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공연평

 

젊은 창작자로서의 열과 성을 다한 무대
- 정수동·조인호·유희웅·이동하·정석순·최석렬·권혜란·임지애·박명훈·부산국제무용제·대한민국발레축제




심정민(沈廷玟)(춤평론)

* 21회 「크리틱스초이스」(6월6~1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근 몇 년 간 젊은 창작자들의 현황은 두 갈래로 평가할 수 있다. 하나는 갖가지 기획이나 지원 프로그램의 최대 혜택자로 어느 무용세대보다 풍부한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예술적 탐구력과 독창성과 완성도를 갖춘 이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은 기회로 인해 창작자로서 탄탄하게 무언가를 쌓아놓기도 전에 이러저러한 경로로 표현의 장을 맞이하고 지원금을 받다보니 자신이 어디쯤 위치해있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도리어 방향감각을 잃은 듯하다.
해외의 선진적인 무용계를 살펴보면 창작자로서 데뷔하는 것 자체가 좀 더 혹은 훨씬 더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데뷔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이렇다 보니 창작자 스스로가 데뷔 전에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해외 평론가나 무용가들이 한국에 와서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 무용가들은 창작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마냥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젊은 무용가들이 다른 무용세대보다 풍족한 여건에 익숙하다보니, 이것저것 재보면서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는 불가능하다. 잘 나가는 무용수라면 손해 없이 활동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지만, 창작자로서 작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어진 제작비를 초과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스스로 투자할 마음 없이 창작에 뛰어들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틱스초이스 2018」이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홉 명의 젊은 창작자가 신작을 통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올곧은 자세를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지나치게 수준차가 나는 작품 없이 경합이 치열했다고 할 수 있다. 6월6~1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던 「크리틱스 초이스 2018」에는 박명훈, 권혜란, 임지애, 최석열, 조인호, 유회웅, 정수동 그리고 작년 최우수와 우수를 받은 이동하와 정석순이 함께 했다.

정수동의 『리듬분석』은 개인과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리듬을 정교하고 자유로운 선형의 동작과 구도로 이미지화하였다. 특히 앞 부분의 군무는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추는 컨템포러리댄스의 주도적인 패턴을 인상적으로 실현하였다. 구도적인 퍼즐을 짜임새 높게 완성해갔다고 할 수도 있다. 세밀하고 세련된 조명의 활용 또한 돋보였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정수동이 어느 고지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를 기대케 하는 작품이다.
조인호의 『빙하착(氷下着)』에서는 강렬한 비트의 퍼커션 리듬과 풍성하게 흐르는 재지한 선율이 중첩되어 첫 부분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열두 명에 달하는 무용수들은 강하게 내딛고 휘젓는 움직임을 펼치면서 다채로운 구도적 변화를 꾀한다. 한국무용 창작자로서는 군무의 전체적인 구도를 꽤 감각적으로 그려가고 있다. 중간 지점에 밀도있는 에너지와 자유로운 순환성을 함양한 조인호의 독무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후반부 군무에서는 지나치게 뻔한 한국창작무용의 짜임새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앞과 뒷부분의 안무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은 아직 예술적 정체성과 주장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인데 창작자로서의 한 단계 높은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가야 한다.
