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년 5월 28일 인쇄
2018년 6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6월호 통권 508호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음식살롱

 

홍제동의 명물 ‘닭발의 고향’
-




김종필(金鍾弼)(음식칼럼니스트·중앙고 교장)

닭발은 우리가 즐겨먹는 육식 중에 우족, 돼지족발과 더불어 모름지기 3대 발(족)음식이다. 근데 먹거리로서의 가축의 발 명칭을 보면, 소는 한자어인 우족(牛足), 돼지는 한자와 우리말이 섞인 족발, 닭은 고유어인 닭발이다. 한문은 양반의 언어이고, 한글은 평민의 말이었던 것처럼, 먹는 사람의 계급과 빈부의 차이를 음식 이름에서도 보여주는 듯하다면 좀 비약인가? 닭발은 말 그대로 닭의 발 부위를 말하는데, 한국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과 멕시코,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자메이카 등에서 식재료로 사용한다. 얇은 뼈와 껍질이 대부분으로 껍질에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식감이 쫄깃하다.
우리는 닭발을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운 양념과 함께 익혀 먹거나 국물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강한 매운맛이 특히 술안주로 인기가 많은데, 요즘은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어서 피부에 좋고 저칼로리 음식이라 해서 아이돌을 비롯한 젊은 여성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마트에서도 팔 정도로 상당히 대중화된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뼈를 발라낸 뼈 없는 닭발을 식재료로 판매하기까지 하지만, 닭발은 역시 일회용 비닐장갑으로 무장하고 손으로 뼈를 발라먹는 게 제 맛이다. 다만 요즘 닭들이 예전에 놓아먹이던 닭과 달리 제한된 공간에서 집단 사육이 되기에 운동량이 거의 없어 발이 작고 먹을 게 별로 없다는 게 몹시 아쉽다.
앞서 말했다시피 닭발은 이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보편화된 음식이다. 예전에 한 대학 앞의 닭발집이 유명해서 상표 등록까지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홍제동에 이름난 닭발집인 ‘닭발의 고향’은 주인장이 젊은 시절 동네 포장마차 때부터 닭발 요리를 해서 무려 40년이 넘는 내공을 자랑하는 가히 닭발의 명가라 ‘고향’이란 말을 붙이는 데 손색이 없다. 매운 닭발은 무엇보다 먼저 고춧가루가 좋아야 한다. 매운 음식을 하는 가게들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매운 맛을 추출한 캡싸이신을 쓰는 곳이 많다고도 하는데, 이 집은 말린 고추를 구매하여 빻아서 고춧가루를 쓴다. 이 하나만 봐도 이 집의 먹거리에 믿음이 없을 수 없다. 더욱이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난 주인장이 매운 닭발과 먹는 물김치 하나도 허투루 담는 법이 없고, 요리에 쓰이는 육수도 여러 재료로 맛깔나게 만드니, 차림표에 있는 그 어느 것도 맛있고 먹음직하지 않은 게 없다.
‘닭발의 고향’은 말 그대로 발라먹는 ‘뼈있는 닭발’이 대표 선수다. 잘 삶은 닭발에 적당한 매운 맛의 양념을 한 뒤 연탄불에 구워준 닭발을 손에 쥐고 발라먹을 때면,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이 오로지 먹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매운 맛의 선호에 따라 더 맵게 혹은 덜 맵게 해달라는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뼈없는 닭발, 물닭발도 있으며, 모래집볶음도 있다. 그리고 좀 거하게 닭볶음탕을 먹으려면 최소한 한 시간 전에 미리 주문해야 쫄깃한 닭고기를 즐길 수 있다. 요기를 위한 주먹밥이나 잔치국수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닭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연탄돼지주물럭과 오돌뼈도 맛있긴 하나, 상호에 걸맞는 먹거리가 제격이다. 홍제역 2번 출구에서 500여 미터쯤에 있다. 02-396-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