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자전거살롱

 

따릉이 헬맷 - 유치원서 다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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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우(全相宇)(여행작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뒤로 가장 더웠다는 올 여름의 폭염을 더욱 견디기 힘들고 힘빠지게 하는 소식이 지난 7월 말 있었던 ‘따릉이 헬맷’ 증발 사건이다. 조선일보 7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7월20일부터 서울시내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인 일명 ‘따릉이 대여소’에 자전거와 함께 858개의 무료 헬맷을 비치해 놓고 따릉이 이용자들이 스스로 쓰고 돌려놓도록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4개가 나흘 만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는 9월28일부터 자전거 탈 때 반드시 헬맷을 쓰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에 앞서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에서 시범 실시한 헬맷자율이용 실험이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은 거다. 그렇다고 몇 푼 하지도 않는 헬맷에 위치 추적장치를 달수도 없는 것이고 보니 앞으로도 시민들의 양심에 기댈 수 없는 것이 서울시의 고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자전거를 아끼고 사랑하는 잔거꾼으로서 이 ‘따릉이 헬맷 증발’ 사건을 마주하며 남는 아쉬움이 한둘이 아니다. 제 안전만 머릿속에 있고 남의 안전은 생각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몇푼 하지 않는 거 하나쯤 가져가도 양심 찔리는 일이 없는 걸까. 좋게 생각해 여태껏 살면서 물건 제자리에 두는 버릇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일까.
1980년대에 일본서 공부한 친구가 있었다. 한국대사관에 있는 한국시민과에 여권을 새로 받으러 갔다가 나오며 우산을 찾았더니 제 우산이 안 보이더란다. 일본서 몇 해를 살면서 처음 있는 일. 하물며 파친코에서도 남의 우산 슬쩍 들고 나오는 이를 보지 못했는데 한국대사관에서 당하고 보니 우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한창 공부를 하던 우리는 믿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엔 나아질 것이라고… 비록 지금은(당시는) 우리가 남을 배려하기에는 가난했고 함께 살아가는 일에 서툴지만 높은 교육열과 낮은 문맹률로 미루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쓰레기 함부로 버리고, 아무데나 침을 뱉어대고, 지하철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하는 주위 민폐 끼지는 그런 일은 일본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 새던 바가지 지금도 새는 건지, 아직도 벚꽃 필 때면 항상 뉴스에 나온다 - 쓰레기장이 되는 여의도 윤중로. 매년 여름이면 뉴스에 나온다 - 아침이면 쓰레기밭으로 변하는 광안리해수욕장 등. 특히 얄미운 일본인들과 비교되는 그런 부끄러운 행태들을 목격하며, 마치 우리민족은 만인의 만인에 의한 서로 괴롭히기에 나선 꼴은 아닌지, 나 스스로는 괜찮은지 돌아보게 된다.
작가 로버트 펄검(Robert Fulghum)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인생에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치원에서는 ‘… 뭐든지 나눠쓰라. 쓰고 난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라. 네 물건이 아닌 것은 가져가지 말라 …’
“이게 나라냐?” 며 광화문에 1백만이 넘게 모였다가 쓰레기 하나없이 깔끔한 뒷모습을 보인 그들은 다 어디갔을까? 그때는 남이 보아서 그랬을까? 서울시는 잃어버린 헬맷을 돌려받기 위해 세상 부끄러운 일이지만 언론을 통해 호소를 한다. 곧 ‘헬맷이 하나 둘 돌아온다’ 는 이번 폭염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가을바람 마냥 시원한 소식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