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이달의 좌담

  2018 춤계 상반기 결산
   평창올림픽, 크리틱스초이스, 춤작가 12인전…


 


박민경 (朴玟京 / 춤평론)
정기헌 (鄭基憲 / 춤평론)
정희창 (鄭喜昌 / 춤평론)
조은경 (曺恩慶 / 춤평론·본지 주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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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
조은경 _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춤평론가회 회원분들과 올 상반기 춤계를 돌아보는 좌담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공연만으로 보면 5월에서 6월말까지 공연이 집중되어있는 터라 이달 말까지는 무척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 연구와 심사와 공연평가 등 할 일이 많으신 시기에 이렇게 참석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먼저 자유롭게 오늘 나누고 싶은 주제를 말씀해주시고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은 좀 더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았으면 합니다.
정희창 _ 몇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언제나 논의될 수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작품이 충분히 현대적인가, 퇴보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러 주변 상황의 변화 속에서 예술이 단순히 뒤쫓아 가지 않고 과연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무용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라면, 그것이 춤의 언어로 말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대사에, 단어에, 소리에, 노래에 기대어 말하려고 하는 경우 그것은 춤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춤이 그러한 전달 수단에 기생하는 것이 되고, 춤은 장식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냥 춤이 아니라 무대에 올리는 춤이라면 그것이 작품으로서의 구성력 혹은 완결된 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이, 춤의 기술이나 작품의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무대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술가나 평론가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따라 말하자면 본질, 실체, 이데아를 보여주거나 알려주려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상반기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박민경 _ 작년 「창작산실」 공연이 12월에서 1월까지 이어지고, 곧이어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기획 「차세대열전 2017」의 무용공연이 1월 말에 개최되었습니다. 그 후로 잠깐의 휴지기를 가졌다가 4월부터 현재 6월까지 공연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올해의 경우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2월에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개최된 사실입니다. 원래 2월이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올림픽 여파로 서울의 춤현장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개폐회식 행사 참여뿐만 아니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문화예술공연 참가도 많았기 때문인데, 무용가들이 모두 평창에 가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TV로 개회식 행사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테크놀로지에 주목했습니다. 종종 사석에서 ‘춤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항상 매체의 문제에 직면해요. 미래예술이 결국 인간의 육체와 육체의 움직임이라는 물질성을 벗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춤공연에서 한동안 테크놀로지 실험이 많았고, 춤과 미디어아트의 연관이 현장에서 활발히 진행되다가 별다른 진전이 없이 지금은 시들해진 것 같습니다.

상반기 큰 이벤트인 「평창동계올림픽」 문화행사
정기헌 _ 올해 상반기 겨울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큰 이벤트였죠. 올림픽 개막식, 폐막식 외에 올림픽 기간동안 많은 문화 행사들이 함께 열렸습니다. 특히 무용에도 지원이 많이 이루어졌고, 지원금도 꽤 큰 규모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예산이 많이 책정될 때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인상적인 작품이나 기념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LA 올림픽기간에 형성된 예산으로 국립무용단의 『도미부인』이 만들어졌고, 이후 레퍼토리가 되었지요. 그런 예에 비해서 평창올림픽기간에 기념할 만한 공연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4월, 5월, 6월에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작품들을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창작이라는 게 어디서 뚝 떨어지는 새로운 걸 만들 수는 없지만, 결국에는 메시지가 선명한 작품은 형식을 뛰어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란 것도 새로운 메시지라는 것이 별로 없으니 결국 자기 이야기, 자기 자신의 것이 전달되어야 우리는 그 작품을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요. 최근 공연에서는 그런 자기의 것이 부족한 작품이 많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창작을 왜 하고, 우리가 예술로서 그 작품을 만나는 것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오늘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정희창 _ 사실 무용의 가장 주된 키워드 중에 하나가 ‘제전(rite)’, 의식이거든요. 제전이라고 하면 춤의 역사에서 ‘바카스의 제전’이 제일 유명할 겁니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펼치는 공연이라면, 어느 정도까지 제전 형식을 갖춰서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는가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또 그런 제전 공연에 참여한 무용가들이 무용의 제전적인 성격을 잘 체화시켜서, 앞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공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민경 _ ‘올림픽 특수’라고 하나요, 큰 행사가 있으면 국가에서 돈을 많이 쓰니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어요. 무용가들의 기여가 컸다고 하는데, 무용 분야로 낙수효과 같은 게 있었으면 좋았겠죠. 올림픽 성공개최의 분위기를 이어받아서 춤현장에 뭔가 확 달아오를 만한 활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냥저냥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기헌 _ 올림픽 기간 중에 강릉아트센터 등에서 국, 시립 단체를 비롯해서 많은 무용단들이 공연을 했습니다. 참여 단체에 대한 지원 규모도 컸고요. 그런데 하나의 공연장에서 낮에 한 작품을 하고 저녁에 같은 장소에서 다른 작품을 올리는 정도의 행사성 공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일반 시민들이 즐길수 있는 공연들도 있어야겠지만 예술적 성취를 보일수 있는 작품들과 그 여건이 아무 미비했지요. 시간을 채우기 위한 공연들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것이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정희창 _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다가, 당장은 관객이 많지 않았겠지만 일시적이나마 강릉에서 수적으로 많은 공연을 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봐요. 그런데 그게 계속성을 가져야 되죠. 꼭 강릉에서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고, 무용가들이 각 지방으로 다니면서 큰 공연을 많이 하는 게 계속성이죠. 강릉은 강릉 자체로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정기적으로 공연을 계속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은경 _ 과하게 많았단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런 행사들을 통해서 무용계가 일종의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공연 장소를 찾고, 공연 횟수를 늘려가고, 자신들의 레퍼토리 공연도 계속할 수 있었어요.
박민경 _ 만약 국가 차원의 큰 행사에서 춤이 뭔가 주목받을 만한 이벤트를 계획했다면 이런저런 이슈성을 갖고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겠죠. 듣고 보니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인데요.
정희창 _ 공연기회는 주어져야 되는데, 그 기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진지한 마음으로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공연 후에는 그 기회가 어떻게 잘 사용되어졌나에 대하여 냉철하게 비판하고 각성해야죠.

