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인쇄
2018년 8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8월호 통권 510호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음식살롱

 

동해안 거진항의 일품 ‘강진호 세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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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金鍾弼)(음식칼럼니스트·중앙고 교장)

피서철인 여름에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데 중에 한 곳이 동해안일 터이다. KTX 개통과 양양고속도로 신설로 강릉, 주문진, 속초를 비롯한 그 인근은 접근성이 더욱 좋아져서 사람들이 몰리는 피서지다. 그런데 동해안에서 조금 더 차품(?)을 팔아서 고성군 쪽으로 올라가면 아래 지역보다는 한산하고 여유 있는 여름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거진, 가진, 대진항의 회센타보다 난전이나 자그마한 횟집에 가면 놀라운 먹거리 득템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중에 한 곳인 거진항의 ‘강성호 세꼬시와 물회’를 소개한다.
다 알다시피 세꼬시는 생선의 머리, 내장, 지느러미를 떼고 뼈째로 썬 회를 말한다. 세꼬시를 우리말로 아는 사람도 많지만, 원래 부산 지역의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던 말로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경우여서 표준 국어 대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일본어의 세고시(せごし)는 붕어, 은어 등과 같은 작은 물고기를 머리, 내장, 지느러미 등을 제거하고 뼈째 3~5mm 정도의 두께로 자르는 것으로 물고기를 칼질하는 방법서 유래한 말이다. 정확한 일본어 발음은 ‘세고시’로 우리말의 ‘고’보다 약해 지역에 따라서 ‘오’에 가까운 발음을 한다. ‘세오시’, ‘세고시’ 정도의 말을 부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의 격음화 습관으로 ‘세꼬시’라고 발음하게 된 듯하다. 여수지역에서는 재밌게도 뼈꼬시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뼈째로 먹기에 치어가 남획된다고 해서 한때 금지를 당하기도 했던 세꼬시는 회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의 기준이 될 정도로 아주 선호하는 횟거리가 되었다. 도다리 세꼬시가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계절에 따라 병어, 전어도 일품이다. 하지만 동해로 가면 뭐니뭐니 해도 가자미 세꼬시가 입맛을 당기는 최고의 회일 것이다. 그 중에도 배 부분이 노란 참가자미 세꼬시의 감칠맛은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리라. 참가자미는 동해안 바다 속 30~50m 수심의 모래바닥에 서식하며 백합조개 살을 미끼로 낚는 것으로 아직 양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종이다.
거진항의 ‘강성호 세꼬시’는 선장님이 직접 참가자미를 잡고, 안주인이 세꼬시를 만들어 준다. 테이블도 서너 팀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자그마한 항구의 횟집이라 그저 아는 이들만 드나든다. 하지만 동해안에 생선을 잡는 어부들도 오징어, 문어, 곰치, 도치, 명태 등 주 전공이 있듯이, 이 강성호의 선장은 참가자미를 낚는 게 전공이고, 가게에서는 참가자미 세꼬시와 이걸로 만든 물회와 회덮밥, 그리고 매운탕만 판다. 더 말해 무엇하랴? 회에 일가견이 있는 이라면, 이 한 마디에 뭔 말인지 알고 동해를 가면 반드시 이 집을 찾아갈 것이다. 사족으로 한 마디 덧붙이면 휴무일은 정해져 있지 않은데, 참가자미를 못 잡거나 다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한다. 허니 전화는 해보고 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주인장의 프로 정신이 배어 있는 일언이 아닐 수 없다. 시가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세꼬시 1Kg에 5만원 정도를 받는데, 안주인의 손이 푸짐해서 넉넉하게 차려주므로 4명이 세꼬시 2Kg에 물회 2인분 정도면 아주 흐뭇한 포만을 누릴 수 있다. ☎ 033-682-0520, 010-5368-7654(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