유희웅의 『누가 그에게 총을 겨누었나?』는 남자, 여자, 노인, 형제 등의 캐릭터를 가진 무용수들이 진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추측만으로 범인 색출과 몰이를 하는 과정을 재치있게 그려낸다. 추리물과 같은 연출로 부조리한 현실을 유쾌하게 비틀고 있다는 점에서 유희웅의 차별화된 창작력을 확인시킨다. 상황을 묘사하는 접촉즉흥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발레 안무가로서는 상당히 드문 재치와 개성과 감각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무용계와 연예계를 오가면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재주꾼으로 여겨지는데 창작자로서 풍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전자 쪽으로 좀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
작년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동하는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복잡 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사랑’으로 상징하여 형상화한다. 남녀 군무의 군더더기 없이 동기화된 짜임새를 지닌 동작에서 이동하 특유의 안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인 병으로 무대의 일부를 분할하다가 대부분을 규정짓는 연출도 돋보인다. 앞과 뒤 장면에 너무나 잘 알려진 클래식과 올드팝을 세 차례나 제시한 점은 전개상의 신선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지난해 우수상을 수상한 정석순은 『히어로 2.0』를 통해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에 대해 농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젊은 활기와 고뇌와 유머가 가득한 무대로 실현하였다. 정석순이 나름의 독특한 감성과 감각을 갖춘 창작자임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군데군데 안무적 짜임새가 느슨해지는 점은 창작 과정에서 몰입도와 집중력이 약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올해 크리틱스초이스에서는 치열한 경합 끝에 정수동이 최우수상, 조인호가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유희웅이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최석렬이 강렬한 오프닝으로 가능성을 확인시켰으며 권혜란과 임지애와 박명훈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대표작을 선보였다. 이동하와 정석순 역시 작년 수상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창작적인 열과 성에 있어서는 가장 치열했던 크리틱스초이스로 평가될 수 있다. 넉넉하지 않은 제작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최고를 보여준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지역 무용 활성화에 부산국제무용제가 갖는 의미
* 14회 「부산국제무용제」(6월1~9일, 해운대 해변특설무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등)
춤 예술 활동이 서울로 집중되는 경향이 심하다고는 하나, 정작 서울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용가들 상당수가 부산을 비롯한 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재능있는 무용가들이 지역에서 서울로 옮겨가는 현상은, 단순히 무용계의 균형 발전 측면을 넘어서 지역 간 건강한 경쟁과 견제를 통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지역 무용계의 재도약은 당면과제로 부각될 필요가 있다.
지역 무용의 재도약을 위한 제언으로, 각 지역마다 차별화된 대표성을 지닌 무용단이나 콩쿠르 혹은 페스티벌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젊은 무용가뿐만 아니라 관련자와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는 춤 예술의 도시 브랜드를 확립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에서도 지역 명을 붙인 시립무용단, 무용콩쿠르, 국제무용제가 존재하며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립하고 있다.
2005년 출범한 「부산국제무용제」는 그동안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이미지 고양할 수 있는 무용축제 구현, 국가 간 우수한 춤 예술 교류로 부산 무용의 국제화, 특색 있는 부산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육성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 시민이 참여하는 무용장르를 통한 춤 예술의 저변확대”라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전개되어왔다. 특히 「부산국제무용제」는 해운대(2005~2008년에는 광안리)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타 춤 행사와는 차별화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매년 5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해변특설무대에서 펼치는 무료공연으로 시민과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무용제」(운영위원장 김정순)는 동북아시대의 해양수도 부산을 배경으로 부산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춤으로 여는 부산, 세계를 잇는 감동’이라는 주제로, 6월1일부터 9일까지 15개국의 45개 단체가 선보이는 다양한 작품들로 해운대 해변특설무대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등지를 수놓았다.

6월 1~3일에 연달아 펼쳐진 공식초청공연을 필두로 하여 바로 직전에는 개막식전공연(1일), 시민참여공연(2일), 열린춤무대(3일)가 있었다. 그밖에 AK21 국제안무가육성공연, 찾아가는 홍보공연, 거리춤 피에스타, 워크숍 등이 다채롭게 전개되었다. 그중에서 6월 2~3일 해운대 해변특설무대에서 있었던 공식초청공연에서는 국내외 19개의 작품이 선보여졌는데 행사의 예술적 수준을 높여준 국내초청작을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과 스페인의 발레무용가들이 합작하여 만든 서울메이트란 단체는 『트리플 바흐』를 이틀에 나누어 공연하였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이 안무한 작품으로 그 며칠 전에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호평을 받은바 있다. 조지 발란신, 지리 킬리안, 윌리엄 포사이드 등에 의해 실제화되어왔던, 음악을 시각화하는 세련된 창작발레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인 수준의 작품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김선희발레단의 『파 드 까트르』에서는 네 명의 발레리나가 우아하고 환상적인 낭만발레의 묘미를 여실히 실현하였다. 바다와 하늘과 바람 그리고 한여름 밤을 배경으로 공기의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풍취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였다. 작품의 절정부에 이르러서는 밤바다에서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였는데 그 절묘한 타이밍으로 의도된 연출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장유경무용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2018 시인의 강-축제』을 펼쳤는데 춤사위 속에 내재한 정중동이라든가 정갈하고 단정한 구도적 변화가 인상적이다. 야외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소재의 무용단이 16명 규모의 군무를 완성도 높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축제의 위상과 단체의 전문성을 동시에 확인시킨다.
