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만화살롱

 

캐릭터처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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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용(張晌傛)(만화평론)

「미운우리새끼」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건모다. 그는 쉰 살의 나이임에도 배트맨 티셔츠를 광적으로 입고 다닌다. 예전 같으면 “어른이 애들처럼 뭐 하는 거야”라는 핀잔을 들을 법 하건만, 배트맨 캐릭터 팬인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킥킥’거리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그는 매우 자유로워 보인다. 요즘 만화 출판계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캐릭터 만화 혹은 유명 캐릭터로 풀어쓴 에세이 류다.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63)의 캐릭터 만화 「보노보노」는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눈 작고, 언제나 손엔 조개껍데기를 든 해달 주인공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너구리 친구 ‘너부리’, 다람쥐 친구 ‘포로리’, 살쾡이 친구 ‘야옹이 형’ 등) 이야기로 1986년 이후 무려 32년째 연재 중이다. 의인화된 캐릭터인 보노보노 이야기를 우리나라 작가가 에세이로 풀어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까지 덩달아 20쇄를 찍었다.
별다른 극적 스토리도 없고, 심지어 주인공이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보노보노는 열심히 움직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저 물 위에 누워서 둥둥 떠다니는 정도) 심심한 대사만 간혹 툭툭 던지는 해달 캐릭터가 우리나라 어른들에게 환영받는 비결은 무얼까? 또한 ‘보노보노처럼 산다’는 것은 무얼까?
보노보노와 친구 캐릭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숲의 대장 노릇을 하던 큰 곰은 야옹이 형이 자신에게 도전해오자 쉽게 항복한다. 큰 곰의 철학은 ‘목숨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는 “필사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건 누군가와의 조화를 해치는 행위다.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그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 보노보노는 “조개를 전부 먹어버렸어. 먹을 게 떨어져서 나중에 곤란해질 거야”라고 너부리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말과 더불어 무려 11칸에 걸쳐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움직임도 없는 너부리의 쾌도난마 한 마디. “나중에 곤란할 건 나중에 곤란해 하면 되잖아. 왜 벌써부터 곤란해 하는데?” 보노보노는 어떤 순간에도 항상 놀고 있다. 예를 들어 좁쌀만 한 눈을 특유의 리듬으로 깜빡거리는 것도 그에겐 대단한 놀이다. 보노보노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아빠가 ‘아~’하고 소리를 내는 동안, 아빠 목과 머리에 손을 갖다 대 거기서 울리는 진동 느끼기다. 보노보노는 한 마디로 ‘남에게 신경 쓰지 않는’ 캐릭터다.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만 거기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독자들도 보노보노의 생활 방식에 꽤 공감하는 듯하다.
밀른의 동화 「위니 더 푸」를 월드디즈니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화 한 「곰돌이 푸」 캐릭터를 앞세워 풀어쓴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 「그린 게이블의 앤」을 원작으로 일본 후지TV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빨강머리 앤」 캐릭터를 앞세운 에세이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등도 비슷하게 인기를 얻었다. 만화 캐릭터들은 생긴 대로 산다. 인생의 늪에 빠져있는 사람에겐, 나이도 좀 접고, 캐릭터처럼 살아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