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인쇄
2018년 8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8월호 통권 510호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시사살롱

 

노회찬도 질타한 ‘최저임금 1만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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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일(洪承一)(언론인)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소에 물을 먹여 쇠고기 중량을 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 현안에 대해 송곳 같은 해학과 풍자로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그가 생전에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쏟아낸 촌철살인 비판이다.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끼워 넣는 식으로 임금산입 범위를 넓혀서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을 맞춘들 저임 근로자들의 성이 차겠느냐는 성토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많은 전문가는 “차근차근 돌다리 두드려가며 해도 시원찮은 일을 선의와 의욕만 앞세운 아마추어 정권이 돌격대처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이 화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권 초반 80% 웃도는 지지율의 기세를 몰아 2018~20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는 것쯤 무어 대수냐고 쉽게 여겼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년도 안돼 완전한 오판임이 드러났다. 최저임금을 불과 3년 동안 무려 절반 이상(55%) 올리겠다는 무리한 발상은 16.4%를 인상한 첫해부터 나라 경제에 심각한 갈등과 홍역을 안겼다. 1만원 공약에 기대를 한껏 키운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최저임금 앙등의 직격탄을 맞은 600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그들대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진보정권의 기대와는 반대로 저임 일자리는 가뭄처럼 말라만 갔다. 알바를 많이 고용하는 동네 편의점 주인들은 사생결단 최저임금 인상 거부 투쟁에 나섰고,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온전한 1만원 관철’ 시위에 나섰다.
삶이 고단하긴 마찬가지인 영세 중소기업, 점포주와 저임 근로자 간에 아귀다툼 같은 을(乙)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乙을 위한 정부’ ‘노동자 정부’를 내세운 징보정권이 노사 모두에게, 나아가 이른바 ‘저층 민중’으로부터 원성을 듣는 지경에 이르자 위정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합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선 셈”이라고 걱정하고, 노동단체들은 “임금 산입범위를 편법 확대한 것이라 7000원대에 불과하다”고 볼멘소리다. 별 생각 없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툭 던졌다가 이리저리 성난 여론에 치이고 절충하다 보니 노회찬의 지적대로 죽도 밥도 안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과도한 상가임대료, 불합리한 상가임대차 계약, 신용카드 수수료,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와의 불공정 계약, 실타래처럼 얽힌 임금구조 등 자영업을 둘러싼 생태계를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덜컥 올리겠다고 나선 탓이다. 이로 인해 생긴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국력 낭비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급기야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는 자기 노동으로 영업하는 자기 고용노동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자영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다. 이런 내용의 원고를 대통령에게 만들어줬을 청와대 참모들은 이런 것도 모르고 반 년 넘게 온나라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단 말인가. 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이 기대에 못미치자 “2020년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돼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보다 “정책을 준비 없이 졸속 추진해 국민 여러분을 힘들게 한 데 대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