채향순중앙무용단의 『사당각시』에는 놀이, 연희, 악기에 능한 예술감독의 특질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춤적인 기량, 섬세한 감정선, 해학을 담은 놀이, 현란한 곡예, 흥겨운 타악 등을 한 무대에서 실현하고 있는데 볼거리와 예술성 그리고 감흥을 모두 갖춘 1-2시간짜리 대극장용 연희가 펼쳐진 듯하다.

해외초청작 중에는 컨템포러리댄스라는 동시대적인 경향을 보여주거나 각 나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창작을 선보였다. 전자는 아무래도 유럽에서 온 단체들에게서 주로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콤파니7273의 『닐(Nil)』은 몸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웨이브하면서 움직이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여섯 명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구도를 그려간다는 점에서 탄탄한 안무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춤 추세에 가장 가까운 춤이 아닌가 한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의 합작팀인 파인멘(Feynmen)은 『게임』을 통해 정처 없이 몰려다니고 끌려다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다. 여섯 명의 남녀 무용수들은 누군가의 작용에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움직임을 펼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끊임없이 바뀐다. 즉흥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사이사이의 뚜렷한 구성을 지닌 연결구에서 안무의 기본 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 길커러(Gil Kerer)무용단의 『비트윈 어스(Between Us)』는 두 남녀 사이에 관계성과 그 속의 감정을 춤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당기고 밀쳐내고 맞잡고 기대고 보듬는 등의 움직임에서 복잡 미묘한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핀란드 포리(Pori)무용단의 『라이프 휠(Life Wheel)』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테로 사리넨이 안무를 맡아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무용단 대표의 아들이라는 연결점이 있었다. 사리넨 특유의 자연친화적이고 나선형적인 움직임이 여실하다. 다만 무용수들의 실행 능력이 안무가의 의도와 밀도를 완전하게 표현해내지는 못한 듯하다. 게다가 사리넨은 움직임과 함께 영상, 조명, 의상 등의 융복합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점을 고려해야겠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무용단들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특히 각 나라의 소재나 이야기 혹은 특색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싱가포르의 마야댄스시어터, 인도의 리드모션(Rhythmotion), 중국의 양쯔강 델타유역 무형문화유산연구소, 베트남의 와이오(Y.O)사이공무용단 등의 작품이 그러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국창작무용 같은 형태를 띤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오히려 미주와 유럽의 예술 춤보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관계로 한 자리에서 다양한 아시아 창작무용 작품을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그밖에 미국의 이리나 아쿨렌코(Irina Akulenko)는 밸리댄스를 펼쳤는데 한국에서 감각적이고 대중적으로 변형된 춤사위와는 차별화된 본연의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춤사위로 적지 않은 감흥을 주었다.
