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9월 21일 토요일|
 

이달의 좌담

  서울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 프로그램의 의미와 문제점
   


 


김길용 (金佶勇 / 와이즈발레단 단장)
김성한 (金性漢 /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밝넝쿨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시어터 예술감독)
심정민 (沈廷玟 / 춤평론)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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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 프로그램에 선정된 세 개의 무용단
심정민 _ 올해 서울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상주예술단체지원 프로그램에 무용계에서는 세 단체가 선정됐습니다. ‘와이즈발레단’,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시어터’ 이렇게 세 단체인데, 세 단체를 이끄는 분들을 모시고 상주단체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과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세 분께서는 독립무용단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허리세대 무용가라는 공통점도 있는 만큼, 독립단체 운영과 허리세대로서의 어려움 점이라든가 필요한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더 나아가 세 단체가 우연치 않게 발레협동조합과 현대무용협동조합에 멤버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하시고, 허심탄회하게 말씀 나누겠습니다.
김길용 _ 와이즈발레단 단장 김길용입니다. 와이즈발레단은 2005년에 설립되어 13년 됐습니다. 상주단체는 2012년에 영등포아트홀에서 처음 하게 되었고, 2013년부터는 계속 마포아트센터에 있었어요. 2017년 한 해만 상주단체가 아니었고, 계속 상주단체로 있었습니다. 우리 와이즈발레단은 작은 공연까지 합해서 1년에 100회 정도 공연을 합니다.
김성한 _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 예술감독 김성한입니다. 우리는 2014년도부터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를 시작했고, 올해로 5년차 됐습니다. 처음 상주단체 할 때 보다는 지금 많이 안정됐고, 지금은 상주단체 취지에 맞게 단체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무용단이 조직 역량을 갖추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쪽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밝넝쿨 _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시어터’ 예술감독 밝넝쿨이라고 합니다. 우리 무용단은 2005년에 창단했어요.
김성한 _ 세 단체가 같은 해에 창단했네요.
밝넝쿨 _ 사실 저는 계속 위태위태하게 작업을 해오고 있었어요. 30대 후반이 되고 40대가 넘어가면서 더 위태위태해지고, 중간에 무용의 경계와 사선에서 앞으로 무용을 더 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하기도 했죠. 그러다 올해는 13년간 무용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운이 좋게 상주단체에 선정되었어요. 상주단체의 의미가 저에게는 우리 단체가 안정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한 명의 아티스트에게 예술을 할 수 있게 제2의 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상주단체를 오래 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저희는 신생 상주단체라 아직 무언가 버라이어티하고 명확한 일은 아직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상주단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고, 많이 준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상주단체 사업의 중요성과 고려해야 할 사항
심정민 _ 상주단체 사업은 허리세대의 독립무용단에게 무척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심사위원이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납득이 갈 만한 선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후자의 경우 당연히 성과가 좋지 못했을 것이고 잘못된 선정으로 인해 다음 해에 축소된 지원규모가 역량있는 무용단체의 피해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경우는 국립현대무용단이 19개 정도 있고, 각각의 단체가 다양한 예술성을 펼치고 있습니다. 단일한 큰 규모의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된 관계로 국내에서 프랑스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창작 분야는 다양한 예술성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따라서 대안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상주단체 지원사업이라든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다년간 지원사업이 허리세대에게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뽑아야 한다는 겁니다. 연간 사업에다가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함으로 종합적인 능력을 판단해야 합니다. 우선 10년 이상의 중장기적이고 내실 있는 단체운영 능력은 필수적일 테고, 예술적 수준 역시 높기도 해야 되지만 탄탄한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갖가지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경험을 갖추고 있어 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성 높은 신작, 대중적인 레퍼토리, 단원 역량 강화,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등과 같이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뭐 하나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은 아닙니다.
상주단체의 경우 단체에 따라 7~8천에서 1억 이상도 받는 것으로 압니다. 젊은 무용가들이 단순히 액수만 보고 덥석 지원했다가 심사위원을 잘 만나(?)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계에 부닥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먹튀’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도리어 무용계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놓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연간 펼쳐야 하는 프로그램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액수를 나눠서 집행해보면 건당으로는 그리 큰 액수도 아닙니다.
상주단체 사업은 다년간 지원사업처럼 중장기적인 맵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효과가 있는 사업입니다. 원래 2년이었는데 제가 3년이나 5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만 위에서 내려온 정책방향으로 도리어 1년으로 축소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각 지원사업에 특성을 잘 파악하여 1년이 효과적인지 다년간이 효과적인지를 판단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다년간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매년 평가를 통해 활동이 미비하거나 적합하지 않다면 지원을 중단하면 될 테고요.
또한 상주단체는 연간 사업임에도 하반기에 몇 달 사이에 몰아서 허겁지겁 프로그램을 완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공고도 늦게 나고 심의도 지원받는 해 이른 봄쯤에 하고 그러다보니 지원금을 받는 시기가 5월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몇 달 준비해서는 하반기에 몰아서 할 수 밖에 없지요. 연간 사업은 연중에 걸쳐 할 수 있도록 선정 발표 시기를 1~2월 정도로 앞당겨 줘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지원 공모와 선정을 앞당겨서 한다고 하는 만큼 서울문화재단도 상주단체 같은 연간 사업부터 지원 공모와 선정을 앞당기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드리고 싶은 말은 무용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지원사업들이 많거든요, 제발 각 지원사업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가장 적절한 실력을 갖춘 무용가나 무용단체를 뽑을 수 있는 심사위원을 구성해달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 공정성, 현장성을 갖춘 심사위원을 섭외해야겠지요.
