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7일 인쇄
2018년 8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8월호 통권 510호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미술살롱

 

2018년은 민화(民畵) 복권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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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숙(鄭在淑)(미술기자)

수집(蒐集)은 창작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전시가 8월 미술계에 화제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판타지아 조선-김세종 민화 컬렉션」(26일까지)이다.
미술품 수집을 화두로 쥐고 40여 년을 씨름해온 김세종(62) 평창아트 대표는 민화(民畵)의 복권과 제자리 찾기에 여생을 걸었다. 전문가들로부터 시류에 뒤떨어진 허접한 것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업신여김 당하면서도 묵묵히 모으고 연구하기를 17년,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안목과 컬렉션이 생겼다.
그래서 책 「컬렉션의 맛」(아트북스)을 내고 전시회를 열며 감히 주장한다.
“민화는 순수회화가 될 수 있을까? 민화가 진정 세계가 인정하는 회화가 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 수집과정에서 결론은 민화는 순수회화이며, 불가사의할 정도로 뛰어난 회화라는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민화를 펼쳐놓고 집중해 들여다보며 지낸 긴 세월 뒤에 그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름 없는 화원과 그림쟁이들이 무궁무진하게 창작의 불꽃을 피워 올린 그 열정을 제대로 알아봐줄 때가 되었다고. 김 대표는 “K팝 뒤에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한국 예술장르는 K아트, 즉 민화”라고 자신한다.
민화는 그동안 실용을 목적으로 그린 장식화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500쪽이 넘는 본격 연구서 「민화」(다빈치)를 펴낸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표현 양식으로 그려 낸 민화가 우리나라 2천 년 회화사의 마지막 금자탑임을 알고 흔희작약했다”라고 썼을 정도다. 일찌감치 민화의 가치를 알아본 운보 김기창이나 김종학, 이우환 같은 작가는 컬렉터로서 민화를 아끼고 사랑했다.
민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공(時空) 초월의 우주가 펼쳐진다. 그 추상미와 해학이 우선 가슴을 친다. 서구 추상미술보다 수십 년 앞선 추상의 미감이 도저하다. 한 예로 같은 대나무가 단 한 그루도 없다. 구상과 추상의 구분조차 불가능하다.
산이 날아다니고 글자는 춤춘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욕망이 극대화되어 자유분방하게 숨 쉰다. 행복을 좇는 마음을 선과 색채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바로 ‘민(民)’ 자에 그 모든 생각이 집중돼 있다. 저자거리든, 사랑방이든 자리 깔고 앉으면 거기가 작업실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흔쾌한 뜻으로 붓을 휘두른 익명의 화가들, 무명 환쟁이들의 넋이 전시장을 떠돈다.
‘판타지아’는 마르크 샤갈이나 살바도르 달리를 뛰어넘는 환상의 초현실을 노래하는 민화의 세계를 응축한 제목이다.
김세종 대표는 앞으로 국립민화박물관을 세우고 민화의 대표작을 발굴해 세계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 무더운 8월에 몸은 서늘해지고 마음은 즐거워지는 민화 전시장에서 피서를 하심은 어떨지.
마침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도 「민화, 현대를 만나다」전을 열고 있으니 가히 2018년은 민화의 해가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