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출판살롱

 

고쳐야 할 병, 저장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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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張東碩)(출판평론·「뉴필로소퍼」 편집장)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많으면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늘어날 때가 있다. 출판사에서 소개해주십사 보내주는 책들도 제법 많지만,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사들인 책들이 집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책꽂이에 단정히 꽂힌 책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방 곳곳, 거실 여기저기 쌓인 책들은 ‘언제쯤 주인의 손길이 내게 머물까’ 인내하며 기다린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한치 오차도 없이 쌓아둔다고 나름 생각하지만 쌓여 있는 책들은 언제 어떻게 넘어질지, 떨어질지 모른다. 그 책들이 발등을 찍는 일은 부지기수다. 한번은 무릎을 정통으로 내리친 적도 있었다. 책이라면 도저히 버리지 못해, 즉 ‘저장강박’ 때문에 일어나는 우리집 일상다반사다.
소소한 물건조차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그 생생한 사례를 담은 책이 「잡동사니의 역습」이다. 1947년, 미국 뉴욕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터졌다. 시력을 상실해 거동이 불편한 형 호머 콜리어를 돌보던 동생 랭글리 콜리어는 의좋은 형제였는데,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건은 온갖 잡동사니에서 비롯되었다. 랭글리는 자신이 차곡차곡 쌓아둔 신문더미가 무너지는 바람에 질식사했다. 동생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형 호머는 굶어 죽었다. 온갖 잡동사니 때문에 집 안으로 진입하는 일조차 힘들었는데, 결국 형제의 시신도 몇 주가 지나서야 수습되었다. 수거한 쓰레기 양은 무려 19톤.
어린 시절 껌종이를 버린 친구와 절교한 아이린은 성인이 되어서도 잡동사니를 모으느라 남편과 이혼했다. 잡지를 유독 좋아했던 데브라는 스스로를 “잡지 보관인”이라고 불렀는데, 세상의 모든 잡지를 모으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였다. 저장강박의 강도는 점차 커졌는데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고 구겨지지도 않은 원본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거의 모든 잡지를 3부씩 구입했다. 아이린과 데브라가 고전적인 저장강박 증세를 보였다면, 파멜라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저장강박 증세를 보여준다. 50대인 파멜라는 젊은 시절 아름다운 외모로 가진 영화 기획자였다. 나름 명성도 있는, 화려한 삶을 구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 200여 마리와 함께 살며, 이웃에 민폐를 끼치는 중년일 뿐이다. 온 동네 고양이들이 파멜라 집으로 몰려들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이웃의 민원이 폭주했다. 그래도 파멜라는 고양이 저장강박을 버리지 못했다.
5살 때부터 가족과 친구의 물건을 빌려와 돌려주지 않는 에이미 사례도 등장한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저장강박 증세를 보인다. 저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잡동사니의 역습」은 저장강박의 원인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목한다. 부모의 무관심, 거절의 기억, 성폭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기억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일 수도 있지만 현대의 저장강박은 생활고에 의한 저장강박일 가능성이 높다. 폐지를 모으기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인들이 적잖다. 냄새나고 보기 싫다고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작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리 이웃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