김길용 _ 이게 1년짜리 사업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5~6개월짜리 사업이에요. 지원 공고가 나가서 지원 신청을 받고, 상주단체 대상 단체를 뽑는 시점이 보통 4월 말이나 5월이거든요. 그러면 남은 12월까지 사업을 끝내야 되는데, 문제는 극장들의 대관은 이미 연초나 그 전년도 연말이 다 끝난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후에 대관을 하는 건 힘든 일이죠.
사실 공연은 2년 후를 보고 하기도 하는데, 계획서를 먼저 쓰기는 하지만 대개 행사성으로 당장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차근차근 준비하지 못하는 거죠. 왜 이렇게 만들어서 하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아마 예술 작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을 충분히 갖고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작품은 분명이 작품의 질에 있어서 차이가 클 거예요.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막 예술가로 입문한 팀에게 상주단체를 맡기기는 무척 불안해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단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 한 포인트 딱 끌어주면 탄력을 받아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중견 단체들이 받으면 참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팀이 상주단체가 돼서 1년 만에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최소 2년, 아니 2년도 좀 짧고, 3년, 5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단체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되죠.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좀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밝넝쿨 _ 우리의 경우는 상주단체를 처음 하는데도 1년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잖아요. 물론 상주단체 자체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한 번에 할 수 없지만, 기존에 해오던 작업들 말고, 좀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단계별로 해야 하는데, 솔직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다음에도 운이 좋아서 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과 1년 안에 쌈박하게 하는 건 쌓이는 게 다르니까요.
김길용 _ 1년 안에는 쌈박하게 할 수도 없어요.(웃음) 1년 안에 뭘 어떻게 하겠어요?
밝넝쿨 _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고민을 하게 되는 거예요. 어디를 보고 달려가야 하는가,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당장 내년에 다시 선정되기 위해서 결과가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저는 후자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처음에 계획을 세울 때 무척 어려운 점이었어요.
심정민 _ 김성한 예술감독께서는 강동아트센터에서 상주단체를 오래 유지하고 계시잖아요? 상도 받으셨고요. 현대춤에서도 상주단체 운영을 중장기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있어서 고무적입니다.
김성한 _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무용단을 창단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7년 정도는 지원을 못 받고 운영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해야 하나?’ 할 때 상주단체에 선정됐어요. 그래서 제가 후배들한테 정말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요. ‘버티라고, 정말 최선을 다 하면 언젠가는 너를 알아줄 것이라고.’ 아마 여기 세 무용가들은 그 단계까지 갔기 때문에 지금 상주단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타협보다는 한 길을 쭉 걸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 심사를 몇 년 했습니다. 사실 따져 보면 상주단체 지원보다 다년간 지원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지원금을 8천5백만 원 정도 받고 몇 년 동안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해마다 두 작품만 하면 되거든요. 레퍼토리를 하든 어떤 작품도 상관없어요. 물론 그 안에 인건비도 들어가고 연습실을 쓸 수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년간 지원이 상주단체보다 나은 거죠. 그런데 우리가 이 자리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서울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위원회도 다 정책을 세워서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문화부에서 올해는 상주단체를 1년으로 하라고 하면 거기 따를 수밖에 없어요. 내년에 ‘다년간 지원’이 부활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다년간 지원’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일반 단체는 개념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상주단체를 할 수가 없어요. 제가 그 개념을 알아 가는데 3년 정도 걸렸어요. 그래서 지금 밝넝쿨 선생이 처음 하신다니 많은 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에는 그 시스템을 따라가는 데 허겁지겁 하다가, 이제 5년 차가 되니 상주단체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개념이 좀 섰어요. 그리고 5년 차가 되면서 작품 하나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좀 더 상주단체의 의미에 맞게 단체의 성장을 이루고, 지원을 받지 못해도 살 수 있는 그런 단체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심사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끼지 않나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앉아있구나’ 이걸 거의 본능적으로 느끼는데 그러면 여지없이 선정에서 거의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몇 년 전에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심사 중에 조금 언성을 높인 적이 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같아서 차라리 후련했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선정되었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여기 선생님들도 다 심사를 하시지만, 개인적인 감정이나 견해로 심사를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거쳐야 하고 심사 기준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요즘은 이런 부분에서 신중하게 심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이 심사위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어떤 근거도 없는 편견과 선입견 같은 시선에서 굉장히 상처를 받아요.
심정민 _ 심사위원이 개인적으로 누구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심사를 맡았으면 적합한 실력자를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고사해야 하고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처신하면 신뢰를 잃게 되지요. 더 큰 문제는 무용계에 해가 된다는 겁니다. 항상 적합한 사람이 선정된다면 지원기관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테고요. 그리고 각 지원사업에 대한 분석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오늘 좌담을 잡은 이유는 세 상주단체가 주요 창작공연을 모두 본 상태에서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하는 뜻이 있습니다. 6월 초에 스타트를 끊은 강동아트센터의 세컨드네이처는 『40712』입니다. 단체 특유의 시각적인 장치가 인상적이었고 이젠 장치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느 선 이상으로 올라서지 않았나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쓰면 어떤 효과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해 통달했다고나 할까요.