국공립무용단의 행보
조은경 _ 그러면 올림픽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 공연작품으로 넘어가지요. 큰 행사 위주로 보면, 「창작산실」이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졌고,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 한국현대춤협회의 「춤작가 12인전」, 한국현대무용협회의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한국무용협회의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이 있었고,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이번 주말까지 진행이 될 거고요. 올해로 21회를 맞는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크리틱스초이스)」는 엊그제 마쳤어요. 먼저 국공립무용단 얘기부터 진행해볼까요?
박민경 _ 상반기에 국립무용단이 공연 세 편을 선보였는데, 먼저 3월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원들의 창작무대인 기획공연 『넥스트 스텝』이 있었습니다. 단원들의 창작무대는 예술감독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달리 해서 진행되는데, 대학로 현장에 워낙 활발한 한국춤 창작자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못 받는 기획입니다. 단체에 갇혀 있기 때문에 파급력도 낮고요. 딱히 주목할 작품은 없었지만, 방향성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 더 한국춤 기반을 벗어나는 움직임이 보였거든요. 그리고 이달에 대표 레퍼토리인 『향연』을 공연했습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자의든 타의든 남산을 벗어난 것은 잘한 선택 같아요. 공연관람은 아니었고, 「대한민국발레축제」와 겹쳐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주말이어서인지 예술의전당도 관객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클래식발레를 좋아하듯 한국전통춤 레퍼토리를 좋아하는데, 『향연』이 그러한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좌담 서두에 미래예술이니 테크놀로지 이야기도 했지만, 무용단이 5월에 초청안무가 형식으로 정기공연을 가졌어요. 신창호의 안무작 『맨메이드(man-made)』를 공연했습니다. 제목의 뜻이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인데, 이 작품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고민이 좀 됐어요. 인공지능의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간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최근 주춤했던 테크놀로지 결합이나 예술의 융합 주제를 다시 꺼내든 것 같아서 관심을 갖고 기대를 많이 했어요. 몇십 년 전에는 안무자들이 테크놀로지를 도구로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다 보니 춤 자체를 문제시 합니다. 춤이라는 게 인간의 육체, 육체의 움직임을 근간으로 성립되는데, 그 자체가 이제 테크놀로지로 대체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매체가 바뀌는 거죠.
아, 그런데 『맨메이드』는 그런 문제를 다룬 게 아니라, 오히려 발상이 고전적이었어요(웃음). 단순히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과 인간의 관계, 기술시대의 실존문제를 생각한 것 같아요. 안무자의 주제가 무엇이었든 간에, 실제로 공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설명이 있고 그것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해서 마치 VR 전시장 연출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각 장들이 설명하고 표현하는 내용이 있긴 한데,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어떤 춤이 반드시 해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신창호의 안무가 본래 동작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더라도, 이번 작품의 완전한 형태는 안무자 머릿속에만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차원적인 표현방식도 그렇고, 테크놀로지를 여전히 기술로만 접근하는 관점도 좀 아쉬웠어요. 무엇보다 춤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운동복 같은 하얀 상하복 의상과 운동화를 신은 무용수들이 줄을 서서 움직일 때 즉각적으로 LDP가 생각났다는 사람도 있지만, 신창호의 일반적인 스타일이어서 작품이 새롭지 않고 구태의연해 보이거든요.
정기헌 _ 국립무용단 『맨메이드』는 올해 중요한 신작이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봤는데, 그 작품을 보고 나서 ‘아, 드디어 국립무용단이 갈 곳은 없구나’ 싶었어요. 국립무용단의 문제가 몇 년 간 계속 누적돼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현대춤으로의 시도 역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맨메이드』는 안무자로 신창호 씨를 초빙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춤을 시도하는 것은 좋았는데 작품력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실패했다고 봅니다. 메시지를 향해 이미지를 분절해서 작품을 진행한다면, 결국에는 안무자의 메시지가 응집되는 정점을 향해야 하는데 그것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작품의 메시지에 담긴 인간이란 부분도 인간의 본연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것으로부터 작품이 힘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 누구에게도 그런 본질적인 느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지금부터는 어떤 씬(scene)이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안무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머리 속에만 있고 무대에서는 펼쳐지지 않고 끝나버렸어요. 무대에서 춤으로 무엇을 보여야 하는지 절박함이라고 하나도 없는 말그대로 직업무용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많은 예산과 시간, 비용을 들여서 신작이라고 내놓는 걸 보면 국립무용단은 답이 없지 않나 싶어요.

무대에서 춤으로 무엇을 보여야 하는지 절박함
정희창 _ 아까 AI 인공지능 기술을 말씀 하셨는데요. 흔히들 기술 이야기를 하지만, 거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실제로 들여다보면,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 머릿속에서 만든 거예요. 미리 입력해놓은 거죠. 그러니까 만약에 인공지능에 의해서 무용의 움직임이 나온다고 하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맡겨서 만든 것이거나 또는 어떤 기술자와 연합한 그 사람의 머릿속, 경험에서 나온 것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그 기술이 무용적인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음악은 그럴 수 있죠. 음악은 랜덤하게 발생시킬 수 있고, 문학도 미리 입력해놓고 조합을 통해서 나올 수 있지만, 무용은 실제로 무용수가 호흡을 하면서 직접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다른 거죠. 그런 기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박민경 _ 개념예술 같은 아이디어들이 춤에도 적용되어, 움직임을 해체한 컨템포러리댄스 이후 안무가 새로운 개념들로 확장이 되었잖아요. 일단 춤이나 안무에서 육체와 움직임의 제약을 벗어나니까 그 어떤 것도 춤이 되고 안무적 실행이 되는 거예요. 그러한 아이디어가 인간을 벗어나는 지점으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인간의 몸, 육체의 움직임이 배제될 경우, ‘무엇이 춤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어도 춤이다’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과거에 춤의 본질로 간주했던 요소가 없어도 춤이 성립되는가와 같은 미학적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에요.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실제 현장에서 활발한 논의는 아니고요, 학문적인 이론 분야에서 논의되는 주제이긴 합니다. 미래예술이니 미디어아트니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번 말해본 겁니다.

‘무엇이 춤인가’라는 문제제기
조은경 _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 『스윙』은 한국스웨덴 교류의 일환으로 스웨덴의 스윙 악단이 와서 음악을 연주하고,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은 무용수들이 공연을 했는데요. 관객 구성이 달라졌더라고요. 일반 사람들이 ‘스윙’에 관심이 무척 많았어요. 현대무용단 공연을 처음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객을 유입하는 데에 성공한 듯싶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이번에 『스웨덴 커넥션1』을 했잖아요. 가서 보니까 사람들이 인터미션 시간에 불만스러워 하는 거예요. ‘스윙’같은 재미난 춤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거 뭐야’ 하는 거죠. 스웨덴 말뫼에 위치한 스코네스댄스시어터의 레퍼토리 작품 세 편과 한국무용수들과 함께 한 스웨덴 안무가의 신작 등 네 작품이 올라왔는데, 하나 같이 다 보기 힘든 거예요. 스웨덴 음악이라는 게 우리에게는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지니까, ‘스윙’을 통해서 유입된 관객들이 좀 놀라고 실망한 거죠.
박민경 _ 5월에 국립현대무용단의 새 이사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안성수 감독이 지난 정권 마지막에, 대통령 탄핵 등의 혼란한 시점에 임명이 되었는데, 이사들은 임명이 안 되어서 다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었어요. 그게 결과적으로 잘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어쨌든 안 감독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립발레단이나 국립무용단처럼 국립 단체가 기본적으로 레퍼토리가 있어야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국립현대무용단은 프로젝트 단체이다 보니까 애초부터 작품들의 레퍼토리화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른바 ‘대중’이 보는 작품이 레퍼토리가 되니까요. 『향연』도 그렇고 『스윙』도 그런 류의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위상이 조금 애매하긴 해요. 창작자들이 지원금 받아서 일회성 공연하듯이, 매번 어떤 기획을 하고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 같습니다. 이 단체의 활동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춤계 안과 밖의 시각이 달라서 크게 투 트랙 전략을 보이고 있어요. 춤계 내부에서는 창작환경이나 무용수들의 직업적 지위 등을 포함해서 무용단을 바라본다면, 외부에서는 시민들의 욕구와 문화생활에 대한 기여를 요구하고요.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단체가 국립현대무용단인데, 정권도 바뀐 만큼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세세하게 구조와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조은경 _ 『스웨덴 커넥션1』은 이번에 서울에서 했고 가을에는 스웨덴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 공연과 함께 한국의 장혜림 안무가가 스웨덴 무용수들과 함께 신작을 만들어 공연합니다. 한편 서울시무용단에서 제임스 전이 『카르멘』 공연을 했는데요.
박민경 _ 서울시무용단 공연은 못 봤습니다. 무용단의 정체가 오래 되어서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없긴 한데, 이번 작품은 괜찮았나요?
조은경 _ 서울시무용단은 지금 예술감독도 없이 프로그램을 보니 전진희 씨 감독대리로 운영되고 있더군요. 발레안무가 제임스 전이 서울시무용단과 『카르멘』이라는 작품을 했어요. 서울발레시어터의 남자무용수가 서울시무용단의 여자무용수가 남녀주역을 맡아 열연했어요. 제임스 전의 연출과 구성이 좋고, 일단 『카르멘』이라는 작품 자체가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하니까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던 건 맞아요. 그간 서울시무용단은 『백조의 호수』를 한국무용으로 한 전적이 있는데요, 좀 넌센스라는 생각입니다. 새로 예술감독이 오면 달라지겠지요.
박민경 _ 새로 예술감독이 언제 올까요? 정말 적체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요? 명실상부 질 좋은 작품과 공연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요?
정기헌 _ 서울시무용단에 대해서 한 마디를 더 하면, 오랫동안 홈그라운드가 세종문화회관이잖아요. 그런데 그 넓은 극장을 멋지게 채우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전통춤을 어떻게 채워볼 수 있겠지만 창작의 경우는 홈그라운드가 가장 어려운 무대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많은 예산이 인건비로 사용되지만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재원이 적습니다.
박민경 _ 춤계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 발전 없이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단순히 단체라는 확고한 직장이 있고 월급받는 직원이 있다고 무조건 예술단체의 생명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나요? 서울시든 세종문화회관이든 무용단의 비전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서 그냥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없어지면 할 수 없지 하는 식은 아닌지 불안감도 있고요.

