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관무기

 

고독에 대한 균정미의 심상적 표현
- 마승연




김호연(케이 코뮌 연구위원)

*현대무용단-탐 마승연 안무『지금, 말하다』(6월2일, 이화여대 삼성홀)
현대사회는 쉼 없는 관계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면대면이건 디지털에 의한 온라인 접촉이건 여러 그물망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관계는 순수함을 잃은 지 오래다. 그저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목적에 의한 관계성에 맞추어 본질보다는 진실에 근접한 핍진성만 표면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게다가 자존을 위한 극단적 방편으로의 관계는 집단 따돌림으로 외톨이를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 은둔자가 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지나친 소통 속에서 관계를 거부하거나 피하며 군중 속 고독 혹은 절대고독이 현대인을 상징하는 기호로 자리한다.
현대무용단-탐의 38회 정기공연 『지금, 말하다』(안무 마승연, 6월2일 이화여대 삼성홀)는 이러한 현대인의 실존을 주제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현대무용단-탐은 이화여대 현대무용 전공 동문이 중심이 된 무용단으로 1981년 창단 공연을 한 이래 한국 현대무용의 여러 쟁점이 되는 작품을 양산하였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적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단체이다. 이번 무대도 그러한 사회적 기호에 바탕을 둔 현대적 담론을 주제로 관객과 소통하려 한다.
무대는 피아노와 생활 소음이 공존하며 시작된다. 피아노의 서정적 감각을 미세하게 방해하는 잡음이 들리며 현대 사회의 상징적 구조를 먼저 제시하고 있다. 이어 무용수들이 등장하며 유동적인 연속성을 보이면서도 깊이 있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움직임의 비결정성을 드러낸다. 이는 현대인의 무기력한 삶에 대한 전조로 상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의자와 사다리의 두 오브제를 통해 현대적 담론이 형성된다. 의자는 개인에게는 편안한 대상이지만 공간 소유에 대한 의미도 부여된다. 무용에서는 하나의 오브제로 창조적이면서도 지각의 현상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자 위 2인무를 통한 동작의 연속성은 편안함과 최소한의 실존을 유지하려는 동작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관계의 충돌을 통한 따돌림은 형상적 이미지로 드러난다. 무의미한 관계의 충돌 속에서 시간적 리듬의 변화는 심리적 운동으로 변화하고 이것은 또 다른 오브제인 사다리로 전이된다. 여기서 사다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다리는 상승의 구조이면서 현실을 피하고 싶은 무형의 공간이다. 이는 고독할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고정되지 않고, 자리를 바꾸며 힘듦과 변화된 인간 존재의 현재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오브제를 통한 움직임이 삶과 연계된 미니멀의 장치였다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의 반복음과 마이크의 등장을 통해 무용수의 움직임도 동적이면서 격정으로 감정표현이 이어진다. 무용에서 기계적인 반복음의 연속에 따른 움직임은 엑스타시로 올라갈 때까지 광기를 분출하여 해소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조직적이면서도 균정한 감정 표현을 통해 주제의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마이크라는 확장의 장치를 통해 목소리를 내보지만 그것은 공허함으로 다가오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첫 시작의 이중적 구조처럼 두개의 음악이 중첩되면서 다시 해소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것은 해소가 아닌 일상적 모습으로 패러다임을 이룬다. 이는 인간 내면을 기계음으로 표현하고 감정의 영역을 현실성으로 개성적 몸짓을 통해 구현되고, 또 다른 일상으로 회귀되는 모습이다. 시계처럼 반복규칙에 의해 움직여지고, 규칙적 움직임에서도 존재에 대한 의식이 절대 필요하고, 절대고독에서도 생존 법칙을 스스로 깨달아야 함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현대적 실존의 문제를 접근하다 보니 주제는 무겁지만 현대무용단 탐이 항상 보여주었듯이 기능적이면서도 구성미에 치중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형이상학적 상징 주제이다 보니 이념적 묘사보다는 심리적 표현에 집중하는 자율적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은 창작방법에서 주제 접근이 지금 이 순간 무대 공간성에 집중한 결과로 다가온다.
탐무용단의 공연을 지켜보면 탐무용단만이 가지는 아이덴티티가 언제나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실적 언어가 표현주의적 무채색으로 드러나 균정미가 돋보이며 미니멀한 오브제 그리고 공간 구성의 상징성을 통해 빈틈없는 무대공연 형식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핵심적 이미지가 부족하다보니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주제적인 면에서도 존재에 대한 주관적 심상과 함께 동시대의 사회적 리얼리티의 강렬한 모티브도 대중에게 묘파되었다면 더욱 작품의 의미가 배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