성수아트홀의 오!마이라이프는 6월 말에 『댄스를 부탁해 5』를 선보였습니다. 그 시리즈를 거의 다 본 것 같은데 가장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무용수 역량이 부족하거나 장면장면이 끊기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는 무용수들이 전문적으로 성장한 데다가 작품이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려가더군요. 예술적인 수준을 버리지 않고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접점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마포아트센터의 와이즈발레단은 ‘플레이(play)’라는 기획을 통해 김용걸, 김성한, 주재만의 안무로 신작들을 냈습니다. 국내외 정상급 안무가들의 3인3색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봅니다. 공연의 다양성과 수준뿐 아니라 꽉 들어찬 관객들로 인해 하나의 작은 춤 축제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세 분이 올해 상주단체의 활동을 내실있게 끌어올려서 다음해 도전하는 분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와이즈발레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상주단체를 쭉 하다가 작년에 선정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되자마자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컴플렉션즈의 예술감독 주재만까지 초청하는 기획력을 발휘했단 말이예요. 작년의 지원 단절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 그 어느 때 이상의 성과를 이루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마포아트센터가 흔들림없이 기다려줬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상 극장과 상주단체의 관계는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 역량과 의지를 확인한 후 관계를 맺으면 어떤 위기상황도 함께 극복해간다는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마포아트센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길용 _ 마포는 기다려준 것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1년 동안 연습실, 사무실, 보관창고를 지원해줬어요. 또 작년에 우리가 『지젤』 전막을 올릴 때, 극장에서 따로 4천만 원을 지원해줄 정도로 우리를 확실히 서포트해줬어요. 이번에도 그렇고, 정말 감사해요.
저는 상주 예술단체가 어차피 극장과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삐걱거릴 때도 무척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 도우면서 윈윈 할 수 있게 예술단체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많은 예술단체가 예술적 고집은 가지고 있지만, 그 고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장과 서로 협력해야 하는 거죠. 극장에서도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등 원하는 게 있는데, 예술단체가 우리 작품을 해야 하니까 그런 프로그램을 못 한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극장이 원하는 시스템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면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와이즈발레단’은 마포와 그런 면에서 잘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 일정과 안 맞으면 못하지만, 마포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한 하고 있어요. 또 마포 내에서 교육 사업을 많이 하는데, 우리가 발레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도 하고 좋은 선생님들도 소개하고 있어요. 이런 것이 무척 중요해요.
밝넝쿨 선생 같은 경우는 올해 처음 들어가셨으니 극장과 같이 하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 같아요. 물론 극장마다 분위기가 다르니까 거기에 맞게 해야겠죠.
밝넝쿨 _ 상주단체를 하다 보면 극장과의 관계 문제도 있잖아요. 그건 저도 좀 어렵더라고요. 마포에서 1년 동안 지원을 못 받을 때 그렇게 도와주셨잖아요. 마포에 대한 팬심이 생긴 거예요.(웃음) 저런 대단한 극장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사실 그건 일차원적인 거고, 내면을 들여다보면 극장이 그렇게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체가 극장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가 느껴지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극장이 되게 호방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극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가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한 거죠.
심정민 _ 강동아트센터가 단기간 내에 무용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이창기 극장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마포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기셔서 마포아트센터는 좋겠지만 강동아트센터는 어떻게 되는지 무용계의 걱정이 많았지요. 현재 노재천 극장장 체제의 강동아트센터도 유지를 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주단체들이 매우 세던데요. 변화의 과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상주단체를 하고 있거나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성한 _ 사실 제가 5년 전에 상주단체 서류를 낼 때, 다른 분이 된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에 우리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서울문화재단에 작품을 매번 지원해도 선정이 잘 안 되었었고 더 이상 방배동 연습실을 버틸 수가 없어서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거예요. 그때 다른 사람과 공동 1등으로 올라갔었는데, 사실 저는 그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강동아트센터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 전까지 강동아트센터에 가 본 적도 없고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을 본 적도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에 선정이 되었고, 지금은 강동아트센터와 무용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무용협동조합을 창립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정민 _ 극장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 또다시 어필을 하셔야 하잖아요, 그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성한 _ 당연히 많이 있었죠. ‘세컨드네이처’가 어떤 단체인지 많이 어필했어요. 또 노재천 관장께서도 워낙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서, 한 6개월 정도 우리를 지켜보고, 또 많은 사람한테 물어보기도 하셨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 방에 오시더니 ‘김 단장 오늘 뭐 해?’ 그러시더라고요. 특별한 일은 없다고 했더니 소주 한 잔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알아보니 김성한은 적당히 욕도 먹고, 욕을 먹는다는 것은 잘하기 때문에 그런 거다’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하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저를 누구보다도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있습니다.