예술가의 노동자성 이것도 하나의 큰 논의 주제
정희창 _ 사실 대형단체가 지원금을 힘들이지 않고 쉽게 받다 보니까, 좋은 작품으로 밀고 나가고 치고 나가야 한다는 선구적인 의식도 약해지는 거죠. 그래도 국립발레단에서는 『왕자호동』 같은 전통적인 주제로 무대를 구성해보려고 했고, 유니버셜발레단의 경우도 『심청』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했어요. 그런 것들은 좋은 시도 같아요. 그런데 이 무용단들과 비슷한 지원을 받을 텐데, 그리고 충분히 예술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카르멘’을 한국무용에 그냥 단순히 적용하는 식으로 하는 건 너무 안주하는 모습 아닌가 싶어요.
박민경 _ 단독 주제로 삼아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세종문화회관 사장님, 서울시무용단 어떻게 하실 겁니까?’(웃음)
조은경 _ 지금 사장자리도 비어있습니다.
정기헌 _ 세미나 주제로 해도 되겠네요. 서울시무용단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보탤게요. 무용단의 모든 예산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 답답한 시스템과 운영구조, 인적구성에 대해 앞으로 잘 되겠지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봅니다. 일 년 간의 운영비와 급여를 가지고 서울의 어떤 문화적인 장소를 정해서 한 달 동안 무용페스티벌을 벌인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장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무용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했었고, 하나의 예로 김백봉 선생이 단장으로 초빙될 때 오죽 했으면 김백봉 선생을 모셨을까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박민경 _ 문제가 거기서부터 심화되었을지도 모르죠. 애초에 김백봉 선생에게 무용단을 맡기려고 했던 것이 어쩌면 안이한 생각이었을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김백봉 선생이 무슨 수로 노조 문제를 해결하겠어요? 일단 겉으로 보이는 문제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연륜있는 선생이 해결해주기를 바란 것 아니겠어요? 당장 눈앞의 문제만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못 찾으니까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정희창 _ 예술가의 노동자성 이것도 하나의 큰 논의 주제입니다.
박민경 _ 노동자로서 무용수, 무용단 노조의 특징 등등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있고, 예술적 측면과 춤의 특수성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잘 안 되면 해체될 수도 있겠죠. 국립현대무용단처럼 프로젝트 단체로 전환시킬지도 모르겠고요. 춤계에서는 지방에도 직업무용단들을 더 많이 만들자고 하는데, 서울시무용단이 모범이 되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조은경 _ 그런 것들이 결국 지금 작품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더 심각해지겠죠. 사실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예견해 온 일이고, 이제 점점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죠. 그 문제는 세미나 때 이야기하던지 좀 지켜보도록 합시다. 이제부터는 각 무용협회들의 페스티벌에 대해서 얘기나눠보도록 하지요

