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3월 24일 일요일|
 

관무기

 

대중 눈높이 전통춤 공연의 지속성
- 김정학




김호연(케이코뮌 연구위원)

* 경기도립무용단, 김정학 안무 『천년의 유산』(8월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근래 무용계의 중요한 흐름으로 젊은 무용인들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중심으로 작용하던 대학 기반의 공연에서 탈피한 소규모 창작 집단의 형태는 여러 지원 사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저변이 확대되었다. 특히 이른바 컨템포러리 무용을 지향하는 젊은 무용수들의 도전으로 기존 판도에서 미세한 변화를 보이며 양질의 작품이 양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무용계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국공립 무용단의 행보는 두드러지지 못한 듯하다. 한때 이들의 공연이 시대를 상징하는 본보기로 무용계를 선도하기도 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대적 조류를 쫓으며 제 색깔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적 모습이다. 이는 원형적 모티브에 바탕을 둔 작품도 드문데다가 강렬한 시대적 담론을 담지 못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함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체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국공립 단체 본연의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을 하며 꾸준하게 공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경기도립무용단도 그러한 대표적인 단체이다. 그동안 경기도립무용단은 정기공연과 기획공연 등 여타 무용단에 비해 가장 꾸준하게 공연이 이루어진 단체 중 하나이다. 경기도는 행정구역 상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면적도 넓다보니 그동안 다양한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펼쳤고, 창작과 전통의 균형을 이루며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쳤다.
이번 성남아트센터에서 기획공연으로 올린 『천년의 유산』도 경기도립무용단의 대표적인 공연 형태 중 하나다. 2009년 제30회 정기공연으로 올린 『천년의 유산』은 전통춤의 정수(精髓)만을 뽑아 레퍼토리화한 것으로 여러 무용단의 한국춤 공연의 모형(模型)이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무대는 이러한 경기도립무용단의 기념비적 성과를 정리하면서 전통춤의 흥취를 응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무대는 ‘무고가인전’, ‘동래학춤’, ‘부채춤’, ‘아박춤’, ‘가시꽃’, ‘장구춤’, ‘훈령무’, ‘여인의 고정’, ‘농악’으로 구성되었다. 이 레퍼토리는 그동안 『천년의 유산』과 상설기획공연의 수많은 레퍼토리 중 주관기관에서 취사선택한 레퍼토리이다. 이는 이 시대 대중이 원하는 혹은 지역에서 공연으로 가장 적합한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용단에서 의도한 바를 극대화시키는 데 제한적이었지만, 분절되어 있더라도 하나하나 그 색깔을 드러내며 관객과 소통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무대였다.
여기서 펼쳐진 것은 전통춤의 원형 그대로라기보다는 전통을 무대화하며 관객이 한국춤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전통성과 만들어진 전통으로 새로운 전통적 가치가 함께 공유된 레퍼토리다. 그러면서 특징적인 것은 여성/남성이 중심이 된 레퍼토리가 교차되면서 경기도립무용단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동래학춤의 선비의 고고함과 훈령무의 무인의 기개(氣槪), 아박춤의 절도(節度) 그리고 부채춤의 화려함과 가시꽃의 절제미, 장구춤의 신명 등을 드러내며 한국춤의 양가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제한된 전통춤 레퍼토리의 진부함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이 무대는 그동안 수많은 레퍼토리를 공연한 토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경기도립무용단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측면은 경기도립무용단 단원의 고른 기량과 함께 안무자인 김정학을 통해 조용하지만 은은하게 경기도립무용단의 색채를 담아낸 것에서도 비롯될 것이다. 경기도립무용단이 강렬한 이미지보다는 정제되면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아 많은 레퍼토리를 펼쳤지만 스타성을 지닌 무용수가 확 들어오지 않은 점도 존재하였다. 최근 들어 팬덤문화가 공연문화를 이끄는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영토처럼 견고한 관객은 패트론으로 수용과 소비 주체로 예인들의 버팀목이다.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가진 무용수가 존재하는 경기도립무용단에서도 이미지 확대를 통한 스타성 지닌 단원들의 추출은 지속적인 대중과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다.
『천년의 유산』과 같은 레퍼토리 공연은 무용과 관련된 관객보다는 대중의 비중이 훨씬 많다. 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처음 무용을 접하는 관객에게 눈높이 공연으로 지속적인 기획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공연은 국공립단체의 책무라는 측면에서도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한 소통과 함께 경기도립무용단의 색깔을 굳건히 하는 토대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활동이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