올해 선거가 있었고 구청장이 또 바뀌었잖아요? 마포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전체가 굉장히 난리입니다. 기관장들이 극장에서 살아남느냐 안 남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어떻게 될지 굉장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3년 정도 지나면 밝넝쿨 선생도 더 나아질 거예요. 사실 상주단체라는 게 극장대표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상주단체를 하고 있다가 내년에 안 됐다고 갑자기 짐 싸서 나가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노재천 관장도 무척 고민을 많이 하시고 계십니다. 상주단체가 영원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와이즈발레단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마찬가지고, 다 마찬가지에요.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예술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심정민 _ 세 분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가지고 있는 극장장들을 만나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반면에 몇 년 전에 다른 상주단체 평가를 갔을 때 거기 극장장은 첫날 공연이 끝나고 작품에 대해서 간섭을 하시더군요. 작품의 피날레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치라고요. 제가 깜짝 놀라서 그것은 예술가 고유의 영역이므로 좋았다 아쉬웠다 의견을 낼 수 있으나 고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고 말을 했지요. 막무가내로 가서 얘기를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윗사람이 그러하니 아래 공무원도 예술가가 시키는 대로 잘 안 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상주단체가 아무리 역량이 있더라도 극장 관계자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상 사업을 유지해가기 힘듭니다. 따라서 서울문화재단 측에서도 상주단체 관리뿐 아니라 “필요시” 극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이해시키는 자문 프로그램을 고려해봐야 할 겁니다.
예술은 인적 인프라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적 인프라의 중심은 예술가들입니다. 실력 있는 예술가를 뽑아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그 다음에 작품에 대해서는 본인이 100% 책임을 지게 해야죠. 멘토 역할을 해줄 때도 그걸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예술가의 몫이에요. 조언을 100%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예술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반영하도록 해야 하죠. 조언해줬는데 왜 내 말대로 안 했냐고 하는 건 월권인 거죠.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영역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김성한 _ 우리 ‘세컨드네이처’는 극장과의 관계가 아마 최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단체가 극장에서 하는 말을 잘 해석해야하는데요, 그들의 언어가 있거든요. 극장에서는 다이렉트로 얘기하지 않아요. 모든 걸 서류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이해하기까지 무척 오래 걸렸어요. 개인 단체는 내가 엎을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지만, 극장에서 저에게 확인해달라고 할 때 제가 맘대로 금방 금방 바꿀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심사숙고해서 보내야 되죠. 그러한 단계가 한 3년 정도 걸립니다.
심정민 _ ‘오!마이라이프’는 상주단체 1년차 단체로서 아무래도 애로 사항 같은 게 있을 듯한데요. 여기 베테랑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되고요.(웃음)
밝넝쿨 _ 이 자리가 저에게는 굉장히 유익한 자리예요. 김성한 선생이 워낙 잘 해오고 계셔서 제가 가끔 연락해서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지 않은 것이라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지금 우리 작업이 반 정도 진행됐거든요. 2개 중에 하나 하고, 지금 공공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극장과 크게 부딪치지 않았는데, 극장에서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성동문화재단’의 ‘성수아트홀’과 ‘소월아트홀’ 두 개의 산하 기관인데요. 그런데 성수아트홀에서 컨트롤 하는 게 아니라, 문화재단에서 다 컨트롤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성동문화재단의 ‘시민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이 일은 우리 상주단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사실 안 해도 되는 거예요.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써야 하고요. 이 일은 재단에서 요청한 일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활동하려면 그런 일련의 작업들이 우리에게 무척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또 ‘마을 탐사단’도 하고 있어요.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예술가들이 어떻게 거주하고 있는지 등이 우리에게 많은 정보가 될 것 같더라고요. 이런 걸 시켜서 하기 보다는, 성수아트홀의 상주단체로서 알아야 하는 일련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고 있는 편이에요. 그런 식으로 하니까 제 마음도 더 편해요. 다음 상주단체가 됐을 때 최소한으로 지역 주민들과도 해야 할 것들이 있잖아요. 다음의 발판도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극장에서 우리 단체에 대해 간섭하지는 않아요.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의외로 많이 부딪치지는 않아서 걱정한 만큼은 아닙니다.
심정민 _ 어떤 관계든 일을 하다보면 서로 미묘하게 예민해질 수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관계라 할지라도요. 그럴 때 현명하게 오해를 풀거나 위기를 벗어나야 할 텐데… 사실 이런 부분도 단체 운영에 있어 필요한 요소고요.
밝넝쿨 _ 우리도 초반에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김성한 선생께서 ‘네가 해야 된다’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단체 대표가 전체적인 일에 다 참여하고 직접 관여해야 된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중간에 한 번 우리 기획자와 극장이 관계가 안 좋았을 때가 있어요. 그때 저도 말만 듣고는 황당했는데, 사실을 더 알아보니 그 기획자가 처음이라 잘 모르고 실수를 한 거예요. 그래서 직접 관장께 이런 일이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시냐는 얘기를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가 풀렸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일이 커지게 되죠. 그때 한 번 빼놓고는 아직까지 큰일은 없었어요. 그리고 상주단체 팀이 성수아트홀에 2개, 소월아트홀에 3개여서 무척 많아요. 그래서 우리를 이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원기관의 심사위원 구성과 무용계와의 소통 문제
심정민 _ 독립무용단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따라서 지원금 없이는 활동을 제대로 해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지원기관에 대한 기대가 크고 때론 그 기대만큼 아쉬움도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허리세대 독립무용단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사업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상주단체나 창작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이나 ‘다년간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상주단체나 다년간지원사업의 경우 전체 예산이 늘었다 줄었다 혹은 사업 자체가 중단됐다 재개했다 하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전년도에 성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원인으로는 선정된 단체가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건데 그 말인 즉 잘못 뽑았다는 거거든요.
