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인쇄
2018년 8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8월호 통권 510호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자전거살롱

 

뚜르 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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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우(全相宇)(여행작가)

유럽 어느 나라 이야기다. 한 사내가 아파트서 뛰어 내리겠다고 나서자 경찰이 설득에 들어갔다. 가족, 친구, 애완견, 직장동료를 다 들먹여도 시큰둥하다.
“그럼 스포츠를 보는 낙을 생각해보세요. 월드컵 축구도 있고 올림픽도 있고, 뚜르 드 프랑스는 지금하고 있잖아요?” 그러자 그 뛰어내리겠다는 이가 반응을 보인다. “뚜르 드 프랑스가 뭐요?” 기가 막힌 경찰관의 대꾸다. “그냥 뛰어내리세요!”
장마철이다. 어제부터 시작한 비가 내일까지도 이어진단다. 이런 날씨엔 몸과 마음도 쉬 처진다. 자전거라도 타면 좋을 텐데 잔거질 하다가 비를 만나는 건 몰라도, 오는 비를 보면서 길을 나서는 일은 꾼들도 못할 짓이다. 이럴 때 잔거꾼들은 동한기에서와 같이 그 동안 챙겨두었던 자전거 관련 다큐나 책을 챙겨본다. 꼭 제 몸으로 잔거질을 해야 맛이 아니다. 이런 간접 경험으로 마음을 담금질해 다시 길에 오를 때 스프링이 움츠렸다 튀어 오르듯 잔거를 타고 튀어나가는 거다.
‘뚜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뚜프)가 우리의 장마철에 열리는 건 우리 꾼들에겐 천만다행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의 장마철인 지난 7월7일에 뚜껑을 열고는 29일까지 산넘고 바다건너 장장 3,351 킬로를 달린다. 날마다 그날의 구간을 누가 우승했는지, 새로운 스타가 나왔는지 아니면 지난 해 우승자가 계속 앞서가는지, 첫날 부터의 기록에서는 누가 앞서는지, 옐로 저지(기록이 가장 앞서는 선수가 입는 노랑 상의)를 누가 입는지, 옐로 저지 입은 선수가 타는 자전거가 어떤건지 챙겨 보다 보면 시간 가는지 모른다. 자전거 도로경주는 가장 개인적인 팀경기이다. 자기 자전거를 남이 대신 타줄 수는 없지만 자기 팀의 에이스를 보호하고 기록을 당겨주기 위해 선수들이 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걸 눈여겨 보는 것도 재미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이들이 타고 나온 자전거를 비교해보고 장비 지원팀의 움직임을 감탄하다 보면 여기 등장하는 자전거들이 과연 첨단장비구나 하는 것을 침흘리며 보게된다. 이것 저것 제쳐두고 아무 것도 모르더라도 그냥 그 많은 선수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빠른 속도로 튀어 나아가는 것만 보아도 눈이 시원하고 나도 한번 질주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지러워 진다.
‘뚜프’는 프랑스뿐 아니라 온 유럽에서 선수는 물론 남녀노소 주민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스포츠 축제이다. 알프스 고개를 넘는 험한 오르막 구간을 달리는 선수들을 쫓아가며 고함을 지르는 팬들의 복장이나 표정을 살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자전거도로 경기의 인기가 유럽보다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이나 스포츠 뉴스를 통해 ‘뚜프’ 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인터넷이나 위성방송 덕분에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손쉽게 챙겨볼 수 있으니 7월이 오면, 꾼들에게는 장마철에 더 바랄게 없는 즐거움이다.
자전거에 관심이 없어도 ‘뚜프’ 일정 정도는 알아두자.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자리에선 좋은 화제거리임은 틀림없다. 첫 머리에 쓴 ‘뚜프’ 우스갯 소리처럼 월드컵은 몰라도 ‘뚜프’를 모르면 죽어도 싼 꼴이 되는게 유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