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5월 26일 일요일|
 

출판살롱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판타지랜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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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張東碩)(출판평론·「뉴필로소퍼」 편집장)

아침과 밤에는 폭염이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전국이 찜통이다. 오죽하면 세간에 동남아보다, 아프리카보다 덥다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이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는 산불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을 지목하고 있다
과학적 증명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온몸으로 폭염이라는 지구온난화를 경험하고 있는데도,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17퍼센트는 “지구온난화는 신화”라고 믿는다. 이들은 지구온난화가 별로 심각한 문제도 아니며, 연구비를 따내려는 과학자들의 음모로 치부한다. 보수적인 정치색을 띤 정치인들일수록 이런 현상은 강화된다. 2014년 한 뉴스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 중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인간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람”은 고작 8명이다. 심지어 상원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임스 인호프는 「가장 큰 거짓말: 어떻게 지구온난화 음모론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가」라는 책에서 “하느님이 지구의 온도를 약간 올린” 것을 “인간이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미국의 문화비평가 커트 앤더슨의 「판타지랜드」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판타지랜드」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미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판타지, 아니 가짜가 득세하는 세상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몽상가와 광신자, 연예기획단장과 관중, 돌팔이장사꾼과 호구”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다. 시작부터 그랬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스스로를 흥미진진한 모험에 뛰어든 거칠 것 없는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필그림(순례자)이 아닌 신앙적 판타지에 사로잡힌 부랑자들에 가까웠다. 이들은 커다란 대륙에 도착해 이내 ‘금’이라는 판타지를 쫓기 시작했고 “지상에 우리만의 천국을 건설하리라”는 과도한 청교도적 환상에 도취되었다.
1980∼90년대에는 “미국 전체가 24시간 운영하는 거대한 테마파크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전국에 카지노가 생겼고, 뉴스 미디어는 강박적으로 변했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홍수 속에 장삼이사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어디선가 헤매게 되었다. 각종 스포츠가 산업의 옷을 입고 코 묻은 돈까지 흡수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에서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가장 극적인 현상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일이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는 진정 판타지랜드의 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라면서 오래 전부터 “정치적 쇼비즈니스에 뛰어들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애써 무시한 후폭풍을 지금 미국이 경험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진정성마저 게임의 하나로 여기는 트럼프의 존재야말로 판타지랜드 미국의 적나라한 실상인 셈이다. 시작부터 판타지랜드였지만, 미래에도 반드시 그럴 이유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균형과 평정”을 향한, 지금 여기의 결단만 있으면 희망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더위 때문이겠지만, 판타지랜드가 단지 미국만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글 쓰는 내내 머릿속을 오락가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