상주단체나, 다년간 같은 사업은 상대적으로 각 단체에게 지원금을 많이 주는 사업이므로 신중하게 제대로 적합한 단체를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기관 관계자가 국민의 혈세로 무용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외부적 압력이나 자신의 선호 보다는 내용적으로 적합한 심사위원을 구성해야 할 테고 심사위원들도 자신의 친분, 이해관계, 선호 등을 뒤로 하고 그 지원사업에 가장 적합한 단체를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성한 _ 창작산실은 어느 정도 예술적인 수준을 인정받은 허리세대들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이 작품을 못한다는 게 아니에요. 트렌드에 맞춰서 작품 잘 하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무슨 경험을 그렇게 많이 했다고, 창작산실에 뽑히는지 그것부터 이해가 안 돼요. 창작산실은 그래도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젊은 사람들은 좀 더 많은 경험과 작품성을 쌓은 후에 창작산실에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젊은 20대 후반이나 서른 갓 넘은 사람들도 지원하고 선정되고 있어요. 상하 관계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예술만 바라보고 오신 분들이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좀 더 존중과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정민 _ 그게 지원 사업의 맹점인데요. 지금 신진 무용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아요. 그런 지원 프로그램은 예를 들어서 35세 이상은 못 한다던가 하는 연령 제한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창작산실’ 같은 크고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은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 맨 윗세대부터 맨 아랫세대인 신진들도 다 지원하는 거예요. 이건 역차별 아닌가요? 젊은 세대들은 거의 모든 걸 지원을 할 수가 있는데, 한두 단계만 올라가서 허리 세대만 돼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몇 개 없어요. 게다가 신진과 원로를 다 합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요. 또 하나 짚어봐야 할 사항은 신진 무용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대단히 많은데, 과연 그만큼 재능 있는 신진 무용가를 배출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김성한 _ 그런 것들을 평론가회에서 이슈화해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심정민 _ 신진에 대한 전략적 지원은 지원 기관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고 정부 차원에서 그런 쪽으로 예산을 많이 쓰다 보니 거기에 발맞춰 갈 수밖에 없는 입장도 있을 겁니다. 예산을 신진 쪽으로 따오기도 유리할 테고요. 문제는 신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보니 이렇게 해야 주고 저렇게 해야 주고… 제약이 있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지원금을 여기저기 많이 받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맞추다보니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또 어찌 보니 그러한 지원 프로그램의 속성을 잘 아는 일부 기획자나 드라마트루기만 신진들을 데리고 이득을 보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예술가는 지원은 해주되 창작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하게 나둬야 합니다. 약간의 조언을 첨석할 수는 있지만 강요해서는 절대로 안 되죠. 제발 예술가와 그를 서포트하는 예술 지원기관만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었으면 합니다. 국가 정책이나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지 않도록요.
지금 신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엄청 많은데, 이를 통해 세대를 대표할만한 예술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용예술 선진국과 비교하면 알 수 있어요. 외국은 공신력있는 창구를 통해서는 등단 자체가 매우 어려워요.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떨어진단 말이에요. 그래서 실력을 쌓고 또 쌓아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될 때 뽑힌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뽑히고 나면, 이후 단계를 올라가는 비율이 우리보다는 높죠. 스스로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덥석 지원을 받게 되어 깜짝 놀랐다는 말은 나오면 안 된다고 봅니다.
도리어 지원 프로그램과는 상관없이 무용계 대표 페스티벌이나 기획공연을 통해 재능있는 신진들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켜본 후 추천이나 선정을 통해 더 높은 기회를 주곤 합니다. 거의 예외없이 잘 하더군요, 그런 신진들에게 물어보면 지원 기관의 지원금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해요, 무슨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신진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신진에게 혜택이 집중되어 있다는 겁니다. 잘 한다는 선생이나 선배는 1년에 1500만 원 지원 받고 신작을 내는 데 자기는 여기저기 중복으로 몇 배는 더 받고 창작을 한단 말이예요. 그럼 내가 더 잘 하나 이런 착각마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신진에게 혜택이 집중된 것이 도리어 신진에게 해가 되고 있다는 것은 짚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신진들이 단계 거쳐 허리세대로 올라설 때도 그렇게 지원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잖습니까! 원래는 무용계에서 가장 지원을 많이 받고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해야 하는 세대는 허리세대여야 합니다. 무용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허리세대인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위의 선생들에 치이고 아래 신진들에게 밀려서 낀 세대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물론 재작년부터 허리세대의 귀환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만 지금 허리세대를 잘 자원해주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낀 세대로 전락해버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비단 허리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무용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침으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길용 _ 우리나라 무용 단체에 롤 모델이 없어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등단을 하고 프로젝트 팀 같은 걸 했을 때, 내 앞 세대에 선배가 저렇게 멋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단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저 단체가 어떻게 저렇게 했지, 나도 저 단체를 닮아서 뭔가 해봐야겠다’고 하는 롤 모델이 솔직히 별로 없어요.
