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1월 22일 화요일|
 

역사살롱

 

안시성주 양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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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문(朴赫文)(소설가)

젊은 세대들로부터 중국 사람은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말이다. 높아진 경제력, 국방력과 함께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어디를 가든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어디를 가든지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듯했다. 내 생각에 요즘의 권력자들은 우리 역사, 특히 자랑스러웠던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중국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 세계 1위 산업을 여러 개 가진 현재의 우리 위상을 뒷받침할 만한 자랑스러운 역사와 인물이 많음에도 말이다. 특히 중국인들에 의해 왜곡되어진 역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안시성주 양만춘, 그는 당태종의 공격을 막아낸 영웅이다. ‘정관의 치’로 유명한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대 황제 중 최고로 꼽히는 군주다. 그는 수나라가 망하면서 갈래갈래 찢어진 중국을 재빠르게 통일한 군주다. 아버지를 도와 당나라를 세운 후 서쪽의 설거, 설인고를 정벌하고 유무주, 이밀도 굴복시킨다. 이 과정에서 명재상인 두여회와 그의 수족인 위지경덕도 얻는다. 그리고는 정나라의 왕세충, 하나라 두건덕과 삼국 쟁탈전을 벌이다 2:1의 협공을 이겨내고 오히려 이들을 제압하여 마침내 중국을 통일한다. 그 후에는 변방으로 눈을 돌려 당시 가장 강한 돌궐족을 토벌하고 오늘날 티베트와 운남성 지역의 토번국, 토욕혼, 실크로드 중심지인 고창국마저 점령하여 중국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대제국을 건설한다.
천하에서 단 하나 당나라에 굴복하지 않는 고구려. 현무지변을 일으켜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 가족을 모조리 죽이고 왕이 된 이세민은 왕과 계루부의 귀족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연개소문을 나무라며 고구려를 침공한다.
연개소문은 말갈기병대를 이끌고 이세민이 자랑하는 돌궐기병대를 굴복시킨 후 당나라 후방을 공략한다. 그동안 당나라 이세민의 친위대를 상대한 사람이 안시성주 양만춘이다. 안시성은 오늘날 요령성 해성시에 있는 곳으로 한국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중국인 학자인 것처럼 해서 두 번씩이나 안시성을 갈 수 있었다. 양만춘이 전투를 지휘하던 고장대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이 훤히 보인다. 이곳에서 양만춘은 당나라 12만 정예부대와 싸운다. 정공법을 택한 공격을 막아내고 땅굴을 파고 들어오는 당나라군에게는 뜨거운 물을 붓는다. 당나라군이 안시성보다 높은 토산을 쌓아 공격하자 특공대를 뽑은 양만춘은 야밤에 토산을 공격하여 당나라군을 몰아낸다. 악전고투를 벌이는 사이 연개소문이 이끄는 군대는 만리장성을 넘어 북경지역을 휩쓴다. 고구려의 권유에 따라 서돌궐 칸 진주가한은 당나라 수도 장안성을 공격한다. 결국 이세민은 상황이 악화되자 안시성 공격을 풀고 도망가기 시작한다. 좋은 길은 이미 고구려 군이 점령하였기에 요택이라 불리는 뻘밭을 지나간다. 말을 죽여 뻘을 매우며 겨우 중국으로 도망간 후에 다시는 고구려를 공격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한민족 최고의 영웅들이 중국 최고의 영웅을 상대로 승리한 호쾌한 역사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