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역사살롱

 

싱가포르의 현능주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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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문(朴赫文)(소설가)

아시아에서 가장 질 높은 삶을 사는 나라는 싱가포르다. 2018년 1인당 GDP가 6만1766달러로 세계 8위에 해당한다. 이런 정도의 나라라면 당연히 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라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있고 결사의 자유에도 제약이 있다. 초대 총리인 리콴유가 1965년 독립부터 1990년까지 장기집권 했으며 잠시 고척동이 총리가 되긴 했지만 리콴유의 아들 리센룽이 2004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장기집권 중이다. 의회민주주의라기보다는 일당 우위제도를 유지한다.
흔히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를 ‘현능주의’라 부른다. 가장 뛰어난 품성과 능력을 지닌 지도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체제다. 그렇다고 독재국가라 할 수도 없다. 지하자원도 없는 서울 정도의 땅에 회교, 불교, 기독교 등 서로 다른 종교를 지닌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등 500만 명의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복잡한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현명한 정치형태를 찾는 과정에서 탄생한 제도다. 유교에서 말하는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군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아시아적 가치라 칭송한다.
이 나라에서 고위공무원이 되려면 체계적이고 엄격한 도덕적인 잣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대신 그들에게는 많은 연봉이 주어진다. 장관도 서너 차례 임기를 넘겨 재직한다. 업무에 익숙해지고 노련해지려면 연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대 총리가 된 리콴유는 국민들 중에는 초등학교 수학시험도 풀지 못하는 실력으로 종교도, 문화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온갖 불만들을 쏟아내면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실재 그가 집권하기 전 1960년대 싱가포르에는 인종폭동이 난무했었다. 그래서 그는 생존권을 위해서는 현능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정치제도를 만든 것이다.
공용어도 필요했다.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였기에 영어가 통용되었고 중국어, 말레이어, 인도어 등이 사용되었다. 경제권을 쥔 화교들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콴유는 “투표를 하면 중국어가 공용어가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주변지역과 어떻게 어울리며 전체 세계와는 어떻게 어울리겠습니까? 먹고 살길이 없어집니다”라며 직권을 이용하여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현능주의를 택한 리콴유는 인재풀 규모를 늘리고 장기간 인재들을 육성했다.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질서를 위해 엄격한 법질서를 세웠다. 그 결과 고속성장이 이뤄졌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되었다.
민주주의의 관점으로 보면 문제가 많은 나라지만 실용적이고 발전 지향적이다. 이런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를 배운 사람이 덩샤오핑이고 이를 현재의 중국에 적용시켰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싱가포르처럼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그렇게 선택된 지도자는 10년 동안 중국을 통치한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일당 독재의 현능주의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어떻게 변할지 참으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