저는 ‘서울발레씨어터’가 제 롤 모델이었어요. 우리 발레단보다 한 10년 더 먼저 만들었고, 제임스 전 선생과 김인희 단장은 제가 국립발레단에서 같이 단원으로 생활했고요.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롤 모델로 생각한 거죠. 그래서 ‘서울발레씨어터’를 벤치마킹 하고 따라갔어요. 그렇지만 똑같이 할 수는 없고, 우리는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나갔죠.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들을 보면 롤 모델 단체가 없는 것 같아요. 그 괴리가 너무 크고요.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세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너무 광범위한 반면에, 40대나 50대 허리세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러다보니 지금 30대 초반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거죠.
김성한 _ 그래서 단체 성격도 바뀌잖아요. 안무가 몇 명이 모여서 그룹 하나 만들어서 서로 도와주는 식이에요. 옛날에 우리는 한 명을 중심으로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워낙 많은 지원 제도가 있으니까 각자 다 지원을 받는 거죠. 개인으로 보면 적당히 받은 거지만, 뭉쳐서 보면 굉장히 많이 받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지원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지속성을 가지고 우리 나이까지 계속 단체를 유지하고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반짝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계속 가지 못하고 금방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그냥 풀뿌리처럼 고생하고 짓밟힌 사람들이 끝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부분들도 문제니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심정민 _ 현재 무용계와 지원 기관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용계에서 지원 기관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편이예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나주로 내려가고 서울문화재단이 장르별로 센터를 만들어 이곳저곳 흩어지면서 서서히 벌어져왔던 것 같습니다. 서울무용센터가 홍은동에 있는데 서울이라고 해도 접근성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원 기관의 직원들이 무용계의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들에게 접근하는 소수의 의견을 일반화하여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었겠죠. 제 경험으로는 본분을 지키는 실력자는 굳이 찾아다니면서 자기를 어필하지 않아요. 그런 분들은 자연스럽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전문적인 견해를 주곤 하죠. 따라서 물리적인 거리감이 주는 심리적인 거리감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좀 더 세게 말해 볼까요. 지원 기관의 직원들이 면밀하고 폭넓게 공연예술계와 접촉해왔다면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을 때 분위기와 여론을 파악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예술관련 지원 기관의 직원들이라면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해당 분야와의 면밀하고 폭넓은 접촉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김길용 _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뭘 하나 하려고 해도 너무 떨어져 있으니까요.
김성한 _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문화의 중심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문화예술위원회를 옮겨 놓았습니다. 나라의 문화를 책임지는 분들이 현장과 너무나 먼 곳에서 예술지원을 할 수 있을까요? 저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심정민 _ 마음 같아서는 서울로 위원회 전부가 올라오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정부 정책상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출장소든 지부든 만들어서 로테이션이라도 했으면 합니다.
지역으로 내려가도 될 만한 기관들도 물론 있겠죠, 공연예술은 대단히 높은 퍼센티지가 서울에서 이루어지잖습니까, 특히 대표성을 띠는 것들은 대부분 그러하지요. 좀 더 쉽게 말해 볼까요, 예술위의 무용관련 심의, 평가, 자문, 회의 등을 거의 다 서울에서 합니다. 처음에는 나주에서 해보려고 했더니 섭외 단계부터 아예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효율성이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예술위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용계 그리고 공연예술계를 위해서요. 그 정도도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면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서울에 출장소나 지부가 필요합니다. 오다가다 허송세월 하지 말고 무용계를 위해 시간을 써달라는 거죠.
김길용 _ 동숭아트센터는 서울문화재단으로 간 건가요?
김성한 _ 건물 자체가 그쪽에 팔린 거예요. 서울문화재단에서 산 거죠.
심정민 _ 서울문화재단이 동숭아트센터를 산 후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에 공청회를 했습니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가 골자인데 우선 서울문화재단이 대학로로 다시 입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요. 그리고 동숭아트센터의 시설을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게 할애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어떤 단체에게든 열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극장이든, 연습실이든, 세미나실이든, 로비든 말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용계의 다수와 접촉할 수 있을 테고 소수의 전략적 접근 역시 자연스럽게 근절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무용계, 서울문화재단과 무용계의 교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무용계가 세계 주류 무용계 수준에 가장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용계의 필요와 요구와는 동떨어진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돈은 많이 쓰는 데 작품은 안 나오는 현상이 지속되었던 것이죠. 작년 SPAF에서 드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위대한 조련사』를 봤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작품 못 만듭니다. 세계 주류 무용계는 그렇게나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은커녕 뒷걸음질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독립무용단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의 2018 현황
심정민 _ 세 분을 모시고 협동조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계의 독립무용단들이 차례로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발레협동조합이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발레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힘을 내서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에서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무용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협동조합 결성과 활동이 어려우니 만큼 도와줘야겠다 싶어 지켜봤습니다만, 1~2년 계속 비슷한 프로그램을 반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흐지부지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수원발레축제를 주최하면서 다시 일어섰죠. 구심점이 될 만한 축제나 극장은 여러 경로의 재정지원과 함께 협동조합의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길용 _ ‘발레STP협동조합’은 사실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단체가 모인 게 아니에요. 그 협동조합 전에 다섯 단체가 먼저 만나서 매달 한 번씩 회의를 했고, 협동조합 설립 전부터 합동공연을 일 년에 세 차례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보니까 이 다섯 발레단 연합체가 사업자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각 단체는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있는데, 이들이 뭉쳤을 때 협동조합이란 걸 보게 됐고 우리랑 비슷해서 협동조합을 하게 된 거예요. 협동조합을 하면서 밖에서 발레STP협동조합은 정말 성공한 사례라고들 이야기해요.