한국현대춤협회의 「춤작가 12인전」
정기헌 _ 한국현대춤협회의 「춤작가 12인전」은 매년 12명 씩 안무자가 무대에 섰다는 것도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어떨 때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너무 형편없는 작품을 보일 때도 있지만 예술가가 직접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32년을 지속한 것도 우리 춤 사회의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은경 _ 우리나라 무용계에서 30년 이상을 신작으로, 그것도 열 두 작품을 매년 진행할 수 있었던 게 ‘한국현대춤협회’의 저력, 한국 무용계의 저력이라고 생각해요.
박민경 _ 저는 「춤작가 12인전」에서 굳이 작품을 새로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춤을 볼 수 있는 무대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오롯이 자기 춤을 추는 독무 말이죠. 독무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행사로 남았으면 합니다.
조은경 _ 「춤작가 12인전」은 솔로공연 아니에요?
박민경 _ 솔로가 주요한데요, 가끔 작품을 공연할 때가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를 개인공연으로 대관하기 어렵다 보니, 이런 기회에 작품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안무가로서 이름있는 무용가를 섭외해서 무용수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봐요. 작품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또 무용수들이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그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유명해진 안무가가 혼자 자신만의 춤을 추는 무대를 갖는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기회라고 봅니다. 요즘 춤현장에서 ‘춤추는 사람이 있기는 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신인들의 데뷔무대로서 솔로춤 말고, ‘내가 춤이다’라고 할 정도로 실력자들의 독무를 볼 수 있는 무대로서 인상적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정기헌 _ 춤 사회에 당연히 솔로 작품 무대가 필요하고, 아주 중요하죠. 평소 무대 위에서 못 보는 사람들의 솔로를 본다는 게 좋지요.
박민경 _ 전통춤은 대부분이 그런 무대인데 반해 현대춤은 드물잖아요. 「춤작가 12인전」에서 가끔 감동적이 춤들을 보게 되는데, 현대춤 분야에서는 독특한 경험입니다.
조은경 _ 한국현대무용협회의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 역시 새봄에 진행하니까 좋은 기대감을 갖고 공연을 보게 됩니다. 한편, 이번 경우는 정작 극장 안에서의 공연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어요. 지원의 문제도 있을 거예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행사를 평가하고 그 평가 점수에 따라서 다음 해의 지원 금액이 좌지우지 되니까, 머리를 쥐어짜서 일반인들을 어떻게 관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마로니에 공원 같은 야외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요. 무대에서 보고 싶었던 무용가들이 다 밖에 있다는 거죠. 이번 ‘모다페’에서 그런 게 많이 아쉬웠어요. 신작 무대보다는 바깥에서의 공연이 많았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박민경 _ 올해 「모다페」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오프 스테이지’였어요. 극장의 공연 프로그램은 그나마 NDT2의 공연이 인기였는데, 단체의 사정 때문이었겠지만 아무튼 폐막작으로 내세운 공연을 축제기간 중간에 해서 좀 이상했습니다. 폐막공연을 하고도 사흘간 계속 축제를 이어갔으니까요. 어쨌든 ‘오프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야외행사입니다.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부대행사였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보니까 토요일 오후에 마로니에공원 등에서 네 가지 컨셉으로 진행했더군요. 아쉽게도 그날 개인적인 일이 있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이튿날 ‘포럼’이 이날 행사와 연결되는 듯했어요. ‘춤예술, 일상으로 만나다’라는 주제로 ‘시민예술활동’에 관한 발제와 토론이 계획되어 있었거든요. 일반인들의 아마추어 댄스들은 특별한 것이 아닌데, 이번에 보니까 전문무용가들이 주도하더군요. 마로니에극장에서 전문무용단이 공연하고 워크숍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커뮤니티댄스 등 전문무용가들이 시민들의 춤을 함께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할 수 있겠지만, 모다페까지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게 선뜻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향후 모다페의 성격 변화를 암시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정기헌 _ 요즘 서울시장의 정책도 그렇고, ‘시민과 함께’를 굉장히 강조하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페스티벌을 통해 발견한 현대춤의 좋은 작품들을 기억하고 있으니,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 정부의 정책이 ‘시민과 함께’를 주장한다고 해도, 예산을 받기 위해서 지향점을 바꿔서는 안 되겠죠. 작은 부분 동참하더라도 페스티벌 자체의 방향이 무엇인지 이럴수록 정확하게 정리해서 페스티벌의 존재이유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다페’뿐만 아니라 ‘젊은안무자창작공연’도 그렇고, 근 20년을 넘은 행사들이 꽤 많습니다. 어떤 페스티벌에서는 무엇이 기대된다, 이런 정도까지 발전해야 각각의 페스티벌이 가치를 가질 수 있겠죠.
조은경 _ 6월호 좌담에서 언급된 사항이기도 한데,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공연예술가들도 지원하지만, 생활문화지원분야라는 새로운 본부가 하나 더 생겼잖아요. 그건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예술 하는 걸 지원하겠다는 거예요. ‘문화 복지’는 박원순 시장의 일관된 이야기에요. 하지만 사실 일반인이 춤을 출 수는 있지만, 예술가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리고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훌륭한 예술가들의 좋은 작품을 보면서 발전하는 것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그 예술가가 일반인들이 무용 경험을 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좌우되고, 예술가들도 거기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능력을 그 쪽에 쏟고 있어요.
정희창 _ 제가 듣기로는, 예술인 작품의 공연 지원을 심사할 때는 예술성을 가지고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는 별도 파트에서 일반인들이 예술 향유를 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해요. 거기에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거죠. 한편으로 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일반인에게 ‘우리도 예술가다’ 이렇게 하는 건 좀 오버라고 생각해요. 그냥 각자 예술을 느끼고 체험하는 차원에서 제대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죠. 아주 정교하고 순수한 것을 다루는 예술이나 철학을 논하고 있는데, 예술을 일반 대중에게 확산하기 위해서 그러한 수준이 낮아진다면 문제죠. 예를 들어 한국춤도 그냥 ‘덩더쿵 어깨춤‘ 이런 식의 간단한 춤으로 유혹한다면, 낮은 수준의 문화만 확산시키는 것에서 끝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것들은 경계해야 하죠.
조은경 _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문화재단에서도 무용전용극장을 확보한다면
박민경 _ 「춤」지로 오는 길에 보니까 동숭아트센터 앞에 ‘서울문화재단’이라는 큰 간판이 있던데, 벌써 이전했나요?
조은경 _ 아직 아니에요. 계약은 했는데 공사는 2019년부터 착수한다고 들었어요. 서울문화재단이 들어오게 된다면 대학로의 문화지형이 새롭게 바뀔 거라고 봅니다. 서울문화재단이 무용만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극장이나 사무실 이외의 공간이 예술인들에게 개방될 테니까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박민경 _ 현재 서울무용센터가 홍은동에 있는데, 처음에는 어디 있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대학로에서 떨어져 있어서 확장성에서 의미가 있고, 그래봤자 같은 서울이니까 물리적인 거리감보다 심리적인 거리감이 문제가 될 것이다 했는데, 센터가 극복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무용센터가 춤현장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데, 왜 그럴까 생각하고 있어요. 지원사업도 많고 기획 프로그램도 많은데, 많은 기획들이 춤예술의 바깥부분을 지향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부를 강화시키는 기획들을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지난 2년간 핵의 위치에서 더 멀어진 것은 아닌가,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이 작품제작 지원사업보다 다른 기획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이제 ‘서울무용센터=주변부 춤’, ‘서울무용센터=시민들의 춤’과 같은 성격이 구축되고 있는 거죠. 대학로가 아니라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서울무용센터의 기능에 대해 관계자들이 고민을 좀 해야 할 시점입니다.
조은경 _ 무용과 영화, 지역민들과 같이 하는 공연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박민경 _ 서울무용센터가 지향하는 춤이 정통 극장춤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센터가 독립적이지 않고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사업들을 실행하는 일을 주업무로 하는 건가요? 전문무용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시민의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기획들을 무용에 적용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처음에는 그런 기획도 있어야 된다,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것이 센터가 제자리를 못 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식이라면 이름이 무용센터든 말든 간에 서울시에서 아르코예술극장 같은 극장을 지어서 무용을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했던 겁니다. 자체적으로 춤전용극장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기관이 될 것 같아서요.
가령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 같은 경우, 무용가들의 지원서를 보면 대부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극장은 그런 신인들의 개인공연에 대관하지 않습니다. 이미 주요 협회들의 행사나 대규모 축제들이 기본적으로 자리를 잡고 그 외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무용단이나 무용가들에게 대관하기 때문에 최초예술지원사업 선정자들의 대관은 거의 불가능해요. 그러한 실정조차도 모르는 신인들이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사업기간은 짧고 극장은 없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작품에 신경쓰는 것보다 극장대관 알아보는 데 힘을 더 뺄지도 모를 일이에요. 그래서 서울문화재단이 극장을 갖고 그런 사업을 진행하면 좀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열전」 같은 경우는 아르코예술극장이나 대학로예술극장 주지 않습니까? 물론 다양한 장소를 택하고 공간에 맞게 독창적인 공연이 이루어지면 그것도 좋겠지만, 정식 극장 무대를 선호하는 신인 안무가도 있을 테니까요.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학로의 공공 극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기관이어서 문체부나 문예위 사업을 우선하는 것처럼, 서울문화재단에서도 무용전용극장을 확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작품을 지원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강력한 힘이 되겠죠. 서울문화재단이든 서울무용센터든 자꾸 무용가들을 길거리로 내몬다, 아웃사이더들을 양산한다, 라고 말들 하지만 지원을 받고 공연장을 대관 못한 무용가들이 어떻게든 해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울문화재단이 새로 옮겨올 동숭아트센터의 극장이 무용을 위한 장소가 된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지난 정권에서 통합당했던 아르코극장 등이 다시 문예위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인 기관이 되면 또 어떤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요.
조은경 _ 연극은 남산연극센터도 있고, ‘백성희 장민호 극장’도 있지요. 동숭아트센터는 무용만 할 수는 없지만, 무용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돼야 한다는 거죠. 현재 동숭아트센터의 극장에 무용가들이 요구하는 정도의 조명이나 구조를 설치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한편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산하로 청년예술에 상당히 많은 지원금이 책정되어 있어요. 그 부분은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모두에게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
정희창 _ 지난 6월호 좌담에 나왔던 비판이, 청년예술지원을 하면 새로 하려는 사람만 열심히 지원해서 선정되고, 기존에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은 받기 힘들게 하는 게 좋은 거냐 하는 거였어요. 사실 청년지원에 대한 건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이란 이름으로,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란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돈을 직접 주기 시작하면서 촉발된 문제이기도 한데요. 그걸 더 확대하면 기본소득 개념으로 가야 되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쓸데없는 지원을 다 줄이면 모두에게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에요. 예술도 결국 그런 차원으로 논의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예술을 하든 만화를 그리든 무용을 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그것으로 사회적, 역사적으로 이바지를 할 수 있으면 좋은 건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해주자는 차원이에요. 청년예술지원이 딱히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여러 차원을 놓고 볼 때 다른 더 좋은 대책이 있지 않나, 혹은 그런 지원의 정당성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조은경 _ 저는 지난해 좌담때 좀 무서운 얘기를 들었는데요. 그냥 평등하게 지원을 해주다 보면 무용계에 남아있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자기가 무용가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버틴다는 이야기였어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박민경 _ 이 지원사업은 사실 틀 자체가 굉장히 커요. 예술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복지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예술춤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계속 예술적 접근만 하니까 이런 사업이 이해가 잘 안 되는 겁니다. 처음이다 보니 혼란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리를 차츰 해나가게 되겠죠. 그러는 과정에서 춤계에서는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봐요. 큰 틀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무용분야의 특수성은 간과된다는 점에서 전문무용가들의 의견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춤은 누구나 추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무용지원사업을 기획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예상이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무용가를 일반시민으로 보고, 그 중에서 20~30대 무용가를 일반 청년의 범주에 넣고 지원을 하는 거죠. 여기서 무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춤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무용가라고 한다면, 무용수든 안무가든 춤의 경력이 있어야 무용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청년예술’은 그런 접근이 아니잖아요. 아직은 이렇다 할 이력이 없지만 앞으로 무용가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미래에 무용가가 되고 싶은 청년시민’인 셈이죠. 그러다 보니까 무용지원이 무용가가 아닌 사람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여기서 현장 무용가들의 상식과 충돌이 있는 것 같아요. ‘최초예술지원사업’이나 ‘청년예술단지원사업’ 등의 예산이 크다 보니까 더 문제가 크게 보이는 것도 있을 겁니다. 작품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에 대한 지원으로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작품을 어떻게 하든 그건 상관없이 예술가라는 사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돈을 주는 거죠. 그렇다면 모든 예술가들에게 줘야지 왜 청년들에게만 주느냐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기존 제도권 예술계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약자적 위치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거기서 이미 여러 가지 문제가….(웃음) 공적 지원사업들이 만들어졌다 없어졌다 하는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업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들도 큰 지원으로 시작했다 몇 번 만에 그만둔 경우가 있으니까 지속성의 경우 장담을 못하겠고, 더구나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이런저런 지원사업을 다 겪어본 경력자들의 경우, 이런 사업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죠. 춤추는 사람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지원사업을 위한 춤처럼 인식되니까요. 무용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은 확실하니까, 예술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삶을 위한 복지사업이라는 틀에서 바라본다면 그래도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조은경 _ 심정희 평론가의 평소 말씀대로 ‘낀 세대’의 고통이 점점 더 커져가는 듯합니다.

