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만화살롱

 

허영만, 마스터의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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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용(張晌傛)(만화평론)

지난해 여름 만화가 허영만을 만났을 때, 그는 대뜸 내게 물었다. “장형, 3000만 원을 종자돈으로 주식투자하는 만화를 연재하려고 하는데 연재처가 여의치 않아.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현금 3000만 원으로 주식투자 하는 과정을 웹툰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치밀한 전략가인 허영만은 이 기획의 두 가지 전제를 설명했다. 첫째, 총 3000만 원을 다섯 명의 투자 자문단에게 각 600만 원씩 나누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둘째, 이 만화의 주식투자는 현재 상황이 아니라, 2주 전의 실제투자 현황을 다룬다. 다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만약 실시간 주식투자를 다룬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독자가 이 웹툰에 영향을 받아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영만은 ‘2주 전의 실제투자’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발한 기획 아닌가? 인터랙티브 주식투자 웹툰. 허영만은 이 아이템에 푹 빠져 벗어나지도 못했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기존의 웹툰 연재처들은 주식 만화라 금융 당국의 관찰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허영만의 고료가 높은 편이라는 점 때문에 연재에 소극적이었다.
‘만화의 마스터’라 불릴 만한 허영만이 연재처를 못 구해 쩔쩔매다니? 내 관점으론 허영만 만화인생의 최대 위기일 법했다. 나는 그에게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고,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3천만 원’이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내가 볼 때 또 다른 난관이 남아있었다. 기획이 좋은 것과 작품이 재미있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주식이란 만화 소재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남았다.
「3000만 원」 첫 회를 본 순간, 그것이 기우임을 깨달았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옛말은 허영만에게 꼭 맞았다. 허영만은 우리나라에서 작품 소재를 가리지 않는 유일한 만화가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야기라도 재미있게 만드는 연출력을 갖고 있다. 일흔이 넘은(1947년 생) 허영만이 지금도 현역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허영만은 카톡 형식의 세로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만화 캐릭터들이 대화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3000만 원」을 구성했다. 이 웹툰의 시작과 함께 화실도 개편했다. 수서에 화실을 둔 허영만은 그 전까지 5~6명의 스태프를 운영했으나, 지금은 1~2명만 두고 있다. 스태프에 의존하는 복잡한 연출을 최소화한 방식이다.
독자는 이 웹툰을 보며 고수들이 주식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공부할 수 있다. 다섯 명의 투자 자문단은 각자 스타일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상황에서 A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식을 매매하라’고 주문하고, B는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주식은 위험하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편다. 최종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허영만은 ‘종자돈 3000만 원을 몽땅 잃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시작했지만 벌써 짭짤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의 종자돈 3000만 원은 5월 현재 3580만 원으로 불어났다. 벌써 약 20% 수익을 냈다. 허영만은 대단히 머리가 비상하다. 분명, 만화가가 아닌 다른 어떤 직업으로도 성공했을 것이다. 그를 만화가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