그걸 부인하는 건 아닌데,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수원발레축제」도 하고 일 년에 20회 이상 같이 합동공연을 하다 보니까 각 단체별로 수익이 많이 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수익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였지… 예를 들면 「수원발레축제」가 올해로 4년 째 됐는데요. 첫 해에 지원금이 1억 원이었어요. 그런데 야외무대에서 하니까, 거기에 소방업체가 와야 되고, 앰뷸런스도 와야 되고, 청소, 경호 업체도 와야 돼요. 그리고 야외 스태프들이 20명 정도 필요해요. 무대, 조명, 음향 다 돈이에요. 그렇게 다 하고 나니까 첫해에 각 단체별로 돈을 가져갈 수 없는 거죠.
그리고 2회 째에 예산이 2억 원으로 늘었는데, 마찬가지죠. 돈이 그만큼 더 필요해요. 예술가로서 욕심이 있잖아요. 지원금이 2억 원이 나왔으니 1억 원 가지고 공연하고 나머지는 나눠 갖는 형식으로 될 수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많은 시민들이 더 좋은 프로그램을 원하잖아요. 그러면 부가적으로 공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하게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다섯 가지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발레 역사를 볼 수 있게 부스를 만들어서 거기서 사전 공연도 하고요. 우리 와이즈발레단은 횡단보도 발레를 12시, 5시 두 차례 걸쳐서 했고, 서울발레씨어터에서 수원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홍보 차원으로 버스팅 공연을 했어요. 이런 게 다 돈이 들어가는 거예요.
또 본 공연에 3일 간 다른 작품으로 레퍼토리가 들어가거든요. 그러면 무용수가 또 달라지고, 안무가가 달라지고, 그것에 따라 준비도 해야 되고 출연료도 나가야 되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그 출연료도 감당 못 할 만큼의 액수를 받아요. 그러니까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직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그런데 성공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걸 통해서 각 발레단의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다는 거예요. 특히 와이즈발레단은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간 것 같아요. 그만큼 열심히 했고요. 또 와이즈발레단뿐만 아니라 3년 전에 들어온 ‘김옥련발레단’까지 해서 6개 발레단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또 발레의 대중화가 이뤄졌죠. 정말 많은 관객과 팬들이 생겼거든요. 우리가 1년에 20회 이상 공연을 하니까 보이잖아요. ‘저분 그때 왔는데 우리 공연에도 오셨네?’ 하고 알아보게 돼요. 그리고 그분들이 공연장에 와서 인사를 해요. ‘저번에 발레STP 공연 봤는데 와이즈발레단 공연 궁금해서 왔습니다’ 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정말 팬 층도 많이 생기고요.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연합을 하니까 대중화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부분에서는 정말 성공한 듯 해요.
발레STP협동조합의 여섯 단체가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급을 갖고 있는 예술단체잖아요. 그렇지만 민간예술단체이기 때문에 솔직히 경제적 여건은 힘들어요. 와이즈발레단도 힘들고 다 힘들어요. 숙제가 뭐냐면, ‘발레STP협동조합’이 이걸 통해서 각 여섯 개 단체를 서포트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거예요.
심정민 _ 발레협동조합이 재정적으로는 어렵지만, 일단 대외적으로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원발레축제」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빠르게 자리매김한 점이 매우 고무적이죠. 발레는 타 무용예술에 비해 일반 대중의 수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면 현대무용은 발레에 비해서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김성한 _ 현대무용협동조합은 발레협동조합 단체들과 태생적으로 달라요. 우리나라의 현대무용 단체들은 다 개인중심의 단체들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거기에 한두 명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래도 ‘세컨드네이처’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고 하던데 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에요. 그만큼 열악한 상태에요. 태생 자체, 성격 자체가 다른 거죠.
현대무용협동조합은 올해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까지는 우리가 다 해놨는데, 그 이상을 하면 우리가 감당을 못합니다. 현대무용이 무용 장르 중에 가장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가졌을 텐데, 그런 개인주의 성격을 가진 단체들이 모인 거니까요. 같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틈이 벌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해요. 그래서 제가 전략적으로 좀 천천히 가는 거죠. 올해는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심정민 _ 발레는 고전 명작 레퍼토리나 세계적인 레퍼토리들이 있기 때문에, 창작물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반면 현대무용은 거장들의 작품을 재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해당 단체만의 창작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김성한 _ 창립식 할 때 30여 개 신문사에서 취재를 왔어요. 강동아트센터에서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어요. 아마 이번 공연도 굉장히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꿈꾸는 협업을 시작합니다. 각 단체 대표들부터 무용수들이 한 작품을 위해 출연을 합니다.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지 않나 싶어요.
심정민 _ 언제 하나요?