무용분야의 특수성은 간과된다는 점에서 전문무용가들의 의견이 필요, 행정편의주의 재고되어야
정기헌 _ 지난달 좌담을 보니까 장은정 씨가 25년 동안 무대에 있었는데, 방금 무대에 나온 친구들과 5백만 원, 천만 원을 놓고 같은 라인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슬프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지금 우리가 사회가 뭔가 필요해서 정책을 시행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지금 젊은 세대들이 누리고 있는 삶에 비해서 수익은 또 굉장히 작은데, 전(前) 세대가 깔아놓은 사회적 기반이 은근히 많아서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의 20대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지금이 가장 높은 시기인 거예요. 그에 비해서 20대 초반, 30대 초반 사람들이 물가 대비 버는 수익이 지금 가장 작은 시대가 됐거든요. 그럼에도 만족도는 높고, 기대치는 높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문화적 삶의 향유는 많고, 한 가지 없는 것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뭔가 지원해주려고 하면 다른 것이 부족해지고, 사회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돼 버린 거죠.
박민경 _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대상이나 심사기준 등의 가이드라인이 세밀하지 못한 부분은 있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 구성이 중요한데, 막상 심사위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이 많아요. 선정자들은 불만이 없죠, 탈락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또 탈락자 수가 훨씬 많고요. 왜 탈락했는지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심사과정이 전부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예술적 성과, 오랜 활동, 무용가나 단체로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 등 예술적 작업을 우대하지 않은 지원사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면서 정작 중견무용가들이 심사에 참여해서는 예술적 성과를 따지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될까요? 그런 이중성을 어떻게 봐야 할지, 춤계에 있는 저도 그런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운데 이런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직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우리가 공적 지원, 공무원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결국 지원사업의 성격이나 방향도 무용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원기구나 지원사업의 무력함이 어디서 생겨나는지, 왜 지원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지, 거기에 우리 무용인들의 책임은 없는지 반성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춤의 발전이니 예술이니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나의 행위가 그것들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좀 생각이 많아진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정희창 _ 시스템 문제도 좀 지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과 청년예술지원을 받는 사람이 중복되면 그걸 걸러낼 시스템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시스템 비용문제가 발생해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야 할 것 같아요.
조은경 _ 그러니까 조금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겠네요. 심사위원들에게 심사를 맡겼는데, 심사위원들끼리 의견이 달라지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방식이 있어야 되는데, 그걸 시스템적으로 아직 못 갖춘 거죠.
박민경 _ 작품의 경우 예술성, 행사의 경우 예술적 성과, 단체의 경우도 예술성, 그 외에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런데 심사나 평가를 하다 보면 이것저것 많이 붙어요. 장르니 나이니 성별이니 지역이니 관객이니 홍보니 뭐뭐해서… 저도 물론 참고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의미가 있을 때는 예술적인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서, 판가름이 안 날 때 궁여지책으로 그런 부수적인 면을 감안하죠. 하지만 예술성을 그런 요소들과 동등한 차원에 두거나 반대로 그런 점수들이 같아서 우열을 가리지 못할 때 맨 나중에 예술성으로 판단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해요. 기관들이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기준말고 심사위원이나 평가위원이 예술성을 가장 우위에 두는 가이드라인을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은데, 예술성에 대한 평가는 자의적이다, 주관적이다, 라는 인식이 강해서 배척을 하는 편이죠. 예술성이라는 것이 논란이 많은 항목이니까요. 그래서 논의가 필요한데, 막상 심사나 평가에서는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한 항목들을 주로 다루는 것 같습니다. 지원사업에서는 결국 행정편의주의가 승리하게 됩니다.
정희창 _ 그런 정책이 지속가능한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결국은 표심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청년들 표가 많아지니까 청년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대두될 때 그 쪽에 지원이 쏠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 세대들이 지금과 같은 인구 증가력을 유지하지 않고 기성세대가 됐을 때, 그래서 기성세대가 더 많아진다면, 새로운 세대들에 대해서 그만큼 지원을 하고 싶어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을 수 있죠. 방금 말씀하신 대로, 예술이면 예술에 포인트를 맞춘 정책이 되어야지, 포퓰리즘에 맞춘 정책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죠.