시민참여공연(2일)과 열린춤무대(3일)라는 사전 공연에서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같은 예술춤뿐 아니라 사물놀이, 방송댄스, 에어로빅, 밸리댄스, 커뮤니티댄스처럼 대중친화적인 춤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출연진 역시 중견이나 신진 무용단에서부터 사회교육원, 스튜디오, 아마추어 동호회까지 다양하였다. 전반적으로 참여에 목적을 두고 좋은 경험을 한다는 축면이 강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김해성무용단의 『부채춤』을 꼽을 수 있다. 다양하고 정교하게 변화하는 구성은 창작자의 공간지각적인 안무 능력을 확인시킨다. 이를 일사불란하게 실행한 15명의 무용수 역시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센터 무용수는 체형과 기량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춤선으로 풍취를 돋운다. 사전 공연보다는 메인 공연의 오프닝을 장식할 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부산국제무용제 2018」의 의미와 성과는 우선, 국가와 언어와 민족과 문화가 상이한 무용가들 그리고 예술적인 경향과 규모가 각기 다른 작품들을 상당수 한 자리에서 불러 모아서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였다는 점이다. 둘째, 외부 기획인력에 의존하기보다 부산 무용계 인사들에 의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세부 프로그램이 더욱 다채롭고 활발하게 펼쳐졌다는 점은 부산 무용계의 저력을 증명한다. 셋째, 해외 무용계에도 알려진 춤 축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운영진에 의하면 해외 무용가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각국의 주한 대사관 측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넷째, 2010년대 초 예산 집행의 잡음으로 인해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음에도 이후 쇄신과 재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김정순 전 신라대 교수는 부산국제무용제의 초석을 다진 초대 운영위원장으로 2013년부터 다시 운영위원장을 맡아 부산국제무용제를 회생시킨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 공연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통일성이라든가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 균형 잡기는 언제나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야외무대와 관객 집중도를 고려하여 가능한 공식초청작이 2시간, 사전 무대가 1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의 지역 무용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부산국제무용제를 통해 본 부산 무용은 예술적 역량, 인적 인프라, 교육적 바탕, 현장 시스템 등에서 다각적으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 무용계가 균형있는 발전과 함께 21세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 무용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의식이 확고히 조성되어야 하겠다.

국내 발레 성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축제
* 8회 「대한민국발레축제」(5월31일~6월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국내 무용계에서 발레는 가장 성공적으로 전문화, 선진화, 대중화를 이루어낸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레퍼토리 제작 역량, 세계적인 수준의 무용수들, 선진적인 무용단 시스템, 대중적인 인지도와 관객 동원력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발레의 성과는 몇몇 굵직한 축제 속에 집약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2011년 출범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우리나라 발레계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필두로 국내 정상급 독립 발레단을 한 자리에 아우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5월 31일부터 6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의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졌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초청공연을 비롯하여 김용걸댄스시어터와 김세연서울메이트의 기획공연 그리고 서울발레시어터,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김지안발레단, 프로젝트클라우드나인, 임혜경르발레, 윤전일댄스이모션의 공모공연이 있었다.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위상과 명성을 의식해서인지 각 단체의 창작 집중력과 실현 충실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직업 발레단들에게는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한 마당인 동시에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인 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동안 한국적인 창작발레작품을 제작하여 레퍼토리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심청』과 『춘향』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는데, 2007년 유병헌의 안무 및 연출로 초연된 『춘향』은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쳐 이번에 보다 완성된 버전을 내놓았다.
우선 귀에 익숙하지만 정확히 같지는 않은 차이코프스키의 숨겨진 음악을 다수 발굴하여 사용한 점이 유효하였다. 주요 출연진 중에서 춘향 역의 강미선은 정교한 테크닉과 아름다운 춤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몽룡 역의 이현준은 선비다운 외모와 자태로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라 할 수 있으며, 방자 역의 이택영은 재기발랄한 춤과 연기로 초반의 재미를 이끌었다. 안무의 경우에도 눈에 띠게 정비되었다. 특히 2막에 남성 솔로나 듀엣 혹은 군무가 대단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서정적이고 우아한 그러므로 여성성이 짙은 특질을 보여 왔던 유니버설발레단이 남성 발레에서도 상당한 역량을 가졌음을 확인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은 잘 알려진 한국 고전을 때론 서정적이고 때론 유쾌하고 때론 스펙터클한 창작발레로 실제화한 작품이다. 세부적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를테면 앞부분에 몽룡보다는 방자가 부각되었고, 향단과 방자의 균형이 후자 쪽으로 쏠리고, 겨울의 여성 군무에서 별리의 느낌이 적다는 등)이 없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한국적인 창작발레 레퍼토리에 대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부단한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의 동명의 원작을 발레화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리스 에이프만 안무 대신 다소 생소한 크리스티안 슈푹의 안무를 채택하였다. 상대적으로 동작 구성의 창의성이나 드라마틱한 전개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립발레단은 국내 발레단들 중에서 가장 높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며, 『안나 카레니나』의 제작비 역시 무용계로서는 상당한 고액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단원 실행력을 비롯하여 음악, 의상, 무대세트, 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레퍼토리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리라 본다.