김성한 _ 9월29일 토요일 오후5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강동아트센터에서 제작 지원을 해주셔서 저희들이 더욱 더 열심히 작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현대무용협동조합 단체들 뿐만 아니라 무용계에도 좋은 선례를 남기리라 생각합니다. 협업으로 작업을 하는 것은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무용에서 재미있고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나오면 대중화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그것이 현대무용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그냥 단지 쉽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예술성도 있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좋은 레퍼토리를 만들어야죠. 우리가 창립 공연 때 선보인 것은 옴니버스 식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번엔 현대무용협동조합이 협업으로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려고 하는데, 서로가 너무 다르고 너무 바쁘신 분들이라 조금 걱정이 되네요…(웃음)
심정민 _ 협업을 한다 해도 내용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어야 해요.
김성한 _ 현대무용협동조합 창단 공연 때는 옴니버스 식으로 이인수 준비위원장과 지경민 부위원장이 노력했어요. 그런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하거나 황미숙 선생이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현대무용협동조합이 공동의 작업과 존중의 작업이 되었으면 했고요, 연령대와 세대가 다른 만큼 좀 더 창의적으로 함께 하는 작업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밑에서부터 기회를 주고,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밝넝쿨 _ 제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에요. 우리 단체 자체가 외부의 무용하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없거든요. 우리 단체가 은근히 동굴생활을 했어요. 제가 무용수로 같이 해보는 것 자체가 무척 흥미롭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협동조합이라는 큰 타이틀을 걸고 작업을 꾸려나가는 거잖아요. 독립적인 단체들이 함께 할 때 제일 큰 문제가 스케줄이더라고요. 그걸 해결하고 함께 맞춰야 작업적으로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제일 관건이에요. 독립적으로 각자의 단체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하니까 쉽지 않아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첫 단추를 잘 시작하고 다음으로 가는 발판이 될 것 같아요.
심정민 _ 시도가 대단해요. 각각 스타일이나 개성이 너무 다르잖아요. 잘못하면 서로 엉키거나 상충될 수도 있을 텐데 잘 극복해가길 바랍니다.
밝넝쿨 _ 메가폰을 쥐고 있는 안무가들이 있어요. 그걸 믿고 가는 거죠.
심정민 _ 이제 각 상주단체마다 혹은 개별적으로 하반기 계획을 언급하면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밝넝쿨 _ 우리는 10월 말, 11월 초에, 우리가 예전부터 재공연 하고 싶었던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라서 2016년 이후로 계속 시도하다 안 됐는데,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재공연을 하게 됐어요. 또 그때쯤에 상주단체에서 하는 두 번째 공연이 있어요. 이것도 11월 말에 하게 돼요.
그리고 협동조합공연도 있고, 중간 중간에 지방 공연도 있고요. 사실 제가 공연을 이렇게 많이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단체 만들고 초반에는 공연이 좀 있다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는 할 수도 없었고, 의미도 저한테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다시 30대 초반에 하던 그런 스케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선생님들 단체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들어서 가장 바쁘게 보낼 듯해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죠.(웃음)
김성한 _ 저희는 11월 둘째 주에 상주단체 공연 신작 『메모리 오브』라는 작품을 합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하는데, 이번에는 좀 어려운 작품을 다시 도전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조금 재미있는 것도 했는데 이번에는 예술성에 치우친 작품을 한 번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상주단체 공공프로그램 공연들이 쭉 있고요, 11월30일까지 공연이 몰려 있습니다. 5~6개월 동안 상주단체 프로그램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월, 11월은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걸 잘 마무리 하면 올 한 해가 또 가네요.(웃음)
김길용 _ 이번 주에 「수원발레축제」가 목, 금, 토, 일 4일 간 열려요. 3일 간은 레퍼토리를 다르게 해서 작품 공연을 합니다. 그리고 끝나자마자 『춤추는 팬더』,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 등 지방 공연이 몇 개가 있어요. 10월5~6일에는 『신데렐라』 전막, 10월에 『지젤』 전막을 지방에서 공연 하고요. 또 11월에 지방 공연이 몇 개가 있네요. 공연이 계속 있습니다. 올해가 조금 많은 것 같아요.
김성한 _ 와이즈발레단은 디렉터와 예술감독이 나뉜 외국 시스템이잖아요. 모든 공연은 디렉터가 행정과 기획을 하고, 작품은 예술감독인 홍성욱 선생이 하는 식으로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면 ‘어떻게 작품 안 하고 저렇게 다니지?’하고 생각할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국립단체나 시립단체도 보면 예술감독이 다 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할 일이 많다 보니까 작품을 못 하죠.
김길용 _ 지도위원들이 연습도 시키고 하죠.
심정민 _ 세 분 다 어느 해 이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네요. 특히 올해 무용부문 상주단체들은 모두 기대이상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유지되면 서울문화재단에서 흐뭇하게 바라볼 것 같습니다. 아까 세대별 롤 모델이 약하다고 말하셨는데, 사실 창작의 위쪽 세대로 배정혜, 국수호 선생도 계시고 그 아래로 홍승엽, 안애순, 안성수, 안은미 선생도 있지요,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세 분이 그 다음 세대의 롤 모델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우리 무용계나 지원 기관이 세대마다 있는 롤 모델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중장기 지원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재정적, 심리적 여유 없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힘들더라도 여러분들이 그걸 잘 이겨내고 이끌어가야 다음 세대의 무용가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과 같이 흔들림 없이 계속 꿋꿋하게 그 세대의 롤 모델로서 역할해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