「젊은안무자창작공연」 등 신인발굴프로그램
조은경 _ 한국무용협회의 「젊은안무자창작공연」 등 4월~6월 젊은 무용가들의 경연 및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박민경 _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평범했어요. 그래서인지 둘째 날 이세준의 공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3인이 출연해 희극적인 작품을 연출했어요. 자신의 관점이 분명했고 재미도 있었고요. 프로그램북에 프로필이 공란이어서 이력이 궁금한 안무가입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서울댄스콜렉션’에 지원했더라면 더 나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그 프로그램이 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편이니까요.
사실 요즘 너무 젊은이들 지원이 넘쳐난다는 지적이 많아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의문이 들어 살펴보려고 갔어요. 문예위나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기획프로그램 외에도, 각 협회나 페스티벌마다 신진발굴 목적의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잖습니까? 4월에 있었던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은 못 봤지만, 한국현대무용협회의 모다페 일환인 ‘스파크플레이스’와 한국무용협회의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은 몇 편 보았습니다. 다들 꽤 역사가 깊은, 오래된 행사들이에요. 대단한 작품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미래의 무용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에서 발굴되는 것 아닌가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 같은데, 공적 지원기관에서 큰 예산을 들여 직접 기획 운영하니까 상대적으로 협회 사업이 시시해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 무용계는, ‘공적지원기관은 이처럼 협회가 주관하는 청년(?) 사업을 돌보지 않고 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싶어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조은경 _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에서도 소극장페스티벌은 젊은 사람들의 창작 작품으로 하는데, 그것도 한 30년 됐죠. 그렇게 계속 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한국무용 창작을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단체도 없거니와 안무자도 없는데, 한국무용제전을 통해서 꾸준히 창작 작품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페스티벌의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의 경우는 올해 바뀐 게, 15분으로 공연 시간을 줄이면서 하루에 네 팀이 공연을 하고 열 두 단체가 공연을 했어요. 기본적으로 솔로 작품은 안 되고, 2인 이상의 작품으로 공연을 해요. 참, 무용수 부상이라던가 해서 결국 솔로 공연을 한 참가자가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 다른 경연프로그램에도 참가한 걸 보니 지나친 욕심을 냈던 거 아닌가 싶더군요. 첫날 공연은 전부 연극 같은 느낌이 드는,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는 공연을 해서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안타까웠는데 둘째, 셋째 날 참가자들은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결론은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역의 관심사를 가지고 춤을 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정희창 _ 춤의 언어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용 무대인데요. 몇 개의 「크리틱스초이스」 무대에서, 춤의 언어로 말하려고 하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처럼 풀어 놓는 대사 또는 몇 마디 단어로 주제를 말하려고 했던 것이, 결국은 무용으로서, 춤으로서 말을 못하겠다고 자백한 것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어떤 작품에서는 큰 소리의 비트로 너무 강력하게 사람들을 혼란시키면 춤을 잘 추든 못 추든 관객들의 신체가 그 리듬에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다른 것이 춤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완결된 무대를 보여주는 「크리틱스초이스」 무대
조은경 _ ‘크리틱스초이스’로 자연스럽게 얘기가 넘어갔네요.
정희창 _ 네. 그렇게 하다 보면 춤의 무대에 선다고 본인들은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죠. 춤은 사실 명목일 뿐이고, 음악, 말, 소리에 기생하는 거예요. 장식적으로 춤을 좀 가미하고서는 춤 무대라고 말하려고 하는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한편으로는 관객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무가 자신도 당연히 작품에 참가해서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출 수도 있는 거지만, 자기가 직접 춤을 추다 보면 자신의 작품을 관객석에서 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안무가는 아무리 자기가 춤을 추더라도 관객석에서 1, 2층을 모두 다 생각하며 공연무대를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살피고 극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자신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은경 _ 어떤 공연을 제일 재미있게 보셨어요?
정희창 _ 다른 분들은 별로 지적을 안 하셨는데, 일단 무대에 올린 이상은 구성력이나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말하자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구슬을 조합하게 됩니다. 이야기와 동작과 그런 것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무용수와 기타 무대조명이나 미술 등 여러 장치들로 된 구슬을요. 그런데 무대작품에서 몇 가지 좋은 구슬이 보였다고 해서 그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무대작품이란 제작된 구슬을 목걸이나 팔찌와 같은 것으로 꿰어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비록 모양이 유치하더라도 일단은 하나의 목걸이로 꿰어진 것이어야 작품이 되는 것이지, 아무리 개개의 구슬이 좋더라도 꿰어지다만 것은 목걸이로 팔 수도 없고 따라서 작품이 아니란 것입니다. 내용은 좀 그렇더라도, 구성력이 있어야 일단 무대에 올리는 작품의 기본이 된 거라는 거죠. 아무리 대상과 차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구성력 없어보이는 공연작품들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리듬 분석』의 경우 춤으로 리듬을 만들어야 되는데, 사운드적인 리듬으로 리듬 분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고, 그렇다면 그건 사운드 만드는 사람들에게 기생한 무대이지 제대로 된 무용무대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조은경 _ 아, 무슨 작품인지 알겠네요. 구성과 연출력에 있어서는 완성도가 있다고 봐요. 그런데 고전을 현대로 끌어냈을 때는 뭔가 새로운 인간성이나 주제를 보여줘야 하는데, 구태의연한 면모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기헌 _ 『가인』은 제목과 설명이 너무 작품과 매치가 안 됐어요. 작년의 『홍길동』이 연상됐습니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좋은 연출가가 전체 흐름을 정리했다면 좋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차라리 한 시간으로 늘리고 연출적인 부분을 다듬는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레퍼토리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희창 _ 관객들이 ‘미얄 할미’나 그런 전통 스토리에 익숙한 사람들만은 아닐 겁니다. 또 모든 사람들이 미리 팜플렛을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서 무대작품을 감상하러 온다고 생각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외국인들도 올 수 있고, 작품이 외국에 나간다고도 생각해봐야 하고요. 저는 어쨌든 옹호하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건데요. 비평가들이 무용에서 통용되는 여러 주제를 이미 잘 안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진부하고 식상할 수 있겠죠. 또 조합을 더 잘 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죠. 그런데 일반인들이 볼 때는 처음에 크게 무언가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느꼈다가 불과 30분가량의 작품에서 5분, 10분이 지나면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하다가 끝나버리고 마는 작품보다는, 짜임새 있게 무언가 재미있었다고 하는 작품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거죠.
정기헌 _ 정희창 선생이 언급하신 ‘소리’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춤의 무대에서 소리와 대사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좋다고 봐요. 몸이든 춤이든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사용해서 자신의 것을 증폭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갖다 써도 좋아요. 그런데 그것이 지나치다면 자연히 춤의 무대에서 도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운드에 대해서는 어떤 작품이 시작할 때 어둠 속에서 막이 열리고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되는데 최소한의 볼륨조절을 하지 않아 작품의 도입부를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 시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의 크기가 무대의 정서를 장악해버리는 거죠. 그리고 고조된 분위기의 상황에서 음악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그 음악에 춤이 묻혀버리는 경우는 너무도 많습니다. 창작춤에서 음향감독의 영역의 거의 없는 것처럼 음향의 질감을 체크하는 수준의 안무자가 드문 실정이죠.

