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자전거살롱

 

종로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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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우(全相宇)(여행작가)

서울 종로에 자전거길이 열린지 두 달이 넘었다. 광화문 네거리서 동대문 조금 못 미친 곳까지 2.6km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긴 거다. 비록 자전거 한 대가 들어서면 꽉 차는 너비에 그나마 종로4가와 5가에서는 자전거 전용이 아니라 다른 차들과 함께 가야 하니 초보자나 일반인이 마음 놓고 타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길이지만 그래도 인구 1천만의 복잡한 도시 서울에 자전거만이 다니도록 만들어둔 길이 있다는 것은 자전거를 좋아하고 생활 속에서의 잔거질을 주장해온 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2017년 12월 기준, 서울시에는 554개 노선에 무려 888km의 자전거 길이 있다. 서울에 그렇게 자전거 길이 잘 되있는지 몰랐다고? 이 중 도로 가장자리나 인도를 같이 쓰도록 되어 있는 ‘도로변’ 자전거 길이 492개 노선에 614km이고 한강이나 중랑천 안양천을 따라 달리는 ‘하천변’ 자전거 길이 49개 노선에 261km가 되니 100%가 다 ‘도로변’이나 ‘하천변’에 있다 해야 겠다. 이 가운데 ‘도로변’ 자전거길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는게 옳다. 인도에다 줄만 그어놓고 자전거 마크 새겨 놓는다고 자전거 길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길은 차라리 걷는 이들 스트레스 받지 않게 걸으라고 비워주고 찻길로 다니는 게 우리 잔거꾼들에게도 편하다. ‘하천변’ 자전거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잘 되어있다. 하지만 하천변’ 자전거길은 ‘레저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에 견주어 종로 자전거길은 ‘실생활형’ 자전거길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길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관심이 많아 기자들이 몸소 타보고는 ‘코펜하겐이나 런던은 이렇다는데…’, ‘택시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오토바이가 자전거인양 들어와 달리더라’, ‘한 시간을 서서 지켜 보았는데 지나가는 자전거 하나 없더라’ 하며 이런저런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지만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종로 자전거길은 제대로 된 자전거 활용의 참된 첫걸음으로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왜 서울은 시끄럽고 정신이 없을까? 좁은 사대문 안에 차와 오토바이가 죽을세라 경주하니 넋이 나갈 수밖에. 사대문 안에 종로 자건거길 같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모두 갖추게 되면 볼일을 보러 가며 차를 가지고 가는 난센스는 더는 없으리라. 은행이나 우체국 같은 곳에 볼일이 있어 잠깐 다녀 올 때 자전거를 이용하면 주차 등 신경 쓸 일 없고 기름절약, 시간이 절약되니 생산성에도 보탬이 될 거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정장 차림에 어떻게 자전거를 타냐고? 그게 문화다. 양복입고 드레스 입고 자전거 타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고, 보는 이도 어색해하지 않으면 서울의 자전거 문화가 되는 거다.
종로 자전거 길이 생긴 뒤로 업무시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많은 잔거꾼들이 이용하고 있음에 흐뭇하다. 가끔씩 버젓이 자전거길에 올라와 쉬고있는 택시를 보기도 하고 빈틈만 나면 머리를 들이미는 오토바이도 있지만 처음 같은 혼잡은 많이 줄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 아직은 모자람도 있지만 6백년 넘은 큰 도시, 자전거에 아까운 공간을 떼내어준 서울시 아니 서울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어찌 다 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