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인쇄
2018년 7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7월호 통권 509호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의학살롱

 

산부인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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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金元仲)(시너지정형외과 원장)

우리 귀에 생소하지 않은 “제왕절개(帝王切開)”라는 단어는 의대생들도 로마의 영웅이었던 줄리어스 시저의 탄생 고사(古事)에서 나온 말이라고 배운다. 줄리어스 시저의 어머니가 출산 중에 죽었는데, 화장장에서 배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시신의 배를 갈라 살아 있는 시저를 꺼냈다는 끔직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로 그 이후 산모의 복부를 절개하여 태아를 꺼내는 것을 씨재리언(Caesarian sec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
출산은 새로운 생명이 세상으로 나오는 경이로운 과정으로 자궁수축, 양막파열, 태아 배출, 태반 분리 및 배출 등의 복잡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조화된 일련의 단계를 거치며, 이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태아나 산모, 또는 둘 다가 치명적인 중상을 입게 된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출산은 젊은 여성의 으뜸가는 사망원인이었으며, 빈부귀천을 떠나서 출산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의학의 발전으로 그런 불행한 사망은 정말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급기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출산이 엄청나게 위험한 과정이며 출산(애를 낳고)과 분만(애를 받는)에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상사가 붙어 다닌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하게 된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병원의 수가 줄어서 수십 개의 지방 도시에서는 출산을 위해서 산모들이 다른 도시를 전전해야 한다고 걱정과 불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오래 전부터 예측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근시안적인 정책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로 어떤 쓰나미가 생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은 불과 10여 년 전이었으면 모두 사산(死産)하거나 낳자마자 죽었을 미숙아들을 살리게 되었다. 또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져 거의 모든 산모가 예전 같으면 합병증의 확률이 매우 높은 노산(老産)이라고 걱정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태아, 산모 등 환자들이 이렇게 고위험군으로 변했지만, 이런 상황은 의료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출산과 분만과정에는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불가피 하다. 이러한 사고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큰 불행이지만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도 엄청난 트라우마가 된다. 따라서 과실이 없는 산부인과 사고에 대해서도 담당의사에게 배상 책임을 전가한 현재의 정책은 그러지 않아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을 의료진에게 경제적인 고통에 더하여 일련의 법적 쟁송의 고통까지 몇 겹의 고통을 안겨주어 다시는 분만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까지 보상을 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긴다면 의대생이나 전공의가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것이 지금 의과대학생들이나 전공의들에게 산부인과의 인기가 없어 제일 성적이 나쁜 사람들만 득실거리며 지방에 출산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이유이다. 산부인과 병원이 있는 곳이라고 해도 산모들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의대생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여 오늘날 우리나라 산부인과는 경쟁력 없는 지망생들이 모이는 곳이라 하니 기가 막힐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