춤의 무대에서 소리와 대사를 쓰는 것에 대해
조은경 _ ‘크리틱스초이스’는 올해로 21회를 맞았는데요. 20년 이상 새로운 젊은 안무가들을 발굴해내고, 계속 주목을 받게 해왔죠. 그런 면에서 지금 현재 한국 무용계의 중견들을 배출해낸 아주 중요한 대회죠. 게다가 직접 심사하고 평가하고, 추천하는 평론가들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더 관심과 책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행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도 평가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박민경 _ 저는 평가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9편 공연을 모두 봤습니다. 리뷰는 다른 자리에서 하기 때문에 생략할게요. 다만 이 행사는 약간 특이한 지점이 있습니다. 「크리틱스초이스 댄스 페스티벌」이 21회가 되었는데, 원래 명칭이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이에요. ‘젊은 무용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지원사업에서는 ‘신진 안무가 발굴’이라는 범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시민을 위한 예술지원이나 시민문화축제 등 지원사업이 폭넓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무용지원도 세분화되어 지원이 많아진 것 같지만 사실 지원금 액수 자체가 적절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 신진 안무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의 액수가 비교적 큰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중진 무용가들의 허탈함도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신진 안무가들의 작업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결과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원이 과하다’는 비판을 하는 것인데요, 지금 20대의 작업이 20년 전 20대의 작업과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컨템포러리댄스’라는 서유럽의 새로운 사조는 춤과 안무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서 태동했는데, 그것을 그저 ‘동시대의 춤’으로 해석하면서 안무 개념의 전환을 가져온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에 비춰봅시다. 기존 극장춤의 해체와 작품/작가 개념의 파괴, 제작시스템의 붕괴 같은 키워드를 이해하지 않고 여전히 20세기 고전적 무대춤의 관념으로 신진들의 작업을 평가한다면 미완성, 불완전, 의미없는 퍼포먼스 등으로 보아 작품지원사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예전에는 지원금을 제작비로 사용할 뿐 안무가나 무용수가 받는 돈이 없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지원금이라는 것이 안무가가 그 작업을 하는 도중에 들어가는 비용에 해당됩니다. 안무가가 있고 무용수가 있고 조명이 있고 음악감독이 있고 무대장치가 있고 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무대 위에 아무것도 없거나 안무가 혼자 있거나 해도 상관없어요. 심지어 무대가 없어도 되고요. 그런 작업에 지원금을 줄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어 현재 대립양상을 보입니다. 지금의 신진들은 태어날 때부터 21세기 컨템포러리댄스, 개념무용이라는 토양에서 성장했고 그 이전의 춤이 무엇이든 간에 낡은 것으로 인식하죠. 그렇게 볼 때 크리틱스초이스는 고전적인 작품 개념, 완결된 형태를 선호하고 그러한 안무가의 성장을 지원하는 행사인 것 같습니다. ‘이것도 춤이고 저것도 춤이다’, ‘이것도 작품이고 저것도 작품이다’는 식이 안 통한다고 할까요?

젊은이들에게 대극장 기회를 주는 이유
조은경 _ 대극장 공연이고, 적어도 30분 이상을 공연하니까요.
박민경 _ 일각에서 왜 젊은이들에게 대극장 기회를 주느냐, 실력이 안 되니까 소극장 공연으로 하라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소극장 등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안무가를 초청해 대극장 무대를 주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핵심 포인트이자 차별성인데, 그것을 없애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행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모르고 결과론적으로 표면적인 인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봐요. 가능성 있는 대극장 무대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안무가들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그걸 가려내는 거잖아요. 작품력이라는 것을 그런 과정을 통해 봐야 해요. 신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없다는 것이 춤계 실정이었고, 크리틱스초이스가 그 점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우수성이 있는 행사죠. 뭐 작품이 안타까울 때는 있지만, 「대한민국무용대상」 무대도 아닌데 반드시 하나하나 완성도 있는 훌륭한 작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은경 _ 반면 이번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을 보면 공연시간이 20분에서 15분으로 바뀌었고, 작품도 3일간 12편으로 늘어났어요.
정희창 _ 저는 ‘크리틱스초이스’ 공연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작품들 가운데 맨 마지막에 여자 무용수 한 명만 무대를 계속 뛰어다니면서 뱅뱅 도는 작품이 있어요. 무대 인사할 때 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몸을 숙여서 인사하는데 그 무용수는 몸을 숙이면서 손을 무릎에 얹고서 숨을 한 번 몰아쉬고 일어나요. 그게 안무자 본인이 그렇게 했다면 넘어갈 수 있는데, 그리고 무용수 전체를 그렇게 돌렸다고 해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한 사람만 그렇게 시킨 것에 대해서 우선 과연 개런티가 더 많았을까가 궁금해요.(웃음) 혼자를 거의 극한에 다다르게 했거든요. 그런 무대가 있긴 있어요. 그래도 모든 무용수들을 그렇게 시키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냥 혼자를 딱할 정도로 계속 돌렸어요. 보여주려는 주제도 뚜렷이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작품을 보면서 그냥 ‘너무 힘들겠구나’ 이런 걸 느끼라는 건지… 무용 무대에서도 사람들이 볼 때 평등한 관념, 너무 한 사람을 착취하지 않는 걸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화제를 바꿔서 지금까지 큰 단체와 행사들만 다뤘으니, 개인 예술 단체들도 잠깐 언급해야 할 듯합니다. 지원도 잘 못 받고 돈도 별로 없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면 좋겠어요.

『안은미의 북한춤』
박민경 _ 열심히 꾸준하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개인공연의 예에는 딱 들어맞지 않지만, 민간단체 공연으로는 바로 6월 초에 있었던 안은미무용단의 공연이 히트였습니다. 문체부가 직접 지원한 기획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안은미 공연은 갑자기 튀어나온 기획, 그야말로 시선을 확 끌었습니다. 좌담 서두에 평창동계올림픽 이야기를 했는데, 이 올림픽이 성공이었다는 평가는 바로 ‘평화’의 메시지가 굉장히 컸기 때문입니다. 평창올림픽은 남북 대화 혹은 교류의 물꼬를 튼, 매우 중요한 계기였어요.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어서 6월 초 북미정상회담까지 매우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상반기 내내 남북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한반도 평화’라는 막연한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확실히 좀 특이한 경험이에요. 우리나라 대중가수들이 평양에 가서 노래도 불렀지만, 앞으로 문화적 교류가 점점 더 활발해지겠죠. 스포츠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춤계도 적극적으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상반기에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바로 『안은미의 북한춤』이라는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기획은 안은미 정도 되니까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 작품 하나 준비하는 데 시간이나 제작비나 극장대관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시의적절하게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안은미의 내공, 역량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고 봅니다. 사실 저는 이 공연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을 보러 아르코예술극장에 왔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급히 「춤」지에 문의를 했습니다. 새빨간 바탕에 흰색 큰 고딕체로 ‘안은미의 북한춤’이라는 글자만 새겨진 포스터를 보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북한춤’이라는 말이 웃겼거든요. 북한춤이라는 단어를 작품명으로 하는 안무가는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것은 일종의 이벤트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죠. 아무튼 처음에 포스터의 도발이 강렬했어요. 그것은 ‘안은미의 독일춤’, ‘안은미의 미국춤’, ‘안은미의 일본춤’, 뭐 이런 것들을 상상하게 하잖아요. 제일 먼저 국가가 떠오르는데, 그렇다면 한 국가의 춤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흔히 민속춤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대무용에서 그런 식의 명명은 낯설잖아요. 개인적인 민감도이긴 하지만, 좀 이상해요.
조은경 _ 북한의 여러 가지 춤을 가져다 엮었고, 그리고 프랑스에 가서도 동일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박민경 _ 저는 이 공연에서 굳이 ‘북한의 춤’이라는 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북한의 춤이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안무자 역시도 그러한 입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한의 춤이라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사실적으로 재현할 필요가 없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것과 무관하게 이번 이벤트는 앞으로 우리가 북한의 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또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작으로서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단순히 북한의 몇 가지 춤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북한춤’이라는 타이틀은 그 공연의 성격을 암시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은미가 창작한 어떤 작품의 제목일 테니까요. 그런 어긋남이 먼저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했다고 봅니다.
안은미가 출연해 직접 춤을 추기도 했는데, 맨 첫 장면은 ‘최승희의 보살춤’을 차용을 한 것 같아요. 공연 내용 하나 하나 보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는 아니고, 기존의 작품에서 안은미의 스타일을 특징짓는 요소들로 구성했습니다. 누가 봐도 안은미 작품이다 할 정도로 확고한 색깔들을 조합했는데, 그 자체가 안은미의 스타일이라고 본다면 안무자의 독특함을 잘 살렸다고 봅니다. 단편적일 테지만, 북한춤이라는 것의 동작적 특징을 파악해 그것을 기본으로 동작을 만들었는데, 단순함과 반복이 주요했어요. 안무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했는데, 민속춤적 특성을 잘 파악한 것 같고, 반복적인 율동의 면모를 세련되게 만들었습니다. 집단적으로 혹은 대형을 이용해서 기하학적 모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든지, 통통 튀는 듯 가볍게 움직이며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은 듯한 이동은 발레적이라는 느낌도 받았고요. 무용수 개개인의 움직임에 빠른 속도감을 주어서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두드러졌고, 활기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감들이 생생하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디어아트가 구현한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무용수들이 부채를 이용해 표현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게 일종의 스펙터클이겠죠. ‘북한’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떤 전체주의적 의미를 덧붙이지 않더라도, 흔히 북한 공연이라고 했을 때 갖게 되는 이미지라고 할까요, 예술작품이라고 할 만한 구성이라기보다 스펙터클 성격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봅니다. 장면들을 길지 않고 다채롭게 전환하고 ‘휘파람’ 같은 익숙한 북한노래들을 삽입하는 등 재미있고 친근한 연출이 극장쇼를 추구했다고도 할 수 있고요. 관객들에게 즐거운 공연이었고,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예술과 쇼가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는데, 쇼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라는 점에서 안은미의 독자성이 두드러진 무대였어요.

