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3월 24일 일요일|
 

관무기

 

전문 춤꾼과 일반대중들이 함께 어울린 놀이판
- 이노연




안봉모(安峯模)(민족미학연구소 「바람결풍류」 편집위원)

“덩-기덕 쿵 더러러 쿵-기덕 쿵덕! 자~ 따라 해보세요~”
“덩-기덕 쿵 더러러 쿵-기덕 쿵덕! 하하하…”

일요일이던 지난 7월22일 오후5시 조금 지난 시각,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연지동 국립부산국악원 201강습실에서는 춤꾼 이노연의 시연과 지도에 따라 좌중 관객들이 굿거리장단을 입장단 소리내고 두 손바닥과 양쪽 허벅지를 두드리려가며 박자에 맞추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한낮 기온이 섭씨40도 가까이 치솟는 일백 여 년만의 가마솥 무더위가 맹렬하게 달구는 날씨에도 이날 강당에는 50여 명의 관객들이 강습실을 기역자로 가득 메웠다. 국립부산국악원이 마련한 「영남춤축제 기획자 오픈무대- 이노연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 - 진도북놀이 즐기기」 제하의 진도북놀이 대중화를 위한 자리.
국립부산국악원측은 날이 너무 더워서 이날 객석이 썰렁하게 빌 것을 걱정하였는데, 우려한 것과 달리 전문춤꾼들과 필자같은 비전문가를 포함하여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이날 자리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진지하고 재미있게 진행됐다. 할아버지와 손주, 딸 내외로 보이는 3대가족과 남녀 중고생들과 대학생들, 그리고 직장인들과 춤 전공자들과 전문가들이 강습실 마루에 앉아서 사회자 설명과 좌담, 그리고 이노연의 진도북춤 시연과 강습을 듣고 따라하였다. 이날 무대는 공연장에서 느끼기 어려운 실감을 선사하였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생략된 덕분에 관객들은 앉은 자리 바로 눈앞에서 전문춤꾼의 발 디딤새와 손짓 발짓의 순간순간 변화무쌍한 동작과 표정을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끼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영희 씨(전통춤이론)는 무대시작에 앞서 ‘진도북놀이’에 관하여 소개하였다. 북놀이는 지역에 따라 특성을 지니는데 전라도의 경우 외북치기와 양북치기로 나뉜다. 외북치기는 전라도 지역의 보편적인 형식이며, 양북치기는 진도에 한하여 전승되고 있다. 진도북놀이는 사진에서 이노연이 시연해보이는 것처럼, 북을 장구처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쌍북채를 사용하여 자유로운 가락과 묘기를 변화무쌍하게 구사하는 북놀음이다.
진도북놀이의 유래는 모북(일명 모방고)에서 시작하여 모북을 칠 때는 삿갓을 쓰고 모꾼 앞에서 북채를 양손에 갈라쥐고 북채를 지휘봉 삼아 뜬포나 줄 틀린 모폭을 지적하여 북을 치는 것이었다. 이때 모소리(일명 상사소리)에 맞추어 북놀이춤의 모심가를 부르면서 피로를 느끼지 않고 작업이 진행될 때 꽹과리·징·북 등은 필수 타악기로 구성되며, 모방고굿·농작굿·길군악 등에 춤사위가 곁들여지고 북춤놀이·북춤굿이 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진도북놀이의 전수는 산청농악과 지산면 소포농악과 같은 마을 풍물을 중심으로 한 전수과정을 통해 발전하던 것을 일제강점기 중에 진도읍 성내리에 무속인 중심의 산청에 전통민속 국악기를 전수하는 예기조합을 성립하여 북춤을 전수하기 시작하면서 회장 최상인, 부회장 채중인을 중심으로 매년 당대나 풍년을 기원하는 풍당굿을 행하였다.(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진도북놀이’에서 인용)
이때 설북 김행원은 북춤놀이가 뛰어났고, 이 춤이 양태옥, 소포농악의 박관용, 장성천을 중심으로 이어졌으며, 1987년 전남무형무화재 제18호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이후 진도북놀이의 전승은 양태옥-박강열, 장성천-김길선, 박관용-이희춘으로 이어져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진도북놀이는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 치듯이 느린 굿거리에서 시작하며 빠른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가락으로 풀어 나간다.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는 북장단과 더불어 진도북놀이는 뛰어난 춤사위를 가지고 있다.

