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인쇄
2018년 8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8월호 통권 510호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역사살롱

 

다다익선(多多益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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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문(朴赫文)(소설가)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현대인이 대부분 좋아할 말이다. 많은 돈과 땅, 많은 인맥 등. 하지만 이 한자성어는 한신을 죽음으로 내 몬 말이다. 한신은 장량과 더불어 유방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운 일등 개국공신이다.
한신과 얽힌 이야기는 많다. 토사구팽(兎死拘烹)이라는 말과 함께 젊은 시절 백정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고사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고사가 다다익선일 것이다.
진시황이 700년 간 분열되었던 중국을 통일하였지만 그가 죽자 진나라는 큰 혼란에 빠진다. 환관 조고와 이사가 몽염 장군을 죽인 후 바보인 진시황의 막내아들 호해를 황제로 삼아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기 때문이다.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호다. 진시황은 이 말을 듣고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오랑캐라며 만리장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정작 진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그의 아들 호라는 의미)라는 말이 이즈음에 나왔다.
한신은 몰락한 한(韓)나라 귀족 출신이다. 너무 가난하여 어느 할머니의 도움으로 아사(餓死)를 면하였지만 굶어 죽어가면서도 큰 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런 한신을 비웃으며 동네 부랑자가 그 칼로 내 머리를 자르든지 아니면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는 말에 두 말하지 않고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고사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젊어서 때를 얻지 못해 방황하던 그는 항우의 군대에 들어갔지만 겨우 하사관 대우만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탈영을 한다. 그러다가 유방의 참모이자 전술가인 장량의 추천으로 하루아침에 촉나라 대원수가 된다. 이때부터 한신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항우에게 열세이던 전력을 우세하게 바꾼다. 제나라를 공략하고 연나라를 공략하여 항우를 옥죄기 시작한다. (한신이 연나라를 공략하자 고조선으로 도망간 사람 중 하나가 위만이다. 위만은 조선으로 도망간 후 마한조선의 한씨 단군을 몰아내고 위만조선을 세운다. 당시 연나라 수도는 오늘날 북경으로, 당시 연경이라 했는데 조선시대 때도 연경이라 불렀다.) 한신이 승승장구하자 다 죽어 가던 유방은 힘을 내어서 마침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한다. 이 마지막 전투에서 유래된 한자숙어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유방은 천하를 얻었음에도 불안했다.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한신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신을 불러 술을 마시면서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나는 얼마 정도의 군사를 거느릴 만한 사람인가?” “황제께서는 십만 정도의 군사를 거느릴 능력이 있습니다.” “그대는 어떠한가?” “다다익선(많을수록 좋습니다.)!”
한신의 마음을 안 유방은 결국 그를 죽인다. 그때 한신이 죽으면서 한 말이 토사구팽이다.
한신은 군사를 거느릴 재주가 출중했지만 그런 한신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유방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의 유방은 변했다. 그의 옹졸함으로 한신은 죽고 만다. 소하와 장량을 제외한 모든 공신들을 유방이 죽인 것을 생각한다면 유방의 그릇됨이 원래 옹졸했는지도 모른다.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하지만 그 많음이, 혹은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