김세연서울메이트의 『트리플 바하(Triple Bach)』는 조지 발란신, 지리 킬리안, 나초 두아토, 윌리엄 포사이드 등에 의해 실현되어왔던 음악을 춤동작으로 세련되게 시각화하는 경향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다. 토슈즈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안전하게 창작발레를 실현하려는 추세와는 달리, 섬세하면서도 강도높은 여러 테크닉을 토슈즈를 신고 실행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의 김세연이 무용수로서뿐 아니라 안무가로서도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창작발레의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작품이다.
김용걸댄스시어터의 『더 타입 비(The Type B)』는 ‘본연의 나’ 즉 자신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작품을 의도한다. 여러 개의 알파벳 상자들로 NEED, SILENT, HIDE, WHY?, MUST BE, GOD, MIND, LOVE, LIE, SEXY, FLY 등과 같은 단어를 만들어가는 전개를 통해 일련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초반에 흥미로웠던 전개는 그러나, 지나치게 오래 지속됨으로써 차츰 집중력을 잃어갔다. 김용걸 특유의 다채롭게 엮어지는 군무의 동작과 대열에 대한 갈증을 남긴 채 작품은 마무리되었다.
『7번째 포지션(The Seventh Position)』은 정형일발레크리에이트브의 대표 레퍼토리로서 그동안 여러 차례 리바이벌되어왔는데 이번 「대한민국발레축제」를 통해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안무 및 연출에 있어 정교함과 세밀함을 보강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의 실행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되었다.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작들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소용돌이 치는 듯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잔잔해 보이는 수면 아래서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떠올리게 한다. 독립적인 젊은 발레단으로서 운영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클라우드나인은 창단된 지 1년 남짓한 신생 단체로, 무용가들 또한 젊은 측에 속한다. 김성민 안무의 『콤비네이션 2(Combination 2)』에서는 강하게 내리치는 피아노 비트에 맞춰 열정적이고 자유롭고 세련된 춤사위가 펼쳐졌다. 발레의 정형화된 동작성에서 벗어난 움직임도 빈번하게 눈에 띤다. 무거운 주제 표현이나 복잡한 스토리 전개를 배제한 채 추상적인 선형의 춤 이미지를 펼침으로써 일반 관객들도 큰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젊은 스타일의 작품으로 다양성 부분에서 한 역할을 하였다. 젊은 관객층의 호응도가 높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윤전일댄스이모션의 『사랑에 미치다』는 불치병에 걸린 여자와 이를 모른 채 사랑에 열중하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세 가지 듀엣으로 그려간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신승원과 김현웅의 듀엣은 국내 최정상급 무용수들의 기량과 표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윤전일 특유의 감성이 농후하게 공간을 지배하였으나 주제 표현이나 동작 구성에서 신선도 높은 창의성은 좀 더 요구되는 바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4억 5천정도 되던 예산이 작년(7회)에 3억 6천으로 대폭 삭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퀄리티를 유지했다는 점 자체가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국내 발레계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적인 창작발레 레퍼토리 확보에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춘향』의 업그레이드버전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놓았으며 김용걸, 김세연, 정형일, 윤전일, 김성민 등이 차근차근 창작력을 상승시켜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견과 신진 창작자들이 골고루 활약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거나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발레계, 더 나아가서 문화예술계를 대표할만한 축제로서 위상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예산을 회복하여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까지 확고히 다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