남북문화예술교류
정기헌 _ 앞으로 남북문화예술 교류가 많아질 탠데, 북한의 전통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마치 북한 음식처럼 순순하고 담백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 음식은 사람들의 해외 교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일정부분 변치 않고 보존이 되었지만 전통예술은 체제의 선전도구로 거의 변형되었습니다. 중국이 문화혁명 이후 많은 것을 잃었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자신의 것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많은 것을 개량시켰죠. 오케스트라에 국악기를 넣으라고 지시하면 가야금을 24현, 36현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악기로 만들어 버렸죠. 전통의 에센스가 조금 남아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통이 체제에 맞춰 변했어요.
박민경 _ 전통춤이 시대에 따라 변하거나 시대성을 반영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나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 아닌가요? 북한에 예술이 없다는 것은, 현대예술의 개념이 없다는 뜻입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예술이 무슨 예술인가요? 그냥 선전이지….
정희창 _ 우리는 전통춤을 추니까 전통이 남아 있는 거죠.
요즘 정치,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정말 많이 변한 상태인데요. 예술가들은 그럴 때일수록 더 긴장해야 할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건 항상 시대를 앞서가야 되는데, 뒤늦게 부화뇌동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사람들이 다 이미 끌려온 상태인데 그걸 본인들이 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러면 곤란하죠. 거기서 더 앞선 개념이 무엇인가, 보다 더 현대적인 구성이나 동작, 장치들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조은경 _ 처음 말씀하신 ‘예술작품은 현대적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겠군요.
정희창 _ 네. 사실 예전에는 외국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외국에 나갔다 온 사람이 새로운 것이라고 하면서 보여주면 새로워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도 있고 외국에도 쉽게 갔다 오니까, 외국에서 새롭게 하는 것이나 모든 사람들의 지식이 공유되고 있죠. 그래서 예술가들도 정말 앞서 나갈 수 있는 개념이나 형태를 창조해내지 않으면 안 돼요. 예전에는 조금 다른 시도로 보이면 앞서 나가는 것이고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거죠. 안무를 하는 입장에서도, 비평을 하는 입장에서도 10년 전, 20년 전, 아니면 5,6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의 작품이 충분히 현대적인가 하는 성찰을 해야 합니다.

‘국립무용센터 설립’
박민경 _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얼마 전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굵직한 일들이 한바탕 지나가면서 다소 들뜬 분위기였는데, 춤계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이 지나갔습니다. 다만, 「춤」지 1월호 좌담에 실렸듯이 ‘국립무용센터 설립’이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축이 되어 무용계 전체를 아우르며 출범하는 조직을 구상한 것 같은데, 공식적인 출범은 아니고 비공식적으로 한 차례 첫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희창 _ “보다 ‘전문적’이고 ‘무용’만을 위한 국립무용센터의 탄생을 기대한다”는 1월의 좌담에서는 국립문학관이 설립이 된다고 하니, 국립무용센터도 설립을 서두르자, 부지를 어디에 마련할 것이냐 하는 정도의 이야기만 오갔습니다. 일단 모든 무용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건물을 어서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논의들이었고, 그것을 무용가의 교육과 훈련, 양성에 사용할 것인지, 혹은 무용전용극장으로 사용할 것인지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는 뚜렷이 나눌 수 없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2007년 문화예술진흥법에 제37조 예술의전당에 관한 규정이 두어지면서 예술의전당이 설립되었습니다만, 예술의전당도 그렇고, 국립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등이 무용전용극장이 될 수 없으니 국립무용센터가 설립되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은경 _ 국립무용센터건립추진단이 7월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합니다. 국립무용센터 건립의 필요성이 논의되리라 봅니다. 춤계 새로운 전략과 비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일입니다.

하반기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 선정자 공연에도 관심을
박민경 _ 끝으로 상반기 문화예술계 이슈 중 두 가지만 짚겠습니다.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영화나 연극 분야 등에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무용 분야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고요. 문학과 미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폭로가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도, 예술분야에서 무용도 예외일 수는 없는데 좀 다른 양상인 것 같습니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문화부와 인권위 공동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특별조사단’을 구성했죠. 3월부터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는데, 얼마 전에 조사결과를 발표했어요. 여성들의 피해가 크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그냥 참고 넘어갔다 등등의 내용은 조사 안 해도 다 아는 수준이에요.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해 공적 지원을 배제한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구조적으로나 특성상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한다면 지원배제와 국공립 무용단 등 공적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니까 조금이라도 방지하는 대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쇄신일 텐데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 5월에 일단락된 것 같습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지침에 의한 피해사례를 조사했고, 이에 따라 문예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반헌법적 국가범죄의 공범자’였던 기관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글쎄요’입니다. 웬만해서는 수습이 쉽지 않은 사태였기 때문에 문예위는 해체하고 다른 기구가 생겨나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문예위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예술기관들이 처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봐요. 따라서 큰 틀에서 전체적으로 움직여 인프라 자체의 전반적인 변동이 있어야 뭔가 변화가 감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문화예술위원회를 ‘한국예술위원회’로 바꾸고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자율적인 기구로 전환하겠다는 뜻이에요.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춤현장은 무용가들의 활동으로 돌아가는데요, 지원을 받아 춤을 추는 무용가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상황에 맞춰 이렇게 저렇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인 작업들은 지원금 수혜 여부에 따라 변동이 많은 편인데, 그나마 협회나 축제들이 안정적인 지원을 확보하고 있어서 올 상반기에도 춤현장을 채웠고, 또 사이사이 창작산실 재공연이라든지 개인 무용단 및 대학 동문단체들의 정기공연이 촘촘히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도 많은 공연이 계획되어 있는데, 먼저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사업 선정자들이 7월부터 9월 중에 공연을 한다고 해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들이 있어서 어디다 홍보를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공연을 언제 어디서 하는지 찾기도 어려워 놓치기 쉬운데요, 리뷰 대상이 안 되더라도 우리가 관심을 좀 가졌으면 합니다.
조은경 _ 네, 홍보와 보도자료 많이 보내주세요. 『춤』지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갖고 다루고 있습니다. 세 분 오랜 시간 애쓰셨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