는 20km 였다. 그동안 열 해가 넘게 날마다 잔거질로 오간 회사지만 그 거리가 3분의 2인 20km로 줄어들면서 오가기 편하고 해서 좋았다. 문제는 지난여름 옛 동네로 돌아오면서 거리가 늘어나면서부터였다. 두 해 살짝 넘는 동안 20km를 오가다가 다시 30km를 타게되니 몸이 늘어난 거리를 못 이긴 것이었다. 두 해 동안 타오던 20km 거리를 넘기는 곳에서부터 몸이 부쩍 힘들어 하고 마음도 덩달아 “언제 가나?”하고 무거워 졌다. 두 다리에 힘은 있는데도 페달 돌리기가 느려지고 허리와 어깨는 뻐근하다 못해 뻗뻗해진다. 그동안 그렇게 담금질을 해왔는데도 거리가 늘어나니 몸과 마음이 따라가지를 못했던 것.
기어를 평상시 보다 가볍게 한 칸 내리고, 옌스 보이트(Jens Voigt; 독일 출생 전직 프로 자전거 선수)의 유명한 한마디를 내 다리에 던진다. “헛소리 말고 하라는 대로 해!(Shut up legs, do what I tell you to do.)”
그리고 명상을 시작한다. 절에서의 조용한 수행이 아니라 ‘안장 위 명상?’ 이랄까? 무아지경 속 다리순환의 무한 반복, 뜻밖 아침출근 명상주행하며 어느덧 회사에 도착했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온 3월이 되어서야 30km의 거리를 몸과 마음이 짐스러 하지 않게 되었다. 명상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옛 출퇴근 거리에 적응하는데 여덟 달이 넘게 걸렸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란 게 이리도 묘하다. 그 동안 자전거 타기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0km 넘는 거리가 몸과 마음에 짐이 되다니 스스로도 놀랍고 실망스러웠다. 지난 4월에는 하루 160km씩 사흘을 타기도 했고 겨울에 들어서면서는 원주서 조치원까지 눈보라를 헤치면서 160km 넘게 혼자 타기도 했는데 고작 10km 앞에서 힘을 못 쓰는 까닭이 뭘까? 나이 탓이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이제 내 나이가 되니 어쩔 수 없이, 그동안 게으름 핀 값도 있고 몸과 마음의 근력이 약해졌던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거저먹는 나이랑 거친 숨을 내쉬며 담금질로 벼려낸 나이는 같을 수 없다고 믿는다. 또 우리 몸과 마음은 우리가 하기 나름인 것을, 자전거 명상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