이노연은 자신의 진도북놀이 공연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양태옥-박강열류 『진도북놀이』는 진도 현지의 원형 조사를 통해 집성된 춤사위가 기반이 된 민속춤으로 『박병천류 진도북춤』과는 차이가 있다. 거기에 무용전문인으로는 최초로 이수자가 된 이노연이 카타르시스와 신명에 핵심적 가치를 두고 재구성, 예술적 깊이가 더해진 작품으로 흥과 신명이 깃든 우리 춤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노연은 이날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원형 보존 중심의 『박병천 진도북춤』과는 달리 다양성을 갖춘 양태옥-박강열의 맥을 잇고자 하였고, 여기에 남자들이 추던 걸 여자로서 표현하다보니 속바지 위에 치마를 덮쳐 입고, 버선과 함께 신을 받쳐 신는다든가, 웃옷의 색감이나 매무새도 나름대로 골라서 차려입고, 제 나름대로 옷차림말고도 춤동작도 조금 보태고 하여 표현해보았는데, 괜찮은 듯하여 지금까지 조금씩 보완하면서도 골격은 유지하는, 그렇게 죽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노연이 진도북놀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부산시립무용단 수석안무자로 있으면서 부산에서 처음 『진도북놀이』를 공연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2004년부터 2009년말까지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 안무자를 맡게되면서 『진도북놀이』 각 놀이꾼을 본격적으로 수업하게 되었고, 2012년 전남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북놀이(양태옥-박강열류) 이수자로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다섯 살 적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하였으니 춤인생살이 육십에 가까운 그의 이력에서부터 전문춤꾼의 권위를 무겁게 느끼게 하는 이노연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자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기도 하다.

이날 오픈무대는 이노연의 10분 정도 진행된 『진도북놀이』 시연, 그리고 설명소개에 이어 계속해서 춤꾼 세 명의 좌담으로 이어졌다. 좌담에 나온 이들은 전 부산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서지영(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부산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장래훈(동 제27호 승무 이수자), 전 부산시립무용단 부수석단원 허경미(국가무형문화재 제21호 승전무 이수자)로, 이 세 명은 모두 이노연이 부산시립에서 단원을 이끌던 당시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다. 이들은 이노연과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던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오늘의 이노연춤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일화나 의견을 관객들에게 말해줬다. 휴전선의 남쪽과 북녘 땅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비상을 표현하는 춤공연을 통해 남북한 관계의 긴장완화와 상호공존을 열망하던 메시지를 표현한 작품 『밀레니엄 99 학』이나, ‘춘향을 둘러싼 변학도 군무(群舞)’로 여성에 대한 집단성폭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남녀 간에 성평등 의식이 정착되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전환을 촉구한 작품 『춘향』 들은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시대에 앞서 제시한 선도적 의미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좌담자 세 명은 번갈아 회고하며 소회를 밝혔고 관객들은 박수로서 동감을 표시했다.
좌담회에 이어 이노연은 좌중의 관객들을 모두 일어나도록 하여 「진도북놀이 배우기」 지도를 20여 분간 진행했다. 굿거리장단과 박자 익히기에 이어 “얼씨구!” “좋다!” “잘한다!” “얼쑤!” 등 추임새 뒷소리 질러보기로 지루해질 법한 분위기를 바꿔보기도 하고, 내친 김에 “덩 다다 궁딱 궁” 휘모리장단에 맞춘 손발동작까지 시범하며 관객들이 직접 해보도록 하였다. 전문춤꾼과 비전문 대중 관객들이 쑥스러움을 떨치고 함께 어우러져 한마음으로 소통하는 이 자리에서 여름날 늦은 오후의 무더위는 잠시나마 잊혀졌다.
이날 오픈무대를 지켜본 최은희 교수(경성대 무용학과)는 공연 뒷풀이 자리에서 “관객들과의 춤놀이 배우기 시간이 좀 짧은 듯하여 아쉬운 감이 든다. 마지막 순서에서 전체 관객들이 다시 일어나서 다함께 춤연습을 해보도록하고 나서 자리를 정리하였더라면 좋았겠다”고 조언했다.
사회를 본 김영희는 “오늘의 이노연 오픈무대와 신선한 프로그램이 상설화 되면 시민들이 우리 전통춤판에 부담없이 즐겨 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춤꾼들과 국악원 같은 기관의 행정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의해가면서 대중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기대를 담은 의견을 밝혔다.

이노연은 “진도북놀이를 놀아보면 우리나라의 흥과 신명을 이해, 공감하게 되고 나아가 집단의 결속력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진도북놀이 토크를 통해 우리 전통과 창작의 미학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확대 재생산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고 공연취지를 설명하였다.
국립부산국악원 주재근 장악과장(학예연구관)은 “오늘 이노연 선생의 진도북놀이 즐기기 기획무대는 사회 좌담 음향 기록 등 불과 6명의 적은 인력으로 휼륭한 공연효과를 거둔 시도로써 저희 부산국악원이 역점을 두고 마련한 「2018영남춤축제 기획자오픈무대」를 빛나게 해주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 여러분들도 계속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도록 이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강습을 마치고 나서 이노연을 비롯한 주최측과 참석한 관객들 전원이 함께 앉거나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연장을 나서면서 다시 들여다보게 된 강습실 복도벽면엔 고 문장원 선생의 『동래야류』와 『동래한량춤』, 고 김동원 선생의 『동래학춤』과 『동래지신밟기』 등 부산 전통춤판의 두 어르신의 생전 춤 공연장면을 박은 대형 흑백사진들이 이날 진도북놀이 자리를 